이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개막식 총감독을 맡아 적은 예산으로도 브라질 특유의 열정을 선보인 페르난두 메이렐리스의 출세작은 ‘시티 오브 갓(City of God, 2002)’이다. 포르투갈어로 빈민가를 뜻하는 ‘파벨라(Favela)’ 중에서도 가장 위험한 곳으로 알려진 시티 오브 갓을 다룬 이 영화는 ‘신의 도시’라는 역설적인 이름 아래 폭력과 마약으로 점철된 브라질 뒷골목을 담아내며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9일(한국 시간) 시티 오브 갓은 또 다시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결코 슬픈 이유가 아니었다. 이 곳에서 자라난 소녀, 하파엘라 시우바(24)가 조국 브라질에게 이번 대회 첫 금메달을 안기며 영웅으로 등극했기 때문이다. 시우바는 브라질 리우 올림픽파크 카리오카 아레나에서 열린 유도 여자 57kg급에 출전해 뛰어난 기량을 선보이며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섰다.
시우바는 어린 시절 영화 속 주인공들처럼 갱단과 어울리며 이들과 함께 싸움을 즐기기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뒷골목의 ‘불량 소녀’는 유도를 만나며 자신의 정체성을 ‘운동 선수’로 바꾸는데 성공했다. 차근차근 실력을 키운 시우바는 2012년 런던 올림픽에 참가했지만 규정 위반으로 실격되며 아픔을 겪기도 했다. 이후 시우바는 2013년 리우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금메달을 따내며 자신감을 얻었다.
비록 시우바는 이번 대회 전 세계 랭킹 11위에 오르며 크게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16강부터 돌풍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유력한 금메달 후보였던 세계랭킹 2위 김잔디(25·양주시청)를 꺾으며 파란을 일으킨 것이다. 시우바는 이에 만족하지 않고 4강에서는 연장까지 가는 접전 끝에 런던올림픽 은메달리스트 코리나 카프리오리우(30·루마니아)를 제압했다.
결국 시우바는 결승에 올라 세계랭킹 1위인 수미야 도르지수렌(24·몽골)에 경기 시작 1분여 만에 절반을 따내며 승리했다. 시상대에 오른 시우바는 일제히 발을 구르는 방식으로 뜨거운 응원을 보내준 브라질 홈 관중 앞에서 끝내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딸을 걱정해 예선전까지는 경기장에 오지 못했다는 시우바의 아버지 루이즈 카를로스도 관중석 한편에서 박수를 보냈다.
경기 후 시우바는 “팬들, 특히 내가 자라난 ‘시티 오브 갓’의 아이들은 나의 힘”이라며 “내가 그곳의 아이들에게 좋은 본보기가 될 수 있길 바란다. 아이들이 나를 보고 스포츠를 통해 꿈을 찾고 이룰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좋겠다”는 벅찬 소감을 남겼다
일본과 교류가 많아 유도 인구가 많은 브라질 역시 시우바 덕에 유도에서 이번 대회 첫 금메달을 얻었다. 대회 개막 후 이틀까지 남자 공기권총 10m에서 펠리피 아우메이다 우가 따낸 은메달 하나만 있던 브라질은 홈그라운드의 이점을 살려 본격적인 메달 레이스를 시작할 태세다.
[이용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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