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강윤지 기자] kt 위즈 주장 박경수는 14일 마산 NC전을 앞두고 필승 각오를 다졌다. 그의 눈에는 전날처럼 원정 응원단의 모습이 또렷하게 보였다.
#1 kt는 14일 경기 전까지 올 시즌 최다인 9연패에 빠져있었다. 7월 마지막 시리즈였던 롯데와의 3연전을 쓸어 담으며 8월에 대한 기대를 높였지만, 어느덧 한 달의 반이 다 되도록 1승을 챙기지 못하고 있었다.
#2 박경수는 지난달 30일 왼 검지가 상대 주자 손아섭의 스파이크에 찍혀 찢어지는 부상으로 4바늘을 꿰맸다. 이후 일주일 동안은 벤치만 지켰다. 실밥 주위 피부는 어느덧 거뭇하게 변색됐다. 통증이 조금씩 사라지고 정상적으로 선발 출전하기 시작했을 때(9일)는 이미 4연패 중이었다. 연패가 잦기는 했어도 4연패가 마지노선이었던 kt는 9일 시즌 최다 연패를 찍은 이래 더 깊은 수렁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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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t 위즈는 지난 14일, 주장 박경수 등의 활약에 9연패를 끊어냈다. 사진=MK스포츠 DB |
‘원정마법사’는 kt가 올 시즌부터 시작한 일종의 팬서비스다. 구단 주도로 팬들을 모아 차량, 식사 등을 제공해 원정 응원의 활성화를 도모했다. 시즌 5번째이자 마지막으로 원정마법사가 출정한 지난 13일에는 역대 최대 인원이 함께했다. 떨어진 경기력, 상위권 팀과의 대결, 먼 거리, 더운 날씨, 휴가 기간. 이 모든 악재들을 뚫고 모인 열정적인 팬들이었다. 팬들이 내뱉는 응원 소리는 그야말로 ‘일당백’이었다.
팬들의 마음은 경기 중인 선수들의 마음에도 울렸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kt는 원정마법사 당일인 13일 패배하며 9연패 수렁에 빠졌다. 그날 밤 박경수는 가족, 지인들로부터 많은 전화를 받았다. “TV 중계를 보는데 응원 소리가 홈구장처럼 엄청 크게 들리더라”고. 박경수는 팬들을 위해서라도 꼭 이기겠다는 마음을 한 번 더 다졌다.
14일 경기서 3번타자로 선발 출전한 박경수는 지속적으로 팬들을 의식했다. 전날 철수한 응원단도 있었지만 남아있는 팬들의 숫자도 여전히 많았다. ‘더 잘하고 싶다’는 마음이 점점 커졌다. 박경수는 “외야에서 응원을 하시는데 유독 더 크게 들리는 것 같았다. 한 번씩 더 쳐다보게 되더라”고 했다. 5타수 3안타 맹활약하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경기 후 오랜만에 팬들, 그러니까 진짜 팀이 이기도록 만들어준 진짜 마법사들과 승리의 기쁨을 나눴다. 그렇게 좋아하는 팬들을 보니 같이 찡해졌다. 박경수는 “3루 쪽에 한 번, 외야 쪽으로도 한 번 인사를 하는데 팬들이 좋아해주시는 모습을 보니 기뻤다”고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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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5일 LG 서용빈 코치에게 다친 손가락을 보여주고 있는 박경수. 사진=천정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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