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삼성은 전반기를 마친 뒤 최다 역전패의 불명예를 안았다. 8월 초까지만 해도 뒷문은 여전히 헐거웠다 .악재마저 쏟아졌다. 안지만은 퇴출됐고, 심창민은 부상으로 빠졌다.
그런데 삼성의 색깔이 바뀌었다. 보수공사 효과일까. 뒷문이 단단하다. 최근 류중일 감독의 불펜 호평이 끊이지 않는다. 입에 침이 마르도록, 그렇게 반복적으로 할 정도로 칭찬해주고 싶은 활약상이다. 잘 안 되던 불펜야구가 잘 되는 삼성이다.
삼성은 지난 23일 SK를 9-8로 이겼다. 6점차 열세를 뒤집었다. 상대 실수를 놓치지 않으며 화끈한 타격(13안타 6사사구)을 펼쳤다. 이승엽은 KBO리그 통산 최다 타점(1389) 타이 기록을 세웠으며, 16시즌 연속 100안타에 도전하는 박한이는 안타 3개를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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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적생 김대우는 후반기 들어 자신의 진가를 발휘하고 있다. 23일 현재 16경기에 나가 3승 3홀드 평균자책점 1.76을 기록하고 있다. 사진=MK스포츠 DB |
삼성은 지난 12일 두산에게 역전패를 했다. 심창민이 허리 통증으로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된 날이었다. 장원삼이 동점을, 장필준이 역전을 허용했다. 하지만 이후 삼성은 한 번도 뒤집히지 않았다. 그렇게 불펜이 견디는 데다 타선의 폭발과 맞물려 삼성도 희망의 실마리를 찾고 있다.
삼성의 선발야구는 삐걱거리고 있다. 선발투수 플란데는 지난 23일 공이 몰리면서 또 난타를 당했다. 피안타만 10개. 4이닝 만에 강판했다. KBO리그 데뷔 이래 최소 이닝. 피안타율은 3할(0.312)을 넘어섰고 평균자책점은 6.12까지 치솟았다.
플란데만이 아니다. 최근 삼성 선발진은 긴 이닝을 소화하지 못했다. 차우찬이 지난 21일 고척 넥센전에서 8이닝 완투패를 했을 뿐. 윤성환마저 지난 20일 넥센을 상대로 5이닝 6실점으로 부진했다. 5이닝도 못 버티고 강판하눈 경우도 종종 있다.
실점이 적은 것도 아니다. 지난 13일 이후 삼성 선발진의 평균자책점은 8.08(42⅓이닝 41실점 38자책)으로 매우 높다. 긴 이닝 호투를 펼칠 때도 있지만 불안할 때가 적지 않다. 자연스레 마운드 운용에 대한 고민이 커질 수밖에 없다.
그 가운데 삼성이 버티는 이유가 불펜이다. 지난 13일 LG전 이후 불펜 평균자책점은 1.38(32⅔이닝 5실점)로 매우 짰다. 이 기간 블론세이브도 없다. 백정현, 권오준, 김대우 등이 시즌 초반의 부진 터널을 빠져나오면서 불펜 중심을 잡아주고 있다. 삼성은 지난 23일에도 완벽한 계투로 SK 반격을 막아내며 역전승의 발판을 마련했다.
삼성은 현재 선발야구가 뜻대로 안 된다. 류 감독의 구상도 빗나가고 있다. 그렇지만 희망을 품고 있다. 타선과 불펜의 힘으로. 그 점에서 대반전이다. 불펜은 시즌 초반만 해도 삼성의 약점으로 지목됐다. 불펜 평균자책점은 하위권을 맴돌았다. 그렇게 부실했던 뒷문이 몰라보게 견고해졌다. 하루 빨리 돌아와야 할 심창민이 없음에도.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불펜야구가 원활하게 이뤄지는 셈이다.
김대우는 후반기 평균자책점 1.76 3승 3홀드를 기록, 불펜의 중심축으로 자리매김했다. 그는 “(다소 늦긴 했지만)새로운 환경에 적응을 마쳤다. 최근 나뿐 아니라 불펜이 (권)오준이형을 중심으로 잘 뭉치면서 잘 하고 있다. 다들 ‘잘 해야 한다’라는
이어 김대우는 “최근 불펜의 소화 이닝이 많아졌으나 힘들지 않다. 시즌 초반만 해도 불펜이 흔들려 선발진이 많은 이닝을 책임져야 했다. 지금은 반대로 그 짐을 불펜이 나눠가져가고 있다. 그렇게 서로를 돕는 것이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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