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준플레이오프 1차전)
LG가 1-0으로 앞섰던 5회초 1사2,3루. 톱타자 김용의 타석에서 넥센 벤치는 ‘선택지’를 쥐었다. 정규시즌 넥센전 타율(0.543)이 LG 라인업 중 최고였던 김용의는 이날도 첫 타석에 안타가 있었다. 김용의-이천웅-박용택으로 세 명의 좌타자가 이어지는 데다 특히 김용의는 우투수 타율(0.351)과 좌투수 타율(0.259)이 1푼이나 차이가 나는 타자다.
정규시즌이었다면 넥센 벤치의 ‘퀵후크’는 예상하기 힘들다. 그러나 포스트시즌, 그것도 필사적으로 잡아야했던 준PO 1차전이었던 데다 선발 투수가 어느 정도 릴레이를 각오하고 냈을듯한 맥그레거였던 점을 생각하면 원포인트 좌투수 이후 셋업맨을 이어 붙이는 투수 교체가 탐났을 수 있던 상황이다. 그러나 벤치는 참았고, 맥그레거는 2스트라이크를 잡고도 결국 김용의에게 싹쓸이 2타점 2루타를 허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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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넥센의 1차전 ‘승부수’였던 선발 맥그레거는 결정적인 순간마다 복판으로 공이 몰리면서 5이닝 4실점 패전투수가 됐다. 사진(고척돔)=옥영화 기자 |
맥그레거는 원래 유인구를 잘 던지는 유형이 아니다. 씩씩하게 존에 많이 집어넣는 스타일이라 볼넷은 적은 편이지만, 대신 적극적으로 휘두르는 타자들에게 결정타를 너무 쉽게 맞을 때가 적지 않다. 와일드카드 결정전 두 경기에서 지켜본 LG 젊은 타자들은 너무 ‘덤빈다’ 싶을 정도로 배트를 휘두르고 있었기 때문에 맥그레거의 공이 애매한 구위로 자꾸 몰리면 꽤 두들겨 맞는 상황이 나올 수 있다고 우려했는데 결과는 나빴다.
특히 5회초 무사1루에서 두 차례 번트를 실패한 LG 8번 정상호를 볼카운트 1B2S로 몰아붙인 후 복판에 집어넣는 실투성 공을 던져 안타를 허용한 장면, 이어진 1사2,3루서 김용의를 역시 볼카운트 1B2S까지 잡고도 다시 가운데 몰린 공으로 적시타를 얻어맞는 장면은 잇달아 안타까웠다. 두 장면 모두 포수 박동원이 (맥그레거의 공이 자꾸 몰리는 것을 의식했던 탓인지) 확실하게 빠져 앉으면서 타깃을 잡아주려고 노력했지만, 투수의 공은 번번이 복판으로 밀려들어갔다.
위닝샷이 부족한 투수는 이렇게 억울하다. 2스트라이크를 잡고도 결정타를 얻어맞으면 이전까지 애쓴 공들이 모두 소용없게 된다. 속구와 빠른 슬라이더 위주로 볼을 배합하는 맥그레거는 속구와 변화구의 구속 차가 적어 약점이 될 때가 많다. 5회 이천웅에게 삼진을 잡을 때 느린 커브를 썼는데, 이 공을 좀 더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었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한 경기를 내줄 수도 있지만, 넥센이 0-7로 패한 것은 뜻밖이다. 특히 11안타 무득점으로 역대 포스트시즌 최다안타 영패라니. 적어도 2016넥센이 가져갈 기록은 아니었는데 속 쓰린 결과다. 선취점을 내준 직후였던 1회 바로 만루 기회를 만들었고, 4회에도 1사만루를 잡았지만 1점도 뽑지 못했다. 짜임새 있고 활기찬 조직력의 넥센 타선이 페넌트레이스에서 보여줬던 착실한 득점능력을 떠올리면 전혀 넥센다운 야구를 하지 못했다. 이렇게 무력하게 꼬이는 경기가 나올 수도 있으니 야구는 때론 참 야속하다.
와일드카드 결정전 승리팀 L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