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한국시리즈 1차전)
해를 바꿔 이어진 두산 니퍼트(35)의 포스트시즌 34⅓이닝 연속 무실점 퍼레이드는 그저 감탄을 자아낸다. 위력적인 구위만큼 무서운 것이 상대의 예측을 벗어나는 ‘큰 그림’, 다이내믹한 테마가 있는 승부수다.
지난해 가을 니퍼트의 주된 패턴은 몸쪽 빠른 속구와 바깥쪽 변화구의 배합이었다. 이번 가을의 첫 마운드이자 21일만의 등판이었던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니퍼트는 초반 속구 일색의 극단적인 테마를 들고 나왔다. 2회까지 던진 변화구는 고작 2개. 무려 93%의 비율로 쏟아진 속구 피칭은 NC 타자들의 수싸움 회로를 엉클어 놓았다. 3회부터 슬라이더를 섞었고 4회부터 체인지업을 늘렸다. 5회에는 커브를 앞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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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번의 계절이 바뀐 후에도 ‘가을 니퍼트’는 여전히 강력했다. 포스트시즌 34⅓이닝 연속 무실점을 이어내면서 두산의 KS 1차전 승리를 견인했다. 사진(잠실)=천정환 기자 |
반면 스튜어트(NC)의 구위와 컨디션은 플레이오프 2차전 때보다는 좋지 않아 보였다. 커트패스트볼 등 장기인 변형 속구로 타자의 타이밍을 빼앗는 피칭을 구사했지만, 맘먹은 대로 들어가 주지 않으면서 6회까지 7피안타를 허용하는 어려운 경기를 했다.
그러나 진땀을 흘린 스튜어트가 ‘난공불락’ 니퍼트와 마찬가지로 결국 실점을 하지 않았다는 게 중요했다. 누군가에게 기회가 있었든, 누군가는 숨 막히게 눌렸든, 니퍼트-스튜어트의 선발 맞대결에선 0-0의 균형이 깨지지 않았다. 선발의 절대 열세를 불펜의 저력, 타선의 힘으로 이겨내야 하는 NC의 이번 한국시리즈 필승 루트를 생각해보면, (비록 두산 에이스 니퍼트의 등판 경기였지만) 선발 무승부의 시점에서 이 경기는 NC에게 더 절박했던 경기였다는 느낌이다. 시리즈 내내 지속적인 선발 열세가 예상되는 NC로선 ‘초반에 지지 않는 경기’가 바로 꼭 잡아야 하는 경기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NC는 9회 이후 거푸 주자들을 내보내면서도 끝내 한 점을 내지 못했고, 경기 내내 운도 따라주지 않으면서 흐름을 자꾸 놓치는 것으로 보였던 두산은 끝내 한 점을 만들
경기 후 김경문감독(NC)은 “빨리 잊어야 한다”고 말했는데 맥이 풀리지 않는 것이야말로 지금 NC 선수들에게 가장 중요한 미션일 것 같다. (SBS스포츠 프로야구 해설위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