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윤진만 기자] FIFA월드컵이 ‘48개국 시대’를 맞았다. 2026년부터 기존 32개국에서 16개국 확대한 48개국 체제로 대회를 치른다. FIFA는 10일(현지시간) 투표 결과를 토대로 이같은 내용을 확정했다.
발표 후, 더 많은 국가에 월드컵 참여 기회를 준다는 기존 취지와 달리, 안타깝게도 참가국 확대가 가져올 ‘지루한 월드컵’에 대한 우려부터 나도는 것 같다. 월드컵 기간 중 현행 64경기에서 16경기 늘어난 80경기를 치르는 것이 월드컵을 늘어뜨릴 거란 걱정이다.
지난해 여름 프랑스에서 열린 유로2016에서 참가국 및 경기수 증가가 대회 전체에 끼치는 모습을 지켜본 이들이라면 의문을 가질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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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로2016 결승전에서 연장 후반 에데르 결승골에 크게 기뻐하는 포르투갈. 사진(프랑스 파리)=AFPBBNews=News1 |
처음으로 24개국이 참가한 유로 2016에서 조 3위 중 상위 4팀도 조 1, 2위팀들과 함께 16강에 진출한다고 하니 대다수 팀은 모험보단 안정을 택하는 경향을 보였다. 그리고 안정을 택한 팀(웨일스 폴란드 아이슬란드 등)이 기존 스타일을 고집한 팀(스페인 등)에 비해 대체로 선전했다. 포르투갈은 90분 기준 단 1승(5무)을 하고 우승컵에 입 맞췄다.
유로2016에서 총 51경기 중 무승부는 14경기(27.5%)에 달했다. 전체 11.6%에 이르는 6경기는 (90분 기준)무득점 무승부로 끝났다. 4경기 중 1경기꼴로 승자를 가리지 못했고, 9경기 중 1경기꼴로 득점조차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전체 파이가 커지니 무승부도 덩달아 늘어났을 뿐, 프랑스에서만 유독 무가 판을 친 것은 아니다. 유로2012와 비교해도 무승부 확률은 대략 5% 정도 늘었다. 유로96부터 유로16까지 총 6개 대회 206경기를 살펴보면 무승부는 총 51차례(24.8%) 나왔다. 선수비 후역습 전술의 유행, 조3위 어드밴티지 등이 맞물려 평균치를 살짝 웃돌았을 뿐이다. 지루한 대회였다고 평가할 객관적 근거는 없다.
이 통계가 가리키는 점은 명확하다. 변수가 많은 한 경기 결과를 정확히 예측하기란 어렵지만, 전체를 놓고 볼 때 각 대회(또는 리그)는 어느 정도 일정한 패턴을 보인다. 1986년부터 2014년까지 총 8차례 월드컵도 대회 특성이 다름에도 유로와 비슷한 추세를 보였다. 전체 경기 중 비길 확률은 고작 1.1%차이인 23.7%(476경기 113무)였다.
이제 수치(24%)를 2026년 월드컵에 대입해보자. 80경기 중 대략 19.2경기에서 무승부, 9.4경기가 득점 없이 끝날 거란 계산이 나온다. 실제 19경기에서 무승부가 나온다면 대회가 지루하다고 느낄수 있겠지만, 경기수의 증가는 짜릿한 승부도 덩달아 늘어난다는 얘기도
어디까지나 통계학적인 분석이지만, 개편된 조별리그 시스템에서 3팀 중 최소 2위만 해도 토너먼트에 진출하는 정황상 ‘무패’에 초점을 맞춘 팀들이 대거 등장할 수 있다. 제2의 독일이 아닌 제2의 포르투갈이 월드컵을 가져간다고 해도 놀랄 일은 아닐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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