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日 오키나와) 이상철 기자] 우규민(32·삼성)은 WBC 대표팀 마운드 활용의 또 다른 열쇠다. 잦은 변수로 플랜B를 가동해야 하는 대표팀에게 우규민의 활용가치는 어느 때보다 커졌다.
우규민은 “번트 수비 훈련을 열심히 했다”라고 했다. 승부치기를 가리킨 발언이다. 우규민은 2015 프리미어12 조별리그 B조 미국과 5차전에서 연장 10회 오심 불운 속 결승 실점을 허용했다.
우규민은 승부치기 전문 투수가 아니다. 그러나 그만큼 우규민의 각오를 엿볼 수 있다. 우규민은 “대표팀이라면 누구나 최선을 다해야 한다. 어느 보직이든 상관없다. 연장 승부치기에 투입돼도 괜찮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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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규민은 지난 14일 WBC 대표팀 소집 후 첫 불펜 피칭을 했다. 그에 대한 평가는 호의적이다. 사진(日 오키나와)=옥영화 기자 |
대표팀 내 몇몇 투수의 현재 몸이 가볍지 않다. 준비기간이 더 필요한 이들이 있다. 그 중 1명이 이대은(경찰)이다. 선발진 구성의 최대 변수다.
양현종(KIA), 장원준(두산)과 짝을 맞출 선발투수가 필요하다. 이대은이 어려울 경우, 차우찬과 우규민이 대안으로 떠오른다.
대표팀은 기본적으로 좌우 롱릴리프로 차우찬(LG)과 장시환(kt)을 염두에 두고 있다. 김인식 감독의 베스트 시나리오다. 우규민이 플랜B 선발진의 빈자리를 메운다면 착착 맞아 떨어지게 된다.
우규민도 이를 준비하고 있다. 어느 때보다 얼굴이 까맣게 탔다. 얼마나 열심히 운동했는지를 엿볼 수 있다. 우규민은 “프로 15년차인데 아마 개인적으로 가장 운동을 많이 한 겨울이다. 체중이 신인 시절의 79kg까지 줄었다”라고 했다. KBO리그 홈페이지에 공개된 그의 체중은 83kg이다.
노력과 땀은 배신하지 않는 법이다. 한 달 빨리 페이스를 끌어올려야 했던 우규민의 현재 컨디션은 매우 좋다. 그는 “첫 WBC 출전이라 일찍부터 준비했다. 예년보다 더 몸이 좋고 힘도 더 많이 남아있다”라고 말했다.
WBC 대표팀은 소집 전 괌에 미니 캠프를 차렸다. 삼성 소속의 우규민도 한 공간에 있었다. 한 차례 불펜 피칭도 했다. 그러나 두 집 살림을 하지 않았다. 대표팀 코칭스태프는 우규민에 관해 직접적으로 체크하지 못했다.
우규민의 피칭을 살핀 건 지난 14일. 선동열, 송진우 투수코치는 합격점을 줬다. 선 코치는 “염려를 했는데 생각 이상으로 몸을 잘 만들었다”라고 만족스러워했다. 송 코치도 “구속을 좀 더 올려야 하나 제구가 상당히 뛰어났다”라고 평했다. 우규민의 공을 직접 받았던 양희현 불펜포수(넥센) 또한 “제구는 물론 구위까지 좋았다”라고 했다.
KBO리그 공인구와 비교해 미끄럽고 실밥이 안 나온 WBC 공인구도 그에겐 더 도움이 된다. 우규민은 “마치 무회전 공을 던지듯 변화가 더 많이 생긴다. 나랑 잘 맞는 걸까”라며 웃었다.
우규민은 언더 유형의 투수다. WBC에서 이른바 잠수함 투수의 활약이 컸다. 김 감독은 이번 대회에도 잠수함 투수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대표팀 내 잠수함 투수는 우규민을 비롯해 심창민(삼성), 임창용(KIA), 원종현(NC) 등 4명이 있다. 그 가운데 선발 자원은 우규민 밖에 없다.
투구수 제한 규정이 있는 WBC에서 선발투수는 첫 번째 투수에 가깝다. 최대한 길게 던져주는 역할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건 이닝보다 무실점이다.
송 코치는 “이닝이 적고 투수수가 많더라도 실점을 최소화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때문에 제구가
준비를 착실히 한 우규민은 그 조건을 충족할 수 있다. 우규민은 “팔과 어깨를 푸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는다. 선발과 불펜 모두 괜찮다”라며 “나도 잠수함 투수 선배들의 뒤를 이어 좋은 결과를 내고 싶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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