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안준철 기자] “제대로 못 쉬었어요.”
21일 고양체육관에서 만난 이승현(25·오리온)은 표정은 복잡했다. 이유는 그랬다. 지난 19일 인천 삼산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전자랜드와의 경기 1쿼터 3분경 이승현과 전자랜드 외국인 커스버트 빅터가 몸싸움 직전까지 가는 신경전을 펼쳤다. 빅터가 골밑슛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팔꿈치로 이승현을 밀었고, 넘어진 이승현이 흥분을 참지 못하며 빅터에 달려들었다. 문제는 빅터와 충돌하면서 이승현이 인종차별발언을 했다는 논란에 일면서였다. 물론 이승현은 곧바로 해명했고, 느린 그림으로 나온 충돌장면에서도 인종차별과 관련된 발언은 찾기 어려웠다. 이날 오리온이 85-83으로 승리, 선수들은 꿀맛 같은 이틀 외박을 받았지만 이승현은 마음고생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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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승현의 등번호 33번은 역시 농구선수 출신인 어머니 최혜정씨의 현역시절 등번호이기도 하다. 지난 시즌 우승 후 아버지 이용길씨의 암투병 사실이 알려져 마음고생을 많이 했던 이승현은 KBL효자 선수로도 잘 알려져 있다. 사진=MK스포츠 DB |
▲ 外人과 대결은 아직도 힘들어
코트에서 이승현은 좀처럼 흥분한 모습을 보이지 않는 선수이기에 의외라는 반응이 많았지만, 빅터와의 충돌은 필연적인 결과였다. 전형적인 5번(센터)이 없는 오리온 팀 사정상 이승현이 상대 외국인 선수를 주로 전담해서 막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승현의 수비 능력은 리그 탑 수준이라는 평가. 197cm로 상대 빅맨들을 상대하기에는 비교적 작은 키임에도 힘에서 밀리지 않는다. 더구나 빅터와는 악연이 있다. 지난 1월12일 고양 홈에서 열린 전자랜드전 1쿼터에서 공중볼을 경합하던 중 점프에서 내려오다 빅터의 발을 밟고 착지해 왼쪽 발목이 돌아갔다. 지난 2015년 아시아선수권에서 다쳤던 부위다. 당시 이승현은 무서운 회복세로 팀에 빨리 복귀했지만, 이번 부상은 생각보다 심했다. 이승현은 “선수생활 통틀어 가장 오래 자리를 비웠다”고 말했다. 이승현은 자신의 최고 무기는 ‘몸뚱어리’라고 할 정도로 튼튼함을 자랑했다. 큰 부상을 당해도 공백이 길지 않았지만, 이번에는 3주 정도 전열에서 이탈했다.
그래도 이승현은 외국인 선수를 전담해서 막는 데에 대한 불만은 없었다. 그는 “나 혼자 막기는 힘들다. 동료들이 도와주기에 돋보이는 것이다”라며 “처음이 아니라 지금은 익숙하다. 만약 지난 시즌처럼 외국인 선수 수비를 막 시작했으면 힘들었지만, 지금은 나아졌다”고 말했다. 이승현이 뽑은 가장 까다로운 외국인 선수는 안양 KGC의 데이비드 사이먼. 이승현은 “나이(35세)도 적지 않은데, 힘이 더 좋아진 것 같다. 하지만 절대 밀리지 않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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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승현은 오리온에서 궂은 일을 도맡아 한다. 외국인 빅맨도 이승현이 주로 맡는다. 힘들지만 힘든 내색은 하지 않는다. 사진=MK스포츠 DB |
▲ 좀 더 공격적으로...아직 50%도 안된다
지난 시즌 이승현은 MK스포츠와 인터뷰에서 “좀 더 공격적으로 변하겠다”고 말했다. 자신이 생각하기에도 이승현은 수비에 더 초점을 맞춘다. 이승현에게 스스로 팀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몇 퍼센트 정도 되는지에 대해 묻자 “33%다”라고 당당하게 말했다. 자신의 등번호 33번에 맞춘 센스있는 답변이 아니냐고 되묻자 그는 “아니다. 33%정도일 것 같다. 그중 수비가 30%다”라며 웃었다. 물론 공격적인 부분에 신경을 쓰지 않는 것은 아니다.
물론 시즌 평균기록만 놓고 보면 아직 부족한 부분이 분명하게 있다. 평균득점이 11점으로 지난 시즌 11.2점에 비해 다소 떨어져있다. 하지만 부상을 당한 것을 감안하면 이승현의 공격력이 떨어졌다고 볼 수만은 없다. 부상 복귀 후 부진하기도 했지만, 최근 들어 이승현의 득점이 늘면서 오리온은 수월하게 경기를 풀고 있다. 최근 3경기에서 이승현은 평균 35분 53초 22득점(3점슛 3.3개) 5.66리바운드 2.66어시스트 1.33블록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 15일 삼성과의 홈경기에서는 개인 최다득점 기록인 33점을 넣었다. 이승현은 “연습이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 1시간 먼저 나와서 슛연습을 하고 있다”며 “친한 친구인 김준일(삼성)과 후배 이종현(모비스)의 격려도 힘이 됐다”며 다시 감사함을 전했다.
그래도 아직 배고프다. 이승현은 “시즌 전 생각했던 것에 비해서는 한참 모자란다. 아직 50%도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며 입맛을 다셨다.
▲ 코트에 나설때 외우는 주문 ‘포기하지 않는다’
이승현은 오리온 입단 당시부터 화제를 모았다. 프랜차이즈 사상 첫 전체 1순위 신인이었고, 신인상을 받으며 자신의 실력을 입증했다. 2년차인 지난해에는 팀을 챔피언결정전 우승으로 이끌며, 챔프전 MVP에도 뽑혔다. 오리온 입단 당시 “두목호랑이가 아닌 KBL두목이 되겠다”고 밝힌 목표를 2년만에 이뤄낸 것이다. 그렇게 매년 발전하려고 노력하고 있고, 실제로 현실로 만드는 선수가 이승현이다.
올해 목표도 당연히 우승이다. 이승현은 “손가락 다섯 개에 우승반지를 모두 끼는 게 목표다. 그러면 영구결번도 가능하지 않을까요”라며 환하게 웃었다. 물론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통합우승이다. 그러나 현실적인 상황은 오리온에게 유리하지 않다. 22일 현재 27승15패로 정규시즌 3위에 머물러있다. 1위 KGC(29승13패)와는 2경기, 2위 삼성(28승14패)과는 1경기 차다. 지난 시즌에도 오리온은 시즌 초반 선두를 달리다가, 중후반 KCC와 모비스에 밀려 정규시즌 3위에 그쳤다. 올 시즌도 지난 시즌과 비슷하게 흘러가고 있다. 초중반 애런 헤인즈가 부상으로 이탈했던 부분까지도. 이승현은 “올해는 나도 부상으로 자리를 비웠다. 가장 뼈아픈 부분은 지난 전자랜드전에서 (김)동욱이형이 부상을 당한 것이다. 다행히 큰 부상은 아니지만, 동욱이 형이 차지하는 비중을 생각하며 아쉽다”라고 말했다.
그래도 “포기는 없다”는 게 이승현의 말이다. 그는 “항상 코트에 나서기 전에 ‘포기하지 않는다’다고 말하면 경기가 잘 풀린다”며 “작년에도 플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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