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고척) 이상철 기자] 극과 극이었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데뷔 무대 위의 양현종(29·KIA)은 마치 두 사람 같았다.
일찍이 선발투수 자원으로 분류된 양현종은 7일 대만전 카드로 준비됐다. 당초 2번째 카드(네덜란드전)로 꼽혔지만, 여러 고민 끝에 맨 마지막으로 미뤘다.
초반 평가전 부진(22일 요코하마전 2이닝 4피안타 1탈삼진 1실점-26일 쿠바전 3이닝 4피안타 1볼넷 1탈삼진 2실점) 때문도 있지만, 최종 순위를 가릴 대만전의 중요성을 고려한 판단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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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만민국의 양현종이 9일 열린 2017 WBC 1라운드 A조 대만과 3차전에 선발 등판했다. 그는 초반 4타자 연속 탈삼진 이후 전혀 다른 피칭을 펼쳤다. 사진(고척)=천정환 기자 |
양현종은 지난 4일 경찰전에서 허리 통증을 느끼며 강판하기 전까지 인상적인 역투를 펼쳤다. 4이닝 2피안타 4탈삼진 1볼넷 무실점. 이번에는 허리 통증도 없었다.
전날 네덜란드와 혈투를 치렀던 대만은 끈질겼다. 양현종의 공 하나하나에 물고 늘어졌다. 테이블세터 후친롱과 쟝즈하오는 파울만 7개를 쳤다.
양현종은 둘을 상대하는데 총 16개(6개-10개)의 공을 던졌다. 그러나 구위가 좋았다. 연속 삼진. 기세를 타 쟝즈시엔마저 3구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탈삼진 퍼레이드는 대만의 간판타자 린즈셩까지 이어졌다. 풀카운트 끝에 헛스윙 삼진. 4타자 연속 탈삼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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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만민국의 양현종이 9일 열린 2017 WBC 1라운드 A조 대만과 3차전에 선발 등판해 역투하고 있다. 사진(고척)=천정환 기자 |
가장 좋은 위기탈출은 내야 땅볼 유도에 이은 더블 플레이. 천용지의 타구는 2루수 서건창에게 향했다. 그러나 키스톤 콤비의 반응 속도가 조금 떨어졌다. 아웃카운트는 1개. 양현종에겐 불운이었다.
실점 후 양현종의 제구는 불안했다. 공이 몰렷다. 볼도 늘었다. 린쿤성의 내야안타에 린저슈엔의 사구로 불씨는 더 커졌다. 후친롱은 양현종의 초구를 공략, 2타점 적시타를 날렸다.
대만의 2번째 수비만큼 한국의 2번째 수비도 시간이 참 오래 걸렸다. 양현종은 쟝즈하오를 2루수 땅볼로 처리하고서야 더그아웃으로 향할 수 있었다. 2회만 투구수 27개. 피안타 4개와 사구 1개로 3실점을 했다.
한국에게 다행스러웠던 점은 3회의 양현종은 1회의 양현종으로 되돌아왔다. 쟝즈시엔과 린즈셩을 연속 3구 삼진으로 처리했다. 높은 공으로 배트 스윙
린이취엔에게 2타석 연속 2루타를 맞았으나 가오궈후이를 유격수 뜬공으로 잡으며 임무를 완수했다. 총 투구수는 58개, 스트라이크는 45개로 77.6% 비율이었다. 3실점을 했지만 6탈삼진은 강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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