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결론은 또 ‘유임’이다. 대한축구협회는 울리 슈틸리케 감독(63)을 품었다. 지난해 말과 다르지 않은 선택이다.
놀랍지 않다. 어느 정도 예상된 결론이다. 슈틸리케 감독 이후의 대안이 마땅치 않았다. 짧은 기간 ‘더 나은 새 감독’을 찾아야 하며, 더 짧은 기간 그 새 감독은 ‘더 나은 대표팀’을 만들어야 한다. 어느 쪽을 택하든 모험이나, 대한축구협회가 위험부담이 덜하다고 판단한 쪽은 슈틸리케 감독의 재신임이었다.
9회 연속 월드컵 본선행을 꿈꾸는 한국축구는 슈틸리케 감독과 운명을 함께하기로 뜻을 모았다. 슈틸리케 감독에게 주어진 임무는 2018 러시아월드컵 본선 진출이다. 최종예선 10경기 중 7경기를 치른 현재, 통과 확률이 있지만 예선 탈락 확률도 엇비슷하게 있다.
위험천만한 상황에서 꺼낸 ‘최상의 수’는 아닐 것이다. 그러나 그만큼 불가피한 선택이기도 했다. 결국 이 체제로 난관을 헤쳐 나가야 한다.
중요한 건 고정이 아니라 변화다. 무엇보다 슈틸리케 감독부터 바뀌어야 한다. 기회를 다시 한 번 부여했지만 이대로는 곤란하다. 신뢰관계를 회복해야 한다. 더 이상 타협과 양보, 배려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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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슈틸리케 감독은 기회를 다시 부여받았다. 하지만 이전과 다른 변화가 불가피하다. 그부터 바뀌어야 한다. 사진=MK스포츠 DB |
좋은 팀을 만들려면 좋은 감독이 필요하다. 좋은 감독을 정의하기 어렵다. 판단 기준과 관점이 다양하다. 그렇지만 적어도 공통분모가 있다. 팀을 강하게 만들어 좋은 성적을 내는 지도자는 후한 평가를 받기 마련이다. 찾아올 위기를 슬기롭게 탈출한 해결책도 갖고 있어야 한다. 즉, 지도자의 ‘능력’이 매우 중요하다.
2014년 9월 한국 땅을 밟은 슈틸리케 감독은 능력 있는 감독일까. 그리고 좋은 감독일까. 러시아월드컵 최종예선을 거치면서 그의 거품이 빠지며 ‘그렇지 않다’는 걸 알게 됐다.
한국은 4승 1무 2패(승점 13점)로 A조 2위다. 그의 말마따나 이 자리만 유지해도 월드컵 본선에 나갈 수 있다. 그러나 잔여 3경기를 그르칠 경우 못 나갈 수도 있다. 허튼 소리가 아니다. 그 위기감이 팽배하다. 슈틸리케 감독이 걸어온 길이 잘못됐다는 것이다. 그 잘못된 길을 앞으로 계속 걸어간다면 최악의 상황에 직면한다는 건 너무도 뻔하다.
슈틸리케 감독이 가장 변해야 할 건 문제인식이다. 그의 입을 통해 파악할 수 있는 건 그가 판단할 때 대표팀은 아주 큰 문제가 없다. 주어진 상황에서 최대한 준비를 했으나 불운했거나 상대가 워낙 잘했다. 하지만 이는 변명과 핑계로만 들린다. 비판도 겸허히 수용하지 않는다. 소통이 안 됐다. 그는 고집불통이었다.
언론과 많은 자리를 가졌으면 좋겠다고 밝혔던 그는 언론의 비판에 불쾌한 반응을 여러 차례 보였다. ‘뭐가 문제냐’는 신경질적인 반응도 있었다. 대표팀을 감싸는 걸 수도 있지만 지금껏 행보로 봤을 때 그럴 가능성은 낮다. 대표팀을 꿰뚫어 보는 시야와 냉철함이 보이지 않는다. 감독부터 제대로 문제인식을 가져야 해결책을 마련할 수 있다는 게 축구 전문가의 공통된 주장이다.
슈틸리케 감독은 시리아전 승리 후 “더 강한 대표팀을 만들기 위한 대비책을 만들겠다”라고 밝혔다. 원론적인 이야기다. 또한, 두루뭉술하다. 그는 늘 그랬다. 카드를 숨기기 위함으로 보기 어렵다. 문제를 진단하지 못하니 그에 알맞은 답을 찾지 못했다. 적어도 명확하게 제시한 적이 없다.
슈틸리케 감독은 짧은 소집기간을 불평했다. 그러면서 다음 카타르 원정을 앞두고 조기 소집이 가능하다면서 반색했다. 하지만 그것이 능사는 아니다. 또한, 대표팀의 특성상 소집기간은 한계가 있다. 국제축구연맹(FIFA)이 정한 규정이다. 그 시간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극대화하느냐가 중요하다. 새로 바뀐 게 아니다. 슈틸리케 감독 부임 이전부터 반복됐던 시스템이다. 그 점에서 최장수 감독인 슈틸리케 감독은 ‘노하우’가 없다는 이야기다.
계획이 필요하다. 월드컵 최종예선 잔여 3경기를 어떻게 치르기 위해 대표팀을 어떻게 수정해 강화시키겠다는 복안이 있어야 한다. 단순히 “다음 경기에 잘하겠다”는 말로 때울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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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슈틸리케 감독은 기회를 다시 부여받았다. 하지만 이전과 다른 변화가 불가피하다. 그부터 바뀌어야 한다. 사진=MK스포츠 DB |
슈틸리케 감독은 2015 아시아컵 준우승 직후 “자신보다 팀에 더 집중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렇지만 그의 선수 선발 과정, 그리고 기용을 바라보면 정반대다.
현재 최상의 컨디션으로 최고의 기량을 펼치는 선수가 태극마크를 달아야 한다. 투명한가. 다른 무엇인가를 바라고 명단을 발표하진 않을 터다. 하지만 기준이 제각각이니 의구심만 들기 마련이다. 매번 잡음이 끊이지 않는다.
새로운 스타의 탄생을 바라는 때가 아니다. 지나친 자기 합리화도 피해야 한다. 자신이 작품 탄생이 아닌 팀에 실익이 가는 방향으로 대표팀을 꾸려가야 한다. 2년 전 그가 밝혔듯, 개인이 아닌 팀이 중요하다. 누가 흐린 것일까.
한국의 기본 전력은 A조의 다른 5개국과 견줘 모자람이 없다. 그런데 실망스러운 내용이고 결과다. 최종예선이 점점 험난해지고 있다는 방증일 수 있으나 100% 힘을 다 쓰지 못하니 답답한 실정이다.
분위기가 처진다는 지적을 많이 받았다. 투지가 실종됐다. 절실하지 않은 선수들의 자세도 여론의 도마 위에 올랐다. 에둘러 슈틸리케 감독의 선수단 장악 능력이 떨어진다는 이야기다. 어려운 상황을 이겨내기 위해 하나로 뭉쳐야 하는데 결속력이 떨어진다. 슈틸리케 감독의 말실수도 힘 빠지게 한 요소이기도 하다. 슈틸리케 감독도 어깨에 힘을 빼야 한다. 보스가 아닌 리더가 필요하다.
슈틸리케 감독은 재신임을 얻었으나 입지가 매우 좁아졌다. 불씨는 여전히 남아있다. 또 다시 불거질지 모른다. 월드컵 최종예선을 통과한 뒤 감독을 교체하는 작업은 분명 고민거리가 많다.
월드컵 본선 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최종예선 통과 감독을 경질한 사례(2006년 조 본프레레 감독)가 없지 않다. 2002 한일월드컵 이후 최종예선과 본선 감독이 같았던 경우는 1번(2010년 허정무 감독)뿐이다. 다만 지난 대회에서 장기적인 관점으로 접근하려다 실패한 경험(홍명보 감독)이 있다.
중요한 건 슈틸리케 감독이 변할 수 있느냐다. 오랫동안 자신의 축구관을 정립한 노감독이다. 그리고 남은 기간도 짧다는 것이다. 한국은 오는 6월 13일 카타르와 최종예선 8차전을 갖는다. 70여일의 시간이 남아있다.
카타르전을 그르칠 경우, 남은 2경기에 대한 부담이 매우 커진다. 이란전(8월 31일)과 우즈베키스탄전(9월 5일)은 사실상의 결승 2경기다. 1승 1무 5패(승점 4점)의 카타르가 사실상 탈락이란 게 그나마 고무적이다. 하지만 한국은 최종예선 원정 3경기에서 1골도 못 넣은 채 1무 2패를 기록했다. 그 전철을 밟는다면 지난 3월 2
한준희 KBS 축구 해설위원은 “비상 상황이다. 카타르전은 어쩌면 분위기를 뒤바꿀 마지막 기회일지 모른다.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선수, 협회도 달라져야 하나 무엇보다 슈틸리케 감독의 바뀐 태도가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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