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5회까지 살얼음판을 걷던 승부였다. 양훈(넥센)과 켈리(SK)의 선발카드는 이름값과 큰 차이가 없었다. 초반 대량 실점한 양훈이 점차 안정세를 보였던 것과 다르게 켈리는 5회를 빼고 매 이닝 코너에 몰렸다.
SK가 4-0으로 리드했지만 넥센은 4회말 안타 3개와 사구 1개를 묶어 3점을 만회했다. 전날 3점차 열세를 뒤집었던 넥센이었다. 흐름은 알 수 없었다. 쫓기는 SK도 승리를 자신하기 어려웠으며, 쫓는 넥센도 패배할 것이라고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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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훈(가운데)이 교체된 뒤 넥센히어로즈의 악몽이 펼쳐졌다. 사진(고척)=김재현 기자 |
넥센은 실점 이후 곧바로 투수를 바꿨다. 넥센은 2번째 투수 박정준이 불을 끄기 바랐다. 박정준은 노수광을 유격수 땅볼로 유도했지만, 더블 플레이로 이어지지 않았다. 그 뒤부터 악몽이 펼쳐졌다.
SK 중심타선과 마주한 박정준은 최정을 볼넷으로 내보내 만루 위기를 초래하더니 한동민의 몸에 공을 던졌다. 허탈한 실점.
SK 타선은 박정준의 공을 치고 또 쳤다. 김동엽, 박정권, 이재원 등 3타자 연속 적시타로 주자는 계속 시계 반대방향으로 돌아 홈을 밟았다. 스코어는 5-3에서 11-3으로 크게 벌어졌다. 7실점까지 늘어난 양훈은 평균자책점이 4.91에서 7.16으로 치솟았다.
넥센은 벌떼 같은 물량공세를 피했다. 박정준이 2사 후 6명의 타자를 상대하는 동안 교체하지 않았다. 7회초에 돌입하고서야 김홍빈이 박정준을 대신해 등장했다. 박정준의 평균자책점도 2.25에서 9.64로 크게 뛰어올랐다.
넥센은 올해 15승 중 5승이 뒤집기였다. 하지만 8점차를 뒤집은 적은 없었다. 4번의 반격의 기회가 남아있지만 버거웠다.
20안타를 친 SK는 8회초 2점을 더 뽑으면서 13-5 대승을 거뒀다. 두 자릿수 득점은 시즌 5번째. 홈런 없이 두 자릿수 득점을 기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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