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5월의 첫째 주, 사구(死球)가 쏟아졌다. 36경기에서 기록된 사구만 51개. 4일 고척 KIA-넥센전에서만 7개가 나왔다. 넥센이 세운 한 이닝 최다 사구 타이 기록을 3일 후 다른 팀(SK)이 한 번 더 작성했다.
KBO리그에 사구가 급증했다. 5월 둘째 주 들어 사구가 다소 줄었지만(6경기 2개) 전체적으로 적지 않은 개수다. 총 166경기를 마친 10일 현재 사구 215개가 나왔다. 경기당 평균 1.30개다. 2005년 1.41개(504경기 711개) 이후 최다 기록이다. 현 페이스라면 사상 처음으로 사구 900개를 넘게 된다. 2015년부터 10구단 체제에 따라 경기수가 증가한 가운데 사구는 871개(경기당 평균 1.21개)와 800개(1.11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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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BO리그는 경기당 평균 1.30개의 사구가 나오고 있다. 2005년의 1.41개 이후 최다 기록이다. 사진=김영구 기자 |
◆결국은 사람이 공을 던지고 맞는다
올해부터 확대된 스트라이크존의 영향이 없지 않다는 게 현장의 공통된 의견이다. 넓이에 대해 체감하는 바가 제각각 다르지만 예년보다 확대됐다는 사실은 모두 인지하고 있다. 심판의 성향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기본적으로 공 하나를 더 높이 스트라이크로 판정한다.
자연스레 투수와 포수는 스트라이크존을 폭넓게 활용하려고 한다. 그만큼 타자와 승부하는 방법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A포수는 “스트라이크존이 넓어져 그 코너워크를 최대한 활용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B코치도 “일부 팀이 아니라 전반적으로 사구가 증가했다면, 스트라이크존 확대 영향을 빠트릴 수 없다. 전략적으로 인코스를 택하기도 한다”라고 했다.
모든 팀의 벤치는 배터리에게 적극적인 승부를 주문한다. 공격이 최선의 방어이기 때문이다. 특히 몸쪽으로 날아가는 공은 타자를 위협한다. 쉽게 배트가 나가지 못하며 수도 복잡하게 된다.
C코치는 “달아나는 투구가 더 위험하다. 어설프게 아웃코스로 승부하려다 장타를 허용하기 쉽다. 타자가 가장 치기 어려운 공은 인코스다. 맞지 않으려고 점점 인코스로 공을 던지는 것이다. 그러다 손에서 공이 빠져 타자를 맞히게 된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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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BO리그는 2011년과 2012년 사구가 경기당 평균 1개도 안 됐다. 하지만 2013년 이후 사구가 늘어났다. |
그렇지만 단순히 스트라이크존 확대로 단정 짓기는 어렵다. 어떤 현상이 단 하나의 이유만 있을 수는 없다. 배경은 복합적이다. 그 중 하나는 투심 패스트볼의 증가다.
우투수의 경우 투심 패스트볼 구사 비율이 높아졌다. 타자의 몸쪽으로 던질 경우 공이 안으로 휘어진다. 일직선의 포심 패스트볼과 달라, 타자가 치는 게 쉽지 않다. 그러나 계산과 다르게 각이 더 휘어진다면, 사구로 이어진다.
D포수는 “요즘 투수들이 투심 패스트볼을 많이 던지려고 한다. 투심 패스트볼을 잘 쓰는 투수야 안이든 바깥이든 다양한 코스를 활용하나, 기본적으로 투심 패스트볼은 인코스 승부를 하려고 쓰인다. 이 때문에 투심 패스트볼을 배우려는 투수가 여럿이다”라고 귀띔했다.
선수 개인의 문제일 수도 있다. 스트라이크존 확대보다 투수의 제구 난조가 사구 증가의 더 중대한 이유라는 현장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E타자는 “타석 안쪽으로 바짝 붙지 않는다. 그럼에도 몸에 맞는 공이 많아졌다”라고 이야기했다.
C코치는 “넓어진 스트라이크존의 영향도 없지 않으나 근본적으로 제구가 좋지 않은 게 주된 이유라고 생각한다. 자료를 살펴봐도 평소 제구가 좋지 않은 투수의 사구가 많은 편이다”라고 했다.
타자에게도 시선이 향한다. 타자의 다양한 타격 자세도 사구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주장이다. 몇몇은 타석 안쪽으로 최대한 붙어 상당히 공격적으로 타격을 한다.
F투수는 “평소 인코스 승부를 많이 한다. 몸쪽 높은 공을 스트라이크로 잡아준다면, 적극적으로 이를 활용해 볼카운트를 유리하게 끌고 가려 한다”라며 “적극적으로 덤비는 타자와 심리 싸움도 있다. 노리는 공을 치려는 타자의 스윙을 유도하고자 공 1,2개를 더 깊게 던지기도 한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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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K의 최정은 KBO리그 통산 사구 1위다. 그는 앞으로 10번만 더 맞을 경우 첫 200사구를 기록한다. 사진=김재현 기자 |
야구는 기본적으로 투수가 공을 던지고 타자가 공을 치는 종목이다. 그 안에 전략이 있다. 사구도 하나의 공격이자 방어다. 사구는 볼넷, 고의4구, 단타와 마찬가지로 한 베이스를 갈 수 있다.
만루 찬스에서 몸을 향해 날아오는 공을 피할 타자는 없다. 반대로 만루 위기에서 타자를 향해 공을 던지려는 투수도 없다. 일부러 맞히는 것은 아니다. 물론, 보복성 사구도 있다. 메이저리그에서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다. 그러나 KBO리그에서 그런 상황은 매우 드물다. 현장은 “사구에 고의성은 없다”라고 입을 모은다.
한현희(넥센)는 7일 고척 SK전에서 6회에만 3명의 타자를 맞혔다. 홈런 부문 1위의 최정(SK)은 두 차례나 공을 맞은 후 교체됐다. 민감할 수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두 팀은 충돌하지 않았다. SK도 고의적인 사구가 아니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SK의 G선수는 “팬은 결과적으로 맞은 것만 갖고서 판단할 수 있다. 그러나 선수와 코칭스태프는 경기를 하면서 사구의 고의 여부를 알 수가 있다. 그날 한현희는 실투였다. 만약 일부러 맞혔다면 가만있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지 않다는 걸 아니까 어떠한 행동도 하지 않았다”라고 설명했다.
한현희는 “그날 제구가 잘 안 됐다. 감도 아직 완벽하지 않다”고 해명했다. 무엇보다 팔꿈치 수술로 1시즌을 쉬었다. 이제 8경기 밖에 뛰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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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넥센의 한현희는 시즌 최다 사구가 13개였다. 그러나 올해는 벌써 9개를 기록했다. 팔꿈치 수술로 1시즌을 통째로 쉬는 바람에 감을 완벽히 되찾지 못했다. 사진=김재현 기자 |
투구 동작 시 하체 밸런스보다 손의 감각(그립)에 의해 사구가 나온다. 그 감이 나쁠수록 사구 확률이 높다. F투수는 “컨트롤 미스가 사구의 가장 큰 이유다. 예를 들어 아웃코스로 공을 던지려 했는데 정반대인 인코스로 공이 날아간다. 순간적인 손의 감각 때문이다”라며 “날씨, 장소 등 환경의 영향을 많이 받기도 하나. 실전 감각이 부족하다면 더욱 어려움이 따를 수 있다”라고 말했다.
생각의 차이라는 의견도 있다. 짧은 시간 동안 너무 완벽하게 공을 던지려는 생각을 하는 게 투구에도 영향을 끼친다는 것이다. 그래서 투수코치 및 투수는 마운드에서 여유를 가지되 냉정함을 유지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SK전에서 4개의 사구를 내준 한현희는 총 9개로 사구 부문 1위에 올랐다. 한현희의 개인 시즌 최다 사구는 2015년의 13개. 지난해 사구(23개) 1위는 박종훈(SK)이다. 올해 한현희까지 공교롭게 둘 다 언더핸드 유형이다. 다른 언더핸드 투수도 사구가 적지 않은 편이다.
투구 유형도 사구와 연관이 있을까. 의견이 분분하나 고개를 끄덕이는 쪽이 많다. B코치는 “언더핸드 투수는 옆과 아래서 공을 던지기 때문에 좌우의 폭이 오버핸드 투수보다 크다. 제구가 좋지 않을 경우 편차가 심해질 수 있다”라고 주장했다.
I투수는 “오버핸드 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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