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황석조 기자] 소위 ‘믿음의 리더십’이란 프로야구 세계에서 유난히 자주 쓰이는 말이다. 주로 사령탑이 부진한 선수에게 무한 신뢰를 내비치며 반등을 기다려준다는 뜻으로 이해된다. 결과가 좋을 때는 성적과 팬들의 마음까지 사로잡으며 명장소리를 듣지만 반대로 이렇다 할 성과가 없으면 ‘아무 것도 하지 않는다’, ‘쓰는 선수만 쓴다’ 등의 비판을 받는다. 그래서 위험요소가 다분하다.
김기태(49) KIA 타이거즈 감독은 이러한 믿음의 리더십에 알맞은 지도자다. 자신의 지휘스타일인 ‘형님리더십’도 이러한 믿음의 리더십과 궤를 같이 한다. 때로는 결합하기도 한다. 그래서인지 KIA는 신구조화라는 말이 잘 어울리는 팀이 됐다. 당장 임기영, 한승택 등 젊은 자원들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지만 임창용, 이범호 등 베테랑 자원들도 여전히 펄펄 날고 있다. 모든 것이 김 감독의 리더십 때문이라 단정할 수는 없지만 일부분 그러한 면이 없다고도 할 수 없다.
올 시즌 이러한 김 감독버전 믿음의 리더십이 제대로 중흥을 맞이했다. 특히 최근 들어 더더욱 각광받고 있는데 눈에 띄는 결과물들이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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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기태 감독의 믿음의 리더십이 빛나고 있다. 부진에 빠진 김주찬(왼쪽) 등 주요 선수들에 대한 굳건한 신뢰가 시간이 흐르며 결과로 나오고 있다. 사진=KIA 타이거즈 제공 |
일단 임창용을 향한 고심과 결단이 빛났다. 시즌 초반 KIA의 아킬레스건은 부실한 불펜이었다. 시범경기 때 좋은 성적을 남겨 기대를 모았던 한승혁이 주춤했고 나머지 불펜진도 안정감과는 거리가 있었다. 무엇보다 해결사가 돼야할 마무리투수 임창용이 연일 뒷문 잠그기에 실패하며 위기를 더 어렵게 만들었다. 팬들의 원성이 자자했다. 우승후보 팀에 어울리지 않는 불안감 속 KIA 경기는 9시 이후(대략 경기 중후반이 펼쳐지는 시간)부터가 문제라는 자조 섞인 이야기가 들릴 정도였다.
결국 김 감독은 임창용의 보직 교체 및 한시적 집단마무리체제를 결정한다. 상황 상 당연했던 조치. 그래도 김 감독은 “경기를 마무리한다는 게 쉽지 않다. 그런 면에서 수년 이상 정상급 마무리로 생활한 임창용은 대단하다. 나중에 (몸 상태가) 올라올 것이다”고 베테랑을 향한 예우와 신뢰를 잊지 않았다.
대부분은 김 감독의 기 살려주기 멘트 정도로 생각했다. 그런데 반전이 일어났다. 보직 교체 후 거짓말처럼 임창용이 구위를 회복해 살아나기 시작했다. 4월13일 두산전부터 전날 LG전까지 12경기 째 무실점 행진 중이다. 볼넷은 줄고 삼진은 늘어나고. 점차 이닝도 늘려갔다. 최근에는 완벽한 회복세다. 그러자 김 감독은 다시 임창용을 마무리투수로 복귀시켰다. 김윤동 등 불펜진과 부담을 나누는 편도 있지만 단시간에 다시 찾은 자리. 투수 전문가인 양상문 LG 감독도 “(임창용의) 공이 좋아졌다”며 높은 평가를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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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기태(왼쪽) 감독의 선수 개개인별 맞춤 믿음의 리더십이 팀 분위기를 긍정적으로 만들고 있다. 사진=KIA 타이거즈 제공 |
놀라운 것은 이러한 임창용과 유사한 사례가 5월 들어 동시에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주중 LG와의 3연전은 비슷한 경우가 연거푸 발생하며 하락세 위기에 있던 팀이 반등하는 계기가 됐다.
역할 구분이 없었다. 5선발이자 매해 아쉬움만 주던 선발투수 김진우는 지난달 말 복귀했지만 그다지 인상 깊지 않은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기록만 가지고는 평가하기 어려울 정도의 구위. 확실한 무엇이 없으니 매번 불안했다. 경쟁자가 치고 올라오면 자리를 장담하기도 어려운 입지. 그런 찰나 한 주간 두 번의 등판이 불가피해졌는데 심지어 첫 단추는 상위권 팀 LG와의 승부였다.
언뜻 쉽지 않아보였다. 그러나 김진우는 묵직한 구위로 6이닝을 소화했고 실점(2)도 최소화했다. 마찬가지로 볼넷은 줄고 삼진은 늘어났다. 선발이 해줘야 할 최소한의 이닝소화도 어렵지 않게 했다. 승리투수는 따내지 못했지만 결과적으로 팀 승리에 기여한 부분. 자연스럽게 안정적 입지를 구축하기 시작했다. 김 감독은 18일 김진우에 대해 “잘 던졌다. 좋아졌다”고 만족스러워하면서도 더 이상의 말은 아꼈다. 그래도 표정에서 대견한 기색이 역력했다. 점차 나아지고 있기 때문.
▲외인도 베테랑도 예외 아니야
외인선수도 예외는 아니다. 16일 LG와의 시리즈를 앞두고 김 감독은 부진한 로저 버나디나를 리드오프로 쓰겠다고 공언했다. 변수가 아니라면 조정하지 않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책임은 감독이 진다고까지 했다. 해 줄 것이라는 믿음이 있지 않으면 어려운 조치였다.
거짓말처럼 버나디나는 시리즈 3연전의 주역이 됐다. 그 직전 경기들까지 빈타에 허덕이며 장점인 출루에 어려움을 겪었던 버나디나가 3연전 도합 5안타 4타점 4득점을 기록했는데 심지어 다 팀 승리의 결정적 장면들이었다. 뛰고 때리고의 연속. 버나디나는 감독의 무한신뢰에 “좋다”며 긍정적인 작용이 됐음을 인정했다.
베테랑 타자들도 대상이다. 부상으로 뒤늦게 시즌을 출발한 이범호는 초반 적응 과정 중이었다. 그러다보니 부진할 때도 많았다. 지난 주말 SK전서 잊지 못할 실책도 경험한 이범호는 그럼에도 굳건한 믿음 속 지난 LG전서 2홈런 포함 6안타 6타점, 그리고 끝내기 안타까지 터뜨리며 감을 찾았다.
극심한 부진에 빠진 캡틴 김주찬도 무한신뢰 속 3번 중심타선에 계속 기용됐다. 그는 시리즈 2경기 동안 8타수 무안타에 그치며 아쉬움을 자아냈다. 그런데 3차전서 3안타 경기를 해내며 반등의 발판을 마련했다. 아직 완전한 부활이라 평가하기 어렵지만 한 번은 자신의 모습을 선보이며 믿음에 화답했다. 향후 긍정적으로 작용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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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구조화 속 KIA는 현재 압도적인 전력으로 단독 선두를 질주 중이다. 믿음의 리더십이 팀 내 약점들을 하나씩 메워가기에 자연히 나오는 성과다. 사진=KIA 타이거즈 제공 |
전날 5승째를 따내고 평균자책점도 1.89까지 떨어뜨린 사이드암 4선발 임기영. 가능성 높은 기대주임은 분명했으나 올 시즌 이정도 활약을 해줄 것이라 예상한 이는 많지 않았다. 4선발, 5선발 자리는 경쟁자들이 즐비했다. 시범경기서 잘했지만 역시나 그의 이번 시즌 시작은 불펜이었다.
그런데 개막 초 연이은 선발 도전자들의 부진 속 임기영에게 선발 기회가 왔다. 좋은 인상을 남길 환경이 마련됐는데 하늘이 도와주지 않아 우천으로 경기가 순연됐다. 후보자 신세가 다 그렇듯 임기영의 등판은 없던 일, 혹은 다음으로 미뤄질 확률이 높았다. 하지만 김 감독의 선택은 하루 뒤 선발출격이었다. 마운드 운영 셈법이 있을 수 있겠지만 “멀리보자”는 의미가 있다고 했다. 장기적 안목에서 기다려보겠다는 것. 이는 결과로 이어졌다. 임기영은 하루 뒤인 4월6일 SK전에서 첫 선발로 출격해 승리보다 값진 6이닝 1실점 호투를 펼쳤다. 이후는 모두가 아는 대로 탄탄대로를 걷고 있다.
선수들은 저마다 사이클이 있다. 그 흐름은 외부에서 알기 어렵다. 선수 본인은 야속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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