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대전) 이상철 기자] ‘팡! 팡!’ 지난 10일 오후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 1루 더그아웃 안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들렸다. 누군가 샌드백을 향해 배트를 휘둘렀다. 이를 듣던 그라운드에 있던 한 코치가 외친다. “소리가 작다.” 그 말에 그는 더 있는 힘껏 스윙했다.
현재 한화 1군 엔트리에 등록된 ‘막내’ 이동훈(21)이었다. 발이 빠른 그지만 힘이 부족한 편이다. 샌드백을 치는 것은 힘을 보강하기 위한 타격 훈련이다. 손목에 좀 더 힘이 실린다. 그는 평소보다 더 땀을 흘렸다. 이 방법 외에 하루 전날 아쉬움을 달랠 방법이 없다.
이동훈은 경기 중반 대주자로 기용되는 경우가 많다. 타석에 설 기회도 많지 않으나 주어지기도 한다. 9일 대전 삼성전에도 그는 6회말 볼넷을 얻은 김경언을 대신해 1루를 밟았다. 빠른 투입이다. 그는 8회말 배트를 들고 타석에 섰다.
↑ 한화이글스의 이동훈이 샌드백을 놓고 타격 훈련을 하고 있다. 사진(대전)=이상철 기자 |
한화가 5-2에서 5-4로 1점차로 쫓기는 상황이었다. 로사리오의 기습적인 도루 2개로 1사 3루의 찬스였다. 한화가 1점을 내면 흐름이 넘어갈 수 있는 상황이었다. 한화와 삼성의 두 사령탑이 꼽은 승부처였다.
통산 안타 2개뿐인 이동훈이 ‘해결사’가 될 기회였다. 공교롭게 마운드에는 최충연이 있었다. 대구상원고(이동훈)와 경북고(최충연) 출신으로 둘 만의 경쟁의식에도 불이 붙었다. 서로를 잘 안다는 최충연은 “이날 가장 긴장한 순간이었다. 그래서 가장 집중해 공을 던졌다”라고 했다.
삼성 내야는 전진수비를 했다. 외야로만 타구를 날리면 점수를 낼 수 있었다. 이동훈과 최충연의 6구까지 가는 접전. 최충연의 115km 커브에 이동훈의 배트가 반응했다. 이동훈은 전진한 내야수들 사이로 타구를 날리자고 마음먹었지만, 타구는 2루수 정병곤으로 향했다. 정병곤의 송구는 1루가 아닌 홈이었다. 로사리오의 아웃.
만회하기 위해 2루 도루에 성공했다. 그의 프로 데뷔 첫 도루다. 그러나 후속타는 터지지 않았다. 그리고 한화는 9회초 4점을 내주며 역전패를 했다. 승리투수는 최충연. 이동훈은 자책했다. 그는 “(내 자신에 대해)짜증이 났다”라며 샌드백을 치고 또 쳤다. 분이 풀리지 않았다.
↑ 한화이글스의 이동훈. 사진=옥영화 기자 |
이동훈은 8회말 2사 후 주자가 없는 가운데 타석에 섰다. 스코어는 10-2로 기운 상황이었다.
타율 0.091의 타자는 또 다시 샌드백 앞에서 배트를 휘두를 것이다. 이 또한 훗날을 위한 쓰지만 좋은 약이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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