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23일 잠실 롯데-두산전 종료 후 그라운드에 도열해 팬에게 인사하는 시간. 이대호(35·롯데)는 반대편의 오재원(32·두산)을 먼저 불렀다. 마치 훈계하는 것 같았다. 이 상황은 TV 중계 카메라에 고스란히 포착됐다.
이대호의 표정은 어두웠다. 단순히 롯데가 두산에 1-9로 패했기 때문은 아니었다. 매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그리고 오재원을 앞에 두고 손짓을 하면서까지 무슨 이야기를 했다. 거의 듣기만 하던 오재원은 몇 차례 고개를 끄덕였다. 이대호의 지적에 오재원이 알겠다는 듯한 그림이었다.
이례적인 상황이었다. 보통 선수단은 1,3루 관중석을 향해 모자를 벗어 인사를 한 후 퇴장한다. 두 팀의 선수끼리 만나 특별히 이야기를 나누지 않는다. 이대호는 무엇인가 마음에 들지 않는 게 있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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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대호(왼쪽)가 23일 잠실 롯데-두산전을 마친 후 오재원(오른쪽)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KBS N 스포츠 중계화면 캡쳐 |
이 장면에 대한 해석을 두고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가 시끌벅적하다. 대다수가 추측하는 부분은 이날 경기의 8회초.
이대호는 2사 후 볼넷을 얻어 출루했다. 그러나 대타 이우민의 타구는 2루수 오재원으로 향했다. 오재원은 포구 후 자신의 앞으로 지나가는 이대호를 태그했다. 아웃 판정과 함께 이닝 교대.
태그 아웃된 이대호는 2루를 밟은 뒤 두 팔을 허리에 갖다 댔다. 반격의 실마리를 찾지 못한 아쉬움일 수도 있지만, 다른 무엇인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행위로도 보였다.
오재원이 자신을 태그하지 않고 1루 혹은 2루로 송구해 3번째 아웃카운트를 잡을 수도 있다. 그렇다고 태그 플레이가 잘못된 점은 아니다. 규칙을 어긴 것도 아니다. 설사 기분이 상했더라도 이에 대한 의견을 피력할 장소와 시기가 적절하지 않았다.
따로 둘이 풀면 됐다. 이대호와 오재원은 일면식이 없지도 않다. 둘 다
이에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이대호의 행동을 비판하는 글로 도배돼 있다. 전반적으로 이대호가 과민하게 반응했다는 주장이다. 일부는 마치 꼰대 같았다는 쏜소리까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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