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황석조 기자] 7월 타율 0.426, 8월 타율(13일 기준) 0.439…일찌감치 완성한 세 자릿수 안타 등등.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격언을 몸소 실천 중인 LG 트윈스 베테랑타자 박용택(38) 이야기다.
최근 LG의 성적은 다소 정체됐지만 가장 뜨거운 선수가 누구냐는 질문에는 한 목소리가 가능하다. 후반기 들어 맹타를 과시 중인 박용택은 특히 지난 7월말부터 스스로 여러 차례 결정적 장면을 만들어내며 팀 상승세의 원동력이 됐다. 끝내기 홈런, 만루 홈런, 4안타, 수차례 멀티히트…LG의 4위 수성에는 이처럼 박용택의 매서운 방망이가 적지 않은 역할을 했다.
▲1번 타순 문제없어
박용택은 전반기 77경기 동안 타율 0.327 93안타 48타점을 기록했다. 나쁘지 않은 성적이지만 앞서 “최근 10년간 가장 마음에 들지 않는 전반기 스윙”라고 혹평을 내린 바 있다. 그리고 이는 후반기 22경기 동안 보여준 맹타를 통해 고개를 끄덕거리게 만들었다. 이유는 가장 기본적일 터다. 만족할만한 자신의 스윙에 나오고 있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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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G 트윈스 베테랑타자 박용택(사진)이 시즌 후반부에 돌입한 현재 팀 내에서 가장 뜨거운 타자로 맹타를 과시하고 있다. 사진=김재현 기자 |
그런데 올 시즌은 그 효과가 특별하다. 3번 타순서 3할대 초반 타율을 기록하던 그는 1번 타순서 0.451의 타율을 자랑하며 그 뜨거움을 과시 중이다. 1번 타순에 안착하자 박용택 개인도 살고 팀도 균형을 이룬 느낌을 줬다. 결정적 장면, 클러치 본능, 짜임새 있어진 팀 타순까지. 1번 타자 박용택이 만들어내고 있는 결과다.
다만 박용택은 타순에 의한 변화는 없다고 강조했다. “(개인적으로) 변하는 것은 없었다. 심리적으로나 신체적으로 차이 없다. 마음가짐은 더더욱 달라진 것 없다”면서 “굳이 찾자면 그날의 투수가 어떻게 던지는지 제가 처음 보지 않겠나. 아무래도 그러한 낯섦? 그 정도뿐이다”고 담담히 말했다. 여유와 품격이 가득했던 베테랑 타자다운 대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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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용택(오른쪽)은 후반기 1번 타자로 출전해 절정의 타격감을 선보이고 있다. 사진=MK스포츠 DB |
시즌이 거듭될수록 더욱 뜨거워지고 있는 박용택. 베테랑이 선보일 수 있는 최상의 결과를 만들어내는 중이다. 박용택은 “최근 몇 년간 계속 그래왔다. 아무래도 베테랑의 장점이라 하면 경험인데 그런 것들이 작용하기 때문 아니겠나”라며 “이런 투수, 저런 투수 만나며 흐름을 읽고 적응하는데 있어 경험이 많기에 나오는 결과고 장점이 된다”고 원인을 꼽았다. 기술적으로, 또 심리적으로 관록이 생긴다는 것. “초반에는 처음 상대하는 투수도 있고 상대했는데 갈수록 상대(투수)노하우를 알게 되는 경우도 있다”며 “적응되면 그런 것들을 잘 이용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모범적 베테랑의 모습을 뽐내고 있는 박용택. 베테랑에게도 기세라는 것이 설명될 수 있을까. 그는 지난달 말부터 몇몇 결정적인 장면을 직접 만들며 승리의 주역이 되는 경우가 많았다. “야구는 다 흐름이지 않겠나. 개인적으로 (경기서) 좋은 일들이 생기다보면 항상 기대감을 갖게 된다. 결과적으로 기분 좋은 마음으로 야구를 하게 된다”며 동의했다. 박용택의 최근 활약, 관록과 기세라는 두 장점의 조화가 이뤄진 느낌을 줬다.
▲후배들과 함께 만들고 싶은 LG
올 시즌 역시 LG는 영건들이라 불리는 젊은 선수들의 활약을 빼놓을 수 없다. 박용택, 정성훈 등 베테랑들과 적절한 신구조화를 이루고 있는 것. 다만 아직 여물지 않는 모습도 종종 선보인다. “그럴 때면 더 편안하게 해준다”며 자상한 선배미소를 보여준 박용택은 “어린 선수들이 많다보니 분위기를 타는 경우가 많다. 좋을 때는 놔둬도 좋은데 좋지 않을 때 서로서로 분위기에 휩쓸리는 일이 있다”며 이내 냉철한 분석을 했다. 더 나아가 “지난 시즌이랑 구성 자체는 거의 비슷하다. 올 시즌 역시 (젊은 선수들이) 지속적으로 기회를 받고 있는데 지금 잘해주고 있다. 물론 조금 더 각자가 노력을 해주고 발전해야 한다”며 “그래야 LG가 진짜 우승할 수 있는 팀이 될 수 있다”고 진지한 조언을 건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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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용택(사진)은 후배들과 함께 우승의 꿈을 이루고 싶다고 소망을 밝혔다. 사진=MK스포츠 DB |
후반기 LG의 중심이 되고 있는 박용택은 개인 목표보다 팀 목표만 바라봤다. “항상 목표는 우승이다. 다른 것은 전혀 없다”며 우승을 향한 강한 의지를 내보였다. 물론 더 큰 틀에서 함께 강조한 게 있으니 바로 건강이다. 박용택은 “올 시즌이 얼마 남지 않았다. 건강한 몸으로 마치는 게 목표다. 첫 째도 건강, 둘째도 건강 아니겠나”고 힘주어 말했다.
LG는 올 시즌 역시 상위권을 지키고 있다. 몇 번의 위기가 있었지만 상위권을 벗어나는 기간은 길지 않다. 지속 가능한 강팀으로 가고 있다는 평가. 박용택은 책임감이 막중하다. 개인성적도 또 젊은 후배들을 이끌며 노하우도 전해야 한다. 여기에 이제는 산술적으로 팀에서 가장 많이, 가장 먼저 타석에 서는 역할도 맡게 됐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
▲박용택
1979년 4월 21일생
185cm 90kg
고명초-휘문중-휘문고-고려대-LG(2002~현재)
1998년 고졸우선지명(LG)
2009년 정규리그 타격왕
KBO 골든글러브 외야수(2009 2012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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