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황석조 기자] 선수들에게는 추억을, 팬들에게는 볼거리를 남긴 APBC(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 2017이 막을 내렸다. 한국대표팀은 물론 일본과 대만 모두 굵은 땀방울을 흘렸다. 다만 각각 팀에 주어진 희망과 과제까지 똑같지는 않았다.
도쿄돔에서 열린 APBC 2017이 일본의 우승으로 막을 내렸다. 한국은 준우승, 대만은 2패로 대회를 마쳤다. 적은 수의 참가 팀들이 길지 않은 일정의 대회를 치렀다. 대회 의미도 냉정하게 친선전. 승패여부 보다 각 리그 24세 이하 프로야구 기대주들의 경연장 혹은 경험의 장으로 정의됐다. 취지에 맞게 비교적 젊은 선수들이 세 팀의 중심이 돼 패기 넘치는 야구를 선보였다. 흥행은 아쉬웠지만 경기내용, 화제성 측면까지 뒤떨어지지는 않았다.
↑ 한대일 야구의 현재를 발견했다는 평가를 받는 이번 APBC 대회 왼쪽부터 일본 이나바 감독 대만 홍이중 감독 한국 선동열 감독. 사진(日도쿄)=천정환 기자 |
이번 대회는 한국, 일본, 대만 세 팀의 현실과 과제를 극명하게 드러내준 대회로도 평가된다. 각기 다른 세 지역의 문화 환경 차이만큼 주어진 의미와 과제도 적지 않게 차이가 났다.
우선 한국대표팀은 경험과 성장의 의미를 얻었다. 유일하게 와일드카드를 선발하지 않은 한국. 엔트리 전원이 대회를 뛰는 등 참가에 목적을 뒀다. 일본은 넘어서지 못했지만 개막전에서 보여줬듯 그 과정에서 희미해져가던 국가대표의 투지와 열정도 다시 발현됐다는 분석. 전에 없던 의지와 의욕은 결과를 넘어 팬들에게 박수 받기 충분했다.
국가대표 사령탑으로 첫 대회를 마친 선동열 감독 역시 결과와 무관하게 3년 큰 그림의 시작을 나쁘지 않게 출발했다. 전반적으로 장기적인 안목이 빛났다는 평가도 따라온다.
↑ 한국은 경험과 투지를 얻어냈으나 그만큼 기본기의 중요성을 발견한 대회다. 사진(日도쿄)=천정환 기자 |
일본 역시 2020년 도쿄올림픽을 위해 장기적 안목에서 이나바 감독호가 새로 꾸려졌는데 스타트가 깔끔했다. 이나바 감독은 아직 재임 기간이 짧기 때문에 일본 취재진으로부터 이나바 감독만의 야구가 어떤 것인지 종종 질문을 받기도 했는데 그는 ‘이기는 야구’라고 당당히 밝혔고 3연승으로 결과를 보여줬다.
대만은 전패로 대회를 마감했다. 천관위의 호투를 앞세웠던 한국전, 초반에는 버텨낸 일본전까지 의미 있던 장면도 있었으나 전반적으로 아쉬움 속 대회를 마쳤다. 홍이중 감독은 대회에 앞서 공식기자회견 때 아직 준비가 부족하고 어려운 부분이 많다며 엄살을 부렸는데 결코 엄살만은 아니었다. 확실히 한국과 일본을 넘어서기에는 여전히 부족한 점을 노출했다.
다만 대만리그 2년 연속 4할의 주인공 왕보룽(라미고)은 내년 시즌 일본 진출을 앞두고 존재감을 확실히 발휘했으며 이미 일본에서 뛰고 있는 양다이강(요미우리)은 부진했던 올 시즌에 비해서는 나름의 존재감을 남겼다. 천관위 역시 확실한 한국전 강세를 증명해 국제용임을 과시했다.
↑ 일본은 여전한 단단함을 자랑하며 대회 우승을 차지했다. 사진(日도쿄)=천정환 기자 |
결승전 내용이 아쉬웠지만 한국에서는 선수들의 살아난 투혼과 열정을 칭찬하는 분위기가 대세를 이뤘다. 특히 개막전과 대만전 선보인 응집력 있는 야구는 지난 3월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예선탈락 악몽을 씻어내기에 충분했던 장면으로 꼽힌다. 다만 선 감독이 밝힌 것처럼 투수들의 제구 문제, 그 중 부족한 기본기 등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도 있다. 미래를 위해 꾸린 대표팀인데 기량에 있어 향후 얼마만큼의 희망을 남겼느냐에 대한 걱정 어린 시선도 있다.
일본 언론은 떠들썩하다. 비록 기간 내내 대회 분위기가 크게 살아난 것은 아니지만 우승이라는 과실을 얻고 앞으로의 동력도 얻었다. 우승 다음 날인 20일 스포츠호치 등 주요 언론은 이나바 감독호의 산뜻한 첫 스타트와 다구치의 역투를 비중 있게 보도하며 칭찬하기에 바빴다. 일본 역시 도쿄올림픽을 바라보고 꾸려진 대표팀이기 때문에 현재 우승보다 앞으로 전망이 좋다는 의미의 해석이 주를 이뤘다.
대만 언론은 전반적으로는 아쉬움을 표현했다. 그 중 주포 양다이강의 대만 야구에 대한 응원과 자성의 목소리가 화제를 모았다. 양다이강은 자신의 SNS를 통해 선수단에 대한 격려와 응원의 메시지를 남겼으며 동시에 한국과 많은 격차가 나지 않았다고 하면서도 (한국이) 와일드카드를 사용했다면 훨씬 강해졌을 것이기에 만족하지 말고 2020년을 바라보자는 취지의 글을 남기기도했다.
그 외 왕보룽의 빠른 해외진출 독려하거나 한일과의 야구교류 필요성에 대한 관심이 주를 이뤘다. 대만 역시 홍이중 감독 말대로 현재보다는 미래를 대비했던 팀. 전반적으로 경험을 강조하며 얻어낸 수확에 대해 집중하는 분위기였다.
↑ 아쉬운 성적의 대만야구가 그리는 미래는 어떤 것일까. 사진(日도쿄)=천정환 기자 |
한국과 일본, 대만 모두 2020년 도쿄올림픽을 바라보고 뛰고 있음은 분명하다. 이번 대회는 그 전초전, 일찌감치 분위기를 느낄 수 있게 했으며 더 나아가 미래자원을 찾는 취지가 강했다. 세 팀 모두 일정한 성과, 희망적 미래를 발견했음도 사실이다.
일본은 경기력과는 별도로 일찌감치 올림픽 분위기 띄우기에 집중하는 분위기. 성적도, 흥행도 2020년에 맞춰져있다. 대만은 한국전 때 약 5000명이상의 원정응원단이 합류했을 정도로 뜨거운 야구열기를 증명했다. 다만 경쟁력에서 매번 아쉬움만 남기는 중이다. 변수 많은 국제대회서 한 번의 반전, 기적이 있어야 과거 한국처럼 폭발적 성장의 동력을 얻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 두 명에 의존하는 야구가 아닌 전체 기량향상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
한국은 이번 대회서 의미 있는 미래를 발견했다. 그러나 명백한 한계도 절감했다. 투지와 의지만으로는 되지 않는 무엇인가를 직접 경험하기도 했다. 기본기와 정도에 대한 중요성이 더욱 커졌다.
한국과 일본, 대만 모두 변화의 시작에 서게 한 APBC 대회다.
[hhssjj27@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