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한이정 기자] “올해 한 게 아무것도 없다.”
kt 위즈 좌완 홍성용(31)은 '이번 시즌을 마치니 어떠냐'는 질문에 ”너무 못했다. 올해 팀에 보탬이 된 게 하나도 없다”고 자책했다. 그는 이번 시즌 37경기 등판해 2패 1홀드 평균자책점 6.23을 기록했다. 프로 입단 후 가장 저조한 성적이다. kt에 들어오고 난 후 2015-16시즌 2년 동안 제 역할을 잘 해냈기에 스스로도 아쉬움이 컸다. 지난 2015년 4패 10홀드 평균자책점 3.86, 2016년 2승 2패 2세이브 12홀드 평균자책점 6.02를 기록했다.
홍성용은 “작년(2016년)에는 후반기에 무너지면서 평균자책점이 높긴 했지만 성적은 개인적으로 나쁘지 않았다. 만족하진 않았지만 스스로 ‘고생했다’ 싶었는데 올해는 반성해야 할 게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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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말 못했다"고 자책하던 홍성용은 다음 시즌을 위해 이를 악 물었다. 사진=MK스포츠 DB |
생각만큼 야구가 잘 안 되니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다. 홍성용은 “언제까지나 1군에 있을 것이라고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 그래서 매 경기 모든 힘을 다 쏟았는데 안 되더라. 그러면 혼자 자책하고 고통스러워하다 2군 내려가면 또 힘들고. 지고 있을 때 나가서 못 던지는 게 가장 부각돼 보인다. 그때 못하면 2군 내려갈 준비해야 한다. 그게 정말 초라하고 착잡했다. 이런 생활이 반복됐다”고 전했다.
이번 시즌 가장 뇌리에 박혔던 경기는 5월 27일 잠실 두산전이다. 당시 정성곤이 선발 예정이었으나 부상으로 교체돼 긴급 투입됐다. 그는 “정명원 코치님이 추천해주셨다. 어차피 대체선수로 나갈 수 있는 좌완이 (심)재민이와 나밖에 없었는데, 재민이는 전날 많이 던져서 내가 나갈 수밖에 없었다. 이때 내가 길게 던질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사람들은 내가 폼이 짧고 특이하다보니 팔로만 던진다, 오래 던지지 못한다고 한다. 그건 결과론에 불과하다. 깨고 싶었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1이닝 5피안타 4실점을 기록하며 무너졌다. 4점대였던 평균자책점은 이 경기 하나로 7점대까지 상승했다. “박살났다”고 웃던 그는 “무조건 보여주려고만 생각했다. 힘이 들어 가다보니 공이 높았다. 욕심을 부리니 이쪽으로 갈 게 저 쪽으로 갔다. 한 두 개씩 맞다보니 멘탈이 흔들렸다. 뭘 던져도 맞을 것 같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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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여곡절이 많았던 만큼 누구보다 절실하다. 사진=김재현 기자 |
“1군에 있는 게 얼마나 행복한 것인지 아는데 이번 시즌은 실력으로 보여주지 못했다”는 홍성용은 다시 한 번 이를 악 물었다. 그는 “내가 못했다는 것을 인정하고 9월부터 마음을 다잡았다. 다음 시즌이 마지막이다 생각하고 준비하는 중이다”고 말했다.
그는 “한 게 아무것도 없어 열심히 하고 있다, 노력하고 있다는 말도 조심스럽다. 그러나 아프지 않는 게 가장 큰 목표고 체력이나 공 던지는 밸런스를 유지하는 게 그 다음 목표다. 확실한 루틴을 가지려고 철저하게 훈련 중이다”고 설명했다. 그는 “술 담배도 안 한다.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방법은 운동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이번 시즌 이후로 오로지 운동만 생각하고 있는 홍성용이다.
지난해 결혼한 그는 2018년 3월경 아이가 생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