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황석조 기자] 8년 만에 정상의 자리를 맛본 KIA 타이거즈. 시즌은 끝났지만 여운은 여전했다. 축하와 환희 속 팀은 변화도 잊지 않았다. 빠르지도, 그렇다고 느리지도 않은 챔피언 KIA의 비시즌 프로젝트다.
우승 뒤 약 한 달이 지났지만 KIA의 시계는 아직 그 당시를 추억하는데 여념이 없다. KIA의 이야기는 연일 화제를 일으켰고 주역인 김기태 감독과 양현종 역시 찰떡호흡으로 주목을 받았다.
각종 시상식이 이어졌고 이 자리들에서도 KIA는 단연 주연이다. 정규시즌 MVP를 시작으로 언론사 주최, 선배 및 동료가 주는 올해의 선수 및 올해의 감독상은 대부분 양현종과 김 감독 차지. 전날(13일) 골든글러브 시상식 역시 양현종이 투수 부분 수상자로 선정되며 KBO리그 최초의 트리플크라운(정규시즌, 한국시리즈MVP포함) 주인공이 됐다. 양현종 뿐만 아니다. 김선빈, 안치홍, 최형우, 버나디나까지 골든글러브를 수상하며 올 시즌이 얼마만큼이나 KIA의 해였는지를 확실히 입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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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IA의 비시즌 챔피언 프로젝트는 얼마만큼 과정이 진행됐을까. 사진(광주)=김재현 기자 |
그 사이 KIA의 외형도 다소 달라졌다. 우선 김 감독이 3년간 리더십을 더 보장받았다. 팀 우승을 만든 사령탑이기에 우승 이틀 뒤 발 빠르게 이뤄졌다. 이어 허영택 기존단장이 승진해 구단 대표이사가 됐다. 김 감독과 허 대표는 3년간 현장과 프런트로 서로 밀어주고 끌어주는 역할을 했다. 3개년 리빌딩 및 우승 프로젝트도 이들 손에서 그 흔한 불협화음 한 번 없이 순풍이 불었고 결국 재계약과 승진이라는 결과로 이어졌다.
끝이 아니었다. 이번에는 이들을 묵묵히 지원했던 조계현 기존 수석코치가 전격 비어있는 단장 자리에 선임되며 모두를 깜짝 놀라게 했다. 우승에 큰 기여한 조 단장은 KIA도 선수 출신 단장시대가 개막했음을 알렸고 또한 구단이 바라듯 전문성과 소통, 현장과의 호흡이 한층 더 강화될 것임을 암시했다. 조 단장의 이동으로 생긴 수석코치 빈자리는 즉각 정회열 기존 2군 감독이 메웠다. 정 수석코치 역시 KIA의 우승을 다른 곳서 묵묵히 도운 또 다른 주역. 타격코치도 기존의 쇼다 코우조 코치 그리고 홍세완 코치가 가세할 예정이며 박흥식 기존 타격코치는 2군 감독으로 이동했다.
조 단장 및 박 감독까지 연결된 KIA의 이번 인사조치는 혁신적이며 동시에 안정적이다. 파격이 이뤄졌지만 한편으로는 내부적 안정적인 노선도 병행됐다. 의도한 바가 크다. KIA는 고민 끝 각종 선택에 있어 우승의 기운을 이어가는 내부강화 노선을 택했고 기존 시스템을 강화하는 방향에 초점을 맞췄다. 언뜻 봐도 KIA는 이번 비시즌 많은 변화가 이뤄진 듯 보이는데 동시에 변화보다 안정적인 느낌도 준다. 기존의 시스템이 발전적 방향으로 재탄생 했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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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현종(오른쪽)과 김선빈 등 KIA 주축선수들은 시즌 종료 후에도 재정비와 시상식 참여 등 바쁜 일정을 보냈다. 사진(서울 삼성동)=옥영화 기자 |
시스템 이상으로 중요한 것은 결국 전력이다. 이제 도전이 아닌 수성의 입장이 된 KIA의 비시즌 전력강화 방향은 내년 시즌 전체를 가늠해볼 수 있게 만드는 중요한 열쇠가 분명. 우선 KIA는 외부 FA 및 외부영입 등에 대해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기존자원으로 흐름을 이어가겠다는 의지가 강했다.
큰 줄기로는 올 시즌 인상적 활약을 펼친 외인선수, 버나디나, 헥터, 팻딘을 모두 일찌감치 잔류시켰다. 당초 버나디나의 메이저리그 도전, 이미 적지 않게 올라간 헥터의 연봉 등이 KIA팬들을 걱정하게 만들었지만 기우에 그쳤다. 이들은 팀에 대한 높은 충성심까지 더해지며 동시에 잔류를 확정했다. 이 소식에 KIA 팬들은 큰 안도감을 표현했다고. 특히나 최근 KBO리그 전체에서 외인선수 이동 및 잡음이 연달아 이어졌기에 KIA의 이러한 매끄러운 과정과 결과는 더 빛이 나는 부분도 존재했다.
2차 드래프트에서는 쏠쏠한 활약을 펼친 베테랑 좌완투수 고효준을 떠나보낼 수밖에 없었지만 동시에 최정용, 황윤호, 유민상 같은 기대주들을 데려왔다. 팀 입장에서 알맞은 선택. KIA는 기존전력을 감안했을 때 백업요원이 약점으로 꼽혔는데 특히 내야 쪽이 더 그랬다. 이를 대체할 자원이 마땅찮은 게 시즌 내내 고민이 됐기에 팀 옵션을 늘리고 미래를 밝힌 측면의 선택으로 비춰진다. 김호령, 고장혁, 이진영, 김명찬 등 백업이상의 역할을 해준 이들은 군 복무를 앞두게 됐고 올 시즌 불펜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준 박진태도 상무 입대를 준비하고 있다. 한기주는 전격 삼성으로 트레이드됐고 반대급부로 백업 외야수 이영욱이 영입되는 이동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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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IA는 김기태 감독(왼쪽)의 재계약 및 조계현 신임단장의 선임 등 굵직한 선택도 이번 비시즌에 이뤄졌다. 사진(광주)=김재현 기자 |
▲이목 쏠리는 양현종 그리고 김주찬
모든 것이 순조롭게 이뤄지고 있는 KIA의 비시즌 프로젝트. 다만 아직 해결되지 않은, 또 그만큼 관심을 이끄는 이슈도 있다. 바로 양현종 재계약 여부. 이번 시즌 KIA 우승의 주역이자 2017시즌 KBO리그의 주인공 양현종은 현재 구단과 재계약 협상 중이다. 당초 지난 시즌 후 FA자격을 얻었음에도 팀 사정상 단년계약(22억5000만원)을 맺었던 그는 올 시즌 여러 권리를 가지고 있음에도 스스로 팀 잔류를 우선순위로 외치며 충성심과 열정을 마음껏 드러냈다. 이를 바라보는 KIA팬들은 빠르게 잔류가 공식화되길 기대하는 눈치. 한 달 넘게 관련 소식이 뜸 하자 걱정하는 시선도 존재했다.
KIA는 공식적으로 협상이 잘 이뤄지고 있다는 설명을 했다. 다만 양측의 일정 즉, 미뤄둔 개인여행 및 각종 시상식 등으로 인해 타이밍이 다소 늦어졌다는 것. 시상식 자리마다 2연패, KIA사랑을 외치는 양현종의 모습이 이와 같은 주장에 더욱 힘을 실어줬다. 조 신임단장 역시 시상식 종료 후 관련사안의 진행상태를 더 면밀히 체크할 예정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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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A김주찬(왼쪽)의 재계약, 양현종의 재계약 등이 KIA의 비시즌 남은 궁금증요소로 꼽힌다. 사진(광주)=김재현 기자 |
KIA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현재 양현종과 김주찬의 협상이 다소 시일이 걸렸음에도 과정에 있어 큰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라며 결과적으로 이들 모두 KIA맨이 될 여러 징후와 흔적이 있다고 긍정적으로 전망했다. 시상식
KIA의 화려했던 2017시즌이 골든글러브 시상식을 끝으로 정말 종료됐다. 이제 시선은 2018년에 쏠린다. 도전 아닌 수성, 변화 속 안정까지. KIA 앞에 놓인 과제 그리고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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