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지난 19일 대한축구협회(KFA) 시상식에서는 2017년 한국축구를 빛낸 선수, 지도자, 유망주, 심판 등이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그들은 올 한 해 ‘최고의 **’이었다.
‘최고’라는 수식어를 내려놓고 올해의 인물을 꼽는다면? 가장 드라마틱한 1년을 보낸 이는 신태용(47) 감독일 것이다. 그의 2017년을 그래프로 표현한다면, 굴곡이 매우 심하다.
U-20 대표팀 감독으로 2017년을 맞이했던 그는 A대표팀 감독으로 2018년을 기다리고 있다. 독이 든 성배로 불리기도 하는 A대표팀 지휘봉은 명예다. 지도자로서 최고 위치까지 오른 셈이다. 물론, 이번에도 ‘대체자’였다. 좋게 포장해 소방수였다. 그리고 어느 때보다 힘겨웠던 1년이었다.
![]() |
↑ 신태용 감독은 U-20 대표팀 감독으로 2017년을 시작했으나 A대표팀 감독으로 2018년을 맞이한다. 2016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이후 1년도 안 된 시간 동안, 지도자 인생 변화 바람은 어느 때보다 심하게 불었다. 사진=김영구 기자 |
신 감독에게는 ‘다사다난’ 했다. 성남 일화(성남 FC 전신)를 맡으며 ‘난 놈’으로 지도력을 인정받았으나 대표팀 감독으로 결코 순탄치 않은 행보였다.
신 감독은 2016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을 8강으로 마친 지 3개월 만에 U-20 대표팀을 이끌었다. 2017 U-20 월드컵은 2007 U-17 월드컵 이후 10년 만에 국내에서 열리는 FIFA 주관 대회다.
A대표팀의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통과와 더불어 U-20 대표팀의 2017 U-20 월드컵 성적은 대한축구협회의 2017년 주요 과제였다. 공교롭게도 두 임무를 모두 신 감독이 맡게 됐다.
이승우, 백승호 등 개성 넘치는 젊은 선수를 잘 관리한 신 감독은 주가를 높였다. U-20 월드컵에서 기니(3-0), 아르헨티나(2-1)를 연파할 때가 그에게는 올해 최고의 순간일지 모른다. 짧은 기간 U-20 대표팀의 경쟁력을 끌어올렸다. 그가 느낀 짜릿함을 모두가 느꼈다.
그렇지만 “세계를 놀라게 하겠다”던 신 감독의 포부는 끝내 이뤄지지 않았다. 잉글랜드(0-1), 포르투갈(1-3)에 연패하며 16강에서 탈락했다. 수비가 약한 신태용 축구의 허점을 상대는 놓치지 않았다. 당초 대한축구협회의 목표는 8강이었다.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에 이어 다시 한 번 토너먼트에 약하다는 인상을 지우지 못했다.
쉼표는 짧았다. 대한축구협회는 신 감독에게 U-23 대표팀을 다시 맡길 뜻이 있었다. 그러나 6월 14일(한국시간) 카타르와의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원정경기(2-3)가 그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꿨다.
슈틸리케 감독의 경질과 함께 이용수 기술위원장이 사퇴했다. 신 감독에게는 새로운 길이 열렸다. A대표팀 감독. 이번에는 대행이라는 꼬리표가 없었다. U-20 월드컵 16강 탈락한 뒤 35일 만이었다.
![]() |
↑ 신태용 감독은 2018 러시아월드컵 본선이라는 시험을 치러야 한다. 하지만 온갖 풍파를 이겨낸 그는 온전히 그 시험을 치를 자격을 갖게 됐다. 사진=옥영화 기자 |
러시아월드컵 예선 탈락 위기에 몰린 가운데 2번의 소방수 경험이 높이 평가됐다. 9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 실패 시 신 감독의 계약은 자동 만료된다. 그러나 그럴 일은 없었다. 천신만고 끝에 러시아행 티켓을 획득했다.
신 감독게도 ‘모험’이었다. 이력에 큰 타격을 입을 수 있었다. 그런데 점수는 깎였다. A대표팀을 향한 비판 여론은 감독 교체 이후에도 수위가 낮아지지 않았다. 실점은 없었으나 득점도 없었다. 히딩크 사태와 맞물려 더 큰 고초를 겪어야 했다.
A대표팀 경기력 부진까지 더해지면서 사면초가였다. 궁지에 몰렸다. 지지도를 공식적으로 수치화하지 않았으나 ‘낮다’라는 걸 삼척동자도 알 수 있었다. 10월 유럽 원정 평가전(러시아전 2-4·모로코전 1-3) 이후 여론은 더욱 악화됐다.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신 감독의 퇴진을 주장하는 글을 심심치 않게 찾을 수 있을 정도였다. 그만큼 위태로웠다.
끝없이 하락하던 신 감독의 2017년 그래프는 11월을 기점으로 반등했다. “이번에는 다르다”라던 그의 호언장담대로 A대표팀도 달라졌다. 변화의 바람이 불었다.
콜롬비아를 2-1로 꺾고 부임 5경기 만에 첫 승을 신고했다. 축구팬이 뽑은 올해 각급 대표팀 최고의 경기였다 그만큼 투지 넘치는 플레이와 손흥민을 최전방 공격수로 기용하는 새 전술에 대한 평가가 긍정적이었다. 선수들이 자신감을 얻었듯, 축구팬도 기대감을 가졌다.
12월 일본에서 개막한 E-1 챔피언십(동아시안컵)에서는 대회 2연패까지 달성했다. 특히, 적지에서 일본을 압도하며 4-1 대승을 거뒀다. 7년 만에 맛본 한일전 승리였다. 다소 잠잠해도 들끓고 있는 비판을 어느 정도 잠재웠다. 응원과 칭찬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11월 이후 A매치 5경기 연속 무패(3승 2무). 뿌리째 흔들리던 신 감독도 조금씩 안정감을 찾아가고 있다. 어떤 계획 아래 어떤 팀으로 만들어가는 지가 그려지고 있다. 그 밑그림이 그의 눈만이 아닌 다른 이의 눈에도 보이고 있다.
오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