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최철순(31)은 이번에도 전북 현대를 떠나지 않았다. FA 자격을 얻었지만 그의 머릿속에는 온통 전북 밖에 없었다. 그리고 앞으로 떠날 가능성도 사라졌다.
전북은 최철순과 5년 계약을 맺었다. K리그에서 장기 계약은 흔치 않다. 보통 길어야 3년 정도다. 더욱이 최철순은 1987년생이다. 계약 마지막 해인 2022년에는 35세다. 30대 선수가 5년 계약을 하는 경우는 매우 이례적이다. 해외에서도 다르지 않다.
그만큼 최철순의 5년 계약은 상징성이 강하다. 최철순은 전북의 아이콘이다. 2006년 우선지명으로 전북에 입단한 뒤 대표적인 원 클럽 맨이다. ‘최투지’로 불릴 정도로 팀을 위해 헌신하는 플레이로 전북 팬의 사랑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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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철순의 유니폼은 앞으로 5년 더 전북 현대 선수 대기실에 놓여 있을 것이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
군 복무를 위해 상주 상무에서 잠시 뛴 걸 제외하면 전북의 녹색 유니폼만 입었다. 전북에서만 K리그 285경기(통산 330경기)에 출전했다.
최철순이 곧 전북의 역사다. K리그 우승 5회(2009·2011·2014·2015·2017년),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우승 2회(2006·2016년)를 이끌었다. 공교롭게 그가 잠시 상주에 가 있는 동안 전북은 우승트로피를 추가하지 못했다.
최철순은 지난해 11월 MK스포츠와 인터뷰에서 전북을 떠나지 않는 이유에 대해 최강희 감독의 칭찬을 못 받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우스갯소리 같지만 그만큼 최 감독에 대한 감사함이 크다. 최 감독 때문에 전북에 왔으며, 전북에 왔기 때문에 성장했다는 최철순이다.
최철순은 누구보다 전북에 대한 애정이 크다. 과거부터 현재까지 최철순의 마음속에는 오로지 전북만 있다. 과거 떠날 뻔도 했으나 그는 전북에 남았다.
최철순이 먼저 5년 계약을 원했다는 후문이다. 영원한 전북 선수로 남고 싶다는 의사를 피력했다. 전북도 최철순에 대한 예우를 갖췄다. 백승권 단장은 “어떤 선수와도 대체할 수 없는 보배 같은 선수다. 공헌만큼 상응하는 보답을 해주는 것이 마땅하다”라고 이야기했다.
‘언성 히어로’ 최철순은 튀지 않는다. 자신보다 동료를 위하는 마음이 크다. 득점, 도움 등 기록을 추가하거나 팀이 승리해도 자신이 잘 했기 때문이 아니라 동료가 잘 했기 때문이라고 말하는 최철순이다.
최철순은 계약을 마친 후 “그라운드를 떠나는 날까지 녹색 유니폼을 계속 입고 싶었다. 항상 응원해주신 팬 여러분께 감사드리며 앞으로 전북에 뼈를 묻는다는 각오로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밝혔다.
최철순은 ‘전북의 레전드’ 대우에 대해 생각한 적이 없다. 영광스러운 자리에 있는 선배들을 부러워했다. 하지만 욕심은 은근히 난다고 솔직하게 고백했다. 이제 그도 전북 레전드다. 최진철(1996년~2008년)을 넘어 전북의 최장기간 소속 선수가 됐다.
최철순은 “감독님께 유난히 욕을 많이 먹는다. 힘듦과의 싸움에서 버텨내야 한다. 감독님께 인정받을 때면 전북을 떠나야 할 시기일지 모른다. 그런데 그때 가서 갈 데
최철순은 앞으로도 최 감독의 쓴소리를 계속 들을 터다. 그렇지만 그 쓴소리가 결코 싫지 않을 것이다. 전북을 떠나기 싫었던 그에게는 행복한 순간이다. rok1954@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