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용인) 황석조 기자] “저는 운이 좋은 선수에요.”
그를 표현하는 수식어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있다면 리빙레전드다. 살아있는 전설이라는 의미. 현역으로 누구보다 맹렬히 활약하고 있지만 이미 프로농구 전설의 길을 걷고 있다는 찬사가 담겨있는데 이의를 제기하는 이들은 많지 않다. 하지만 양동근(38)은 수차례 손사래를 치며 거듭 강조했다. “저는 운이 좋은 선수일 뿐이에요. 제가 잘해서 얻은 것은 별로 없습니다.”
▲부상 없는 올 시즌, 만족스러워
양동근의 소속팀 현대모비스는 최근 거침없는 연승 가도로 신바람을 이어갔다. 비록 연승은 멈췄지만 잠시 동안은 패배를 모르는 팀의 모습 그 자체. 베테랑 양동근이 느낀 감정도 다르지 않았다. “일단 연승이 시작되면 선수들 모두 (소속팀이) 질 것 같지 않다는 느낌을 받는다”며 올 시즌 인상적인 경기에 대해서도 연승 그 자체의 기억을 꼽았다. 반대로 한 번 지면 전부 질 것 같은 생각을 하게 된다고. “농구는 멘탈 적인 부분이 크다. 상위권 팀과 하위권 팀의 차이도 그 부분에서 나뉘어 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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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동근(사진)은 살아있는 전설이라는 찬사를 듣지만 스스로는 한 없이 자신을 채찍질하는데 여념이 없었다. 사진=MK스포츠 DB |
양동근이 현재까지 느끼는 올 시즌에 대한 생각도 만족스럽다. 그는 큰 부상 없이 후반기를 맞이할 수 있게 된 그 자체만으로도 감사하다고 했다. “작년에 아파서 2~3개월을 쉬다보니 코트에서 뛸 때가 가장 좋은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의 응원을 받을 때 가장 좋다”고 올 시즌 부상 없이 활약하고 있음에 감사했다. 특히 지난 시즌 개막전 당한 손목부상으로 3개월 공백이 있었던 부분이 그를 더 성숙시켰다고. 하지만 양동근은 “그렇지만 부상으로 공백 있던 그 시간이 아무런 의미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스스로를 다시 한 번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며 아쉬움을 통해서도 배운 것이 있다고 밝혔다.
그래도 “부상은 조심해야 한다. 부상 없이 함께 뛸 수 있는 게 얼마나 좋은 것인가. 다른 선수들이라도 부상으로 빠지게 되는 것은 마음이 아픈 일이다”고 부상에 대한 신중한 자신의 생각을 빼놓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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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동근(사진)은 프로선수로서 다치지 않고 마무리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사진=MK스포츠 DB |
양동근은 지난 14일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올스타전에 참가해 축제의 시간을 즐겼다. 승부를 잠시 잊고 농구가 주는 또 다른 재미를 보여주는 시간. 지난해 올스타전에 참여하지 못했던 양동근에게 이번 올스타전은 더욱 의미가 남달랐다.
“재미있었다. 작년에 못 나가 아쉽기도 했는데...물론 나간다고해서 제가 재미있게 무엇을 보여드릴 수 있는 선수도 아니라 고민은 했다”면서 “올스타전이 참 쉽지 않다. 재미있는 장면을 보여드리고 싶지만 그게 또 합이 잘 맞아야 한다. 너무 짜 놓으면 티가 나거나 한다. 앨리웁 덩크 등 (정도) 밖에 할 게 없는데 아무래도 (그 부분은) 외국인 선수들이 주도적인 부분이기도 하고...”라며 이번 올스타전을 뛴 소감을 전했다. 베테랑으로서 단순 재미있었다, 어떠했다 등의 무엇이 아닌 올스타전 자체와 팬들과의 호흡을 고민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그래도 이번 올스타전은 풍성한 볼거리가 수놓았다. 유쾌한 장면도 속출하며 올스타전이 선보일 묘미를 한가득 보여줬다는 평가. 양동근도 후배 최준용(SK)과 익살스러운 장면을 연출하며 화젯거리를 만들기도 했다.
무엇보다 양동근의 감회를 새롭게 만든 것은 선배인 김주성(DB)의 마지막 올스타전 여정 때문. 김주성은 올 시즌 후 정든 코트를 떠나기로 선언했다. 올해부터 일종의 은퇴투어도 열리고 있다. 올스타전 역시 당연히 마지막 참가. 김주성은 경기 중 각종 추억을 다지는 시간을 물론, 후배와 환상적 앨리웁 덩크 호흡 및 3점슛 컨테스트까지 의욕적으로 참가하며 팬들과 호흡하는 멋진 추억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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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동근(오른쪽)은 수차례 자신은 운이 좋은 선수라고 스스로를 낮췄다. 사진=MK스포츠 DB |
양동근은 시간이 흐를수록 완숙한 기량을 뽐내고 있다. 안팎의 리더십과 선수단 내 가교역할까지. 매일같이 스스로를 발전시키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 그러나 양동근은 자신을 똑같은 선수 중 한 명이라고 말한다. “나이가 38이고 경험이 많다고 해도 경기를 하다보면 소극적이 될 때가 많다. 턴오버가 나오거나 미스샷이 나오면 저도 모르게 위축되더라. 심리적으로 그런 부분을 없애야 한다”면서 “동생들에게는 해보고 후회하지말자고 자주 말한다. 피하지 말자고 말한다”며 농구에 임하는 자세를 전했다. 물론 스스로에게도 해당되는 이야기. “(신인 때부터) 못했던 부분은 아직 여전하다”며 자신을 낮추고 긴장의 끈을 놓으려 하지 않았다.
▲포스트 양동근? 후배들이 더 잘해
포스트 양동근을 뽑아달라는 질문은 그에게 익숙하다. 하지만 신중하고 조심스럽다. 스스로 포스트 양동근을 언급할 정도의 선수가 됐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 양동근은 “(저처럼) 농구하면 안 된다. 더 좋은 기량을 갖고 있는 후배들이 많다. 저는 운이 좋은 선수다. 제가 잘해서 이룬 것은 별로 없다”며 “좋은 환경에 또 좋은 지도자를 만났고 좋은 동료들과 함께했다. (제)개인적으로는 해내지 못했을 것들”라고 한 없이 겸손해했다. 현재의 자신은 모두의 도움으로 이뤄졌다고 수차례 강조하며 거듭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후배들의 저력을 믿는다는 말로 포스트 양동근 답을 대신한 양동근은 “본인들이 책임지지 못할 일은 하지 말라고 말한다. 어떤 행동을 하더라도 스스로 후회하지 않도록 하라고 강조한다”고 후배들을 향한 당부사항 역시 빼놓지 않았다.
많은 것을 이뤘지만 아직 갈 길이 더 남은 양동근의 선수로서 남은 목표는 간단했다. “은퇴하는 날까지 다치지만 않았으면 좋겠다. 무사히 은퇴할 수 있길 바란다. 다쳐서 은퇴하면 너무 마음이 아프지 않겠나”라고 단순하지만 쉽지 않은 프로선수로서의 묵직한 메시지를 남겼다.
▲아버지 양동근의 철학
한편 양동근의 아들 진서(9)군도 요즘 농구의 매력에 흠뻑 빠져있다고. 토요일마다 농구교실에 참여하고 있고 아버지에게 농구 동작 등을 물어보는 일이 잦아졌다고 밝혔다. 나중에 아들이 원하면 농구를 시킬 것이냐는 질문에 “농구를 하고 싶어 하더라. 본인이 원하면 시키긴 하겠지만 단, 공부를 함께 해야 한다. 요즘 추세가 공부와 운동을 같이 병행해야 되는 분위기 아니냐. 어릴 적부터 그런 부분이 습관되야 한다. 저는 그렇게 못했지만...”라고 아버지로서, 농구인으로서 자신의 철학을 전했다. 진지하던 양동근. “그래도 바르게만 자라줬으면 좋겠다”고 아버지의 마음
▲양동근
1981년 9월 14일생
대방초-삼선중-용산고-한양대
울산 모비스 피버스 (2004~현재)
아시안게임, FIBA 국가대표 다수
2004-05 프로농구 신인상
정규리그 MVP 4회
챔피언결정전 MVP 3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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