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최민규 전문위원] 16일 부산 사직구장 시범경기 두산전에서 롯데 4번타자 이대호(36)는 5회말 1사에서 두산 좌익수 김재환 옆으로 떨어지는 빗맞은 안타를 쳤다.
타구 체공 시간이 길었고, 김재환은 백핸드로 공을 잡았다. ‘좌전 2루타’가 기록될 수 있는 상황. 하지만 타자 주자가 다름 아닌 이대호였다. 김재환의 송구를 받은 두산 2루수 류지혁은 한 템포를 쉬고 나서 뒤 들어온 이대호의 다리를 태그해 아웃카운트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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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롯데 자이언츠 이대호. 지난 14일 LG트윈스와 시범경기에서 안타를 때린 뒤 장면. 사진=김영구 기자 |
이대호는 자타가 공인하는 KBO리그 최고 타자 중 한 명이다. 하지만 주자로서는 높은 평가와 거리가 멀다. 이대호의 ‘외야 펜스 직격 단타’는 사직구장의 명물이다. KBO리그 통산 12시즌 도루는 10개며 이 중 6시즌에선 도루가 0개였다.
확실히 이대호는 느린 주자다. 하지만 ‘최악의 주자’로 불릴 정도는 아니다.
이대호는 도루를 기대할 수 없는 선수다. 지난해 두 번 도루시도에서 한 번은 성공, 한 번은 실패했다. 주자를 스코어링 포지션에 보내는 도루는 가치있는 플레이다. 그러나 도루 실패는 더 타격이 크다. 무사 1루에서 도루가 실패하면 1사 주자 없는 상황으로 바뀐다. 아웃카운트 하나가 늘어나고 주자 한 명이 사라진다. 이대호에게 도루를 기대할 수는 없지만 도루 실패의 위험도 없다.
지난해 100타석 이상 기록한 야수는 모두 156명. KBO리그 통계전문 사이트인 스탯티즈에 따르면 이대호의 도루 득점가치는 0.18점으로 156명 중 53위였다. 두 자릿 수 도루를 기록한 선수 중 한화 로사리오(-0.03점), LG 오지환(-0.10점), 넥센 김하성(-0.21점), LG 이형종(-0.35점), 삼성 강한울(-0.59점), SK 노수광(-0.80점), 롯데 번즈(-1.04점), kt 오태곤(-1.06점) 등은 이대호보다 순위가 낮았다. 이 선수들은 모두 도루 성공률이 50% 이하였기 때문이다.
주루 플레이는 도루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무사나 1사 주자 1루에서 발이 느린 타자는 병살타를 때리기 쉽다. 이 상황에서 이대호를 상대하는 투수들은 땅볼을 노리는 투구를 우선한다. 지난해 KBO리그에서 병살 상황이 실제 병살타로 이어진 확률은 10.0%였다. 100타석 이상 기준으로 가장 높은 확률로 병살타를 친 선수는 한화 차일목(29.4%)이었다. 이대호의 순위는 156명 중 27위로 높은 편이다. 하지만 병살률은 15.5%로 평균에 비해 큰 차이는 나지 않는다.
병살을 피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볼넷으로 걸어나가거나, 외야로 타구를 보내는 것이다. 이대호는 빠른 타구를 외야로 날려보낼 수 있는 타자다. 발이 느린 타자라고 해서 반드시 병살타를 자주 치는 건 아니다. 결코 준족이라고 부를 수 없는 한화 이성열은 지난해 74번의 병살 상황에서 한 번도 병살타를 치지 않았다.
공식 기록 항목에는 없지만 한 베이스를 더 가는 능력은 주루에서 가장 중요하다. 1루 주자가 단타 때 3루를 밟거나 2루타 때 홈을 밟는 상황 등은 야구에서 자주 나온다. 이런 추가 진루 가능 상황은 야구에서 모두 6개이며, 지난해 KBO리그 주자들의 평균 추가진루율은 41.1%였다. LG 히메네스(6.57%)와 한화 이용규(62.2%)가 이 부문에선 리그 최고의 주자들이었다.
이대호의 주루에서 가장 취약한 부분이 여기다. 이대호의 2017시즌 추가 진루율은 19.3%로 100타석 이상 156명 중 155위였다. 최하위는 한화 최재훈(18.8%)이었고, 이대호 바로 위에는 한화 김태균(21.1%)이 있다.
전체적으로 이대호는 지난해 도루를 제외한 주루득점기여도(RAA) –1.17점을 기록했다. 최고의 주자였던 삼성 구자욱(5.32점)보다 6.49점 모자란다. 이대호의 순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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