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황석조 기자] 다시 온 잠실구장. 바뀐 유니폼과 시작된 라이벌 매치. 김현수(31·LG)와 LG 트윈스-두산 베어스간 만들어갈 이야기가 더 흥미로워졌다.
사실 최근 성적만 보면 두산이 어느 정도 우위에 있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LG와 두산의 라이벌 구도는 단순 성적만을 포함하지 않는다. 한 경기장을 같이 쓴다는 점, 여기에 양 팀 모두 한 지역의 팬을 두고 경쟁하고 있으며 리그 대표 인기팀이도 하다. 매번 경쟁이 뜨거울 수밖에 없는 구조다.
양 팀 사이에서는 경기를 치를 때 귀가하는 동선, 특히 이겼을 때 졌을 때까지도 구분될 정도로 치열한 속사정이 있다. 이에 그치지 않고 양 팀 대표선수들이 공개적으로 상대팀에 대한 라이벌 의식을 드러내기도 한다. 가장 최근 만해도 2018 미디어데이 현장서 두산 오재원이 LG와 한국시리즈에서 붙고 싶다는 열망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만큼 양 팀이 느끼는 라이벌 의식은 팬들만큼이나 뜨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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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G 유니폼을 입고 두산을 상대한 김현수(사진)가 3일 경기 9회초 극적인 동점포로 강한 존재감을 내뿜었다. 사진(잠실)=천정환 기자 |
3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양 팀의 올 시즌 첫 매치업은 그래서 더 주목을 받았다. LG 유니폼을 입은 김현수의 모든 행동들은 관심의 대상이 됐고 이를 둘러싼 양 팀의 팽팽함도 화제요소였다. 물론 김현수는 말을 아꼈다. 예의를 지키는 것이며 또 스스로에게도 부담스럽지 않고 싶었을 터다.
사령탑들도 관련 질문을 숱하게 받아왔지만 경기 당일에는 더 특별할 수밖에 없었다. 처한 상황에 따라 달랐다. 두산 김태형 감독 입장에서는 다른 생각을 할 겨를이 없다 면서도 우리(두산)와의 경기에서는 잘 못 쳤으면 좋겠다는 진심 반 농담 반 너스레를 떨었다. LG 류중일 감독은 상대팀 반응을 이해한다면서도 “현수가 요즘 컨디션이 괜찮더라”며 은근한 기대심리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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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현수(사진) 가세 속 LG와 두산의 라이벌전이 더 뜨거워질 전망이다. 사진(잠실)=천정환 기자 |
김현수는 3일 경기, 5타수 2안타 2타점을 기록했다. 초반에는 범타에 그치며 특별한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그러던 6회말 두산 오재일이 날린 펜스 앞 깊은 타구를 그림 같은 자세로 잡아내는 호수비를 선보였다. 그렇게 이날 경기 첫 번째 존재감을 알린 김현수는 2-4로 밀리던 9회초 패색이 짙던 순간, 모두를 깜짝 놀라게 만든 동점 투런포를 날리며 승부를 연장으로 끌고 갔다. 절묘했던 상황과 타이밍, LG팬과 두산팬의 희비가 엇갈리고 양 팀의 복잡한 감정은 터져버렸다. 마치 드라마 시나리오 같은 장면이 펼쳐졌다.
김현수의 호수비와 극적 투런 포에도 불구하고 경기는 연장접전 끝 두산의 승리로 끝이 났다. 그렇게 김현수의 공격
하지만 강렬했던 시작만큼 앞으로를 향한 기대감도 안겼다. 점점 친정팀과 소속팀 구도는 옅어지고 LG맨으로서 김현수가 남게 되겠지만 양 팀의 라이벌 구도에는 더 불이 지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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