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안준철 기자] 넥센 히어로즈가 한국 프로야구 질서를 흐리고 있다. 구단 대표가 사기와 횡령·배임 혐의로 법정 구속된데 이어 선수를 매매대상으로 삼으면서 이를 속여 왔다가 들통이 났다. 공교롭게도 소속 선수가 성폭행 혐의로 경찰 소환을 받은 날이다.
28일 KBS 보도에 따르면 넥센 히어로즈가 지난해 kt위즈에 내야수 윤석민과 좌완투수 정대현, 서의태를 맞바꾸는 트레이드와 NC다이노스에 좌완투수 강윤구를 내주고 우완투수 김한별을 받는 트레이드 2차례에 걸쳐 뒷돈을 받은 사실이 들어났다. 더구나 선수를 판 대가가 이장석 전 대표와 고형욱 단장 개인 호주머니로 들어간 사실도 드러났다. 트레이드 내용을 허위로 발표한 것도 모자라 선수를 판 돈을 구단 고위층이 인센티브 형식으로 착복한 것이다.
한국야구위원회(KBO) 규약상 트레이드(선수계약의 양도)는 KBO의 승인을 요청하게 된다. 규약 제88조에는 트레이드 당사자 구단이 KBO에 제출하는 서류를 규정하고 있다. 양도와 양수 대상이 되는 선수의 계약서와, 트레이드 당사자 구단 사이의 선수 양도·양수 계약서다. 넥센은 두 번째 양도·양수 계약서를 허위로 작성했다.
↑ 이장석이라는 검은 그림자에 KBO의 질서가 무너지고 있다. 사진=MK스포츠 DB |
넥센과 kt, NC로부터 현금이 끼어 있다는 사실을 확인받은 KBO는 중대한 징계 사안으로 보고 있다. 메이저리그에서는 지난해 12월 해외 아마추어 선수와 계약 과정에서 계약금 한도 초과에 따른 규제를 피하기 위해 적은 액수에 계약한 뒤 이후 추가 금액을 지급하는 일종의 이면 계약방식을 주도한 존 코포렐라 애틀란타 브레이브스 단장이 영구제명된 사례가 있다. KBO는 해당 구단들에 대한 징계 외에도 다른 트레이드건에 범위를 넓혀 KBO에 요청된 대로 선수 양수·양도가 이뤄졌는지도 조사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규약 상에는 조사위원회를 구성할 수 있다. 하지만 사단법인인 KBO의 조사가 실효가 있을지는 의문이다. KBO측도 “결국 구단을 믿는 수밖에 없다”면서 답답한 반응이었다.
더구나 해당 당사자가 넥센이라는 점에서 더욱 심각하다. 넥센이 올해 들어 사고를 친 게 한 두 번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장석 전 대표가 사기와 횡령·배임 건으로 법정구속돼 항소심이 진행되고 있다. 구단 경영진이 구단을 수단으로 벌인 비윤리적인 경제범죄에 히어로즈 구단의 최대스폰서 넥센타이어가 두 달 동안 스폰서지급을 미루기도 했다. 여기에 주전 포수 박동원과 마무리투수 조상우가 인천 원정 3연전 도중 새벽까지 술을 마시고 여성을 원정숙소에 들여 성폭행한 혐의로 경찰에 입건되기도 했다. 뒷돈을 받고 선수를 팔았다는 사실이 밝혀진 날 둘은 경찰서에 소환돼, 수많은 취재진 앞에 고개를 숙였다.
네이밍마케팅이라는 신선한 방식과 젊은 선수들의 육성에 특화된 운영으로 KBO리그에 새 바람을 넣었던 히어로즈 구단이기에 최근 행보는 실망스럽다. 하지만 이는 예고된 일이었다는 게 야구계의 중론이다. 이장석 전 대표가 구속상태에서도 구단 경영은 물론 선수단 운영까지 개입하고 있다는 얘기가 파다하다. 지난달에는 장정석 감독과 전력분석팀장이 구단 사외이사를 겸직한 사실까지 드러났다. 회사와 무관한 외부인사를 이사회에 참가시켜 독단적인 경영을 감시하고 투명성을 제고하는 게 목적인 사외이사제도 또한 무시했다.
한마디로 법과 규정은 히어로즈 구단 앞에서는 무용지물이었다. 하긴 과거에도 선수 장사를 벌이다가 KBO의 제지를 받은 적이 있다. 히어로즈의 창단 초기인 2008년말 좌완 장원삼을 삼성에 넘기려다
분명한 사실은 미꾸라지 같은 넥센 때문에 KBO질서는 흐려지고 있는 중이다. 어쩌면 불행의 불씨는 KBO가 8개 구단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이장석 전 대표가 이끄는 히어로즈측의 입성을 허용한 때부터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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