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상암) 이상철 기자
감독이 바뀐 이란은 수비 지향적인 팀이 아니었다. 맞불이었다. 경기 내내 치열했다. 카를로스 케이로스 전 감독 시절 한국-이란전과는 다른 흐름이었다.
그 점에서 수비형 미드필더를 포백 앞에 둔 파울루 벤투 감독의 ‘전술 변화’는 좋은 판단이었다. 흥미로운 점은 그 1명의 키 플레이어로 ‘A매치 0경기’ 백승호(지로나)를 택했다.
11일 오후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축구 A매치 한국-이란전은 백승호의 데뷔전이었다. 지난 3월 벤투 감독의 첫 부름을 받은 그는 4번째 경기 만에 첫 기회를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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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승호(빨간색 유니폼)는 A매치 데뷔 무대였던 대한민국-이란전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사진(상암)=천정환 기자 |
백승호의 기본적인 역할 중 하나는 수비 안정이었다. 이란의 공격을 ‘먼저’ 끊으면서 수비수를 도와야 했다.
지난달 마르크 빌모츠 감독이 부임한 이란은 케이로스 전 감독과 색깔이 달랐다. 상당히 공격적이었다. 카림 안사리파르드(노팅엄 포레스트), 메흐디 타레미(알 가라파), 메흐디 토라비(페르세폴리스), 알리레자 자한바크시(브라이튼 앤 호브 알비온) 등은 불도저처럼 한국 수비를 밀어붙였다.
백승호는 분주하게 위아래를 오르내렸다. 영리하게 이란의 패스 길목을 예측해 차단하려는 플레이는 인상적이었다. 과감하게 태클로 막아내기도 했다. 간혹 미스플레이를 범하기도 했으나 재빠르게 움직여 실수를 만회했다.
백승호가 공을 뺏은 뒤 전개되는 공격도 상당히 빨랐다. 시원시원했다. 제 위치를 벗어나지 않았으나 상황에 따라 공격에 가담하기도 했다.
전반 16분에는 이란 수비수 3명 사이를 돌파하는 화려한 개인기를 선보였다. 그의 얼굴이 서울월드컵경기장 전광판에 등장하면, 함성이 터졌다.
나흘 전 호주전과는 달랐다. 한국은 상당히 역동적이었다. 손흥민(토트넘 홋스퍼)의 움직임은 가벼웠고, 황의조(감바 오사카)의 침투는 날카로웠다. 전반 44분 손흥민의 패스를 받은 나상호(FC 도쿄)의 슈팅은 크로스바를 강타했다.
그 중심에는 수비형 미드필더 백승호의 역할이 컸다. 최후방까지 내려가 리빌딩의 시작점이 되기도 했다. 아시아 톱클래스 이란을 상대로 치른 A매치 데뷔전에서 그는 대범했다. 후반 33분 주세종(아산 무궁화)과 교체된 그는 78분간 포스트 기성용의 후보로서 자신의 존재감을 각인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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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벤투호는 8년 만에 A매치 이란전 득점에 성공했으나 승리까지 거머쥐지 못했다. 사진(상암)=천정환 기자 |
호주전에 이어 2경기 연속 골 세리머니를 펼친 황의
이란과 역대 전적은 9승 9무 13패가 됐다. 2019 아시안컵 후 A매치 연승 기록도 3경기에서 멈췄다. rok1954@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