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광주) 안준철 기자
“내가 많은 지식을 보유하고 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 공부 많이 하겠다.”
‘꽃’ 이범호(38·KIA타이거즈)의 질주가 멈췄다. 하지만 잠시 쉼이다. 이범호는 지도자로서 제2의 야구인생을 다짐했다.
이범호는 13일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와의 경기를 끝으로 20년 간의 프로 생활을 마무리 했다. 이날 이범호는 6번 3루수로 출전해 5회말까지 세 타석에 들어서 2타수 무안타 1볼넷을 기록했다.
5회말 마지막 타석은 2사 만루 상황이었다. 통산 만루홈런 1위(17개)로 만루의 사나이라는 별명도 보유한 이범호에게 걸린 절묘한 상황이었다. 2사 1,2루에서 앞선 타자 안치홍이 유격수 땅볼을 쳤지만, 한화 유격수 오선진의 2루 송구보다 1루주자 프레스턴 터커의 발이 빨랐다. 한화 측에서 비디오판독을 요청했지만, 판정은 번복되지 않았다. 극적인 만루 찬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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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일 은퇴식을 마친 뒤 취재진과 인터뷰 중인 KIA 이범호. 사진(광주)=안준철 기자 |
6회초 수비에서 박찬호와 교체돼 더그아웃으로 들어올 때 눈물을 글썽였던 이범호는 “마지막 타석 때 너무 함성소리가 커서 더 울컥했던 것 같다. 비록 만루에서 못쳤지만, 화려하게 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비디오 판독 때는 하늘이 마지막 타석을 줄 것이라 생각했다. 세이프라고 생각했다”라며 환하게 웃었다.
이제 현역생활을 마무리한 이범호는 지도자 수업에 들어간다. 이범호는 “내가 빠지면 우리팀에 장타를 칠 선수가 없어진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 우리팀에 안타를 때릴 선수들은 어떻게든 키울 수 있지만, 장타를 때리는 선수를 키우는 건 어렵다. 그래서 미국이나 일본에서는 어떻게 하는지, 우리가 모르는 무엇이 있는지 배워오고 싶고, 나를 능가하는 선수들을 많이 만들고 싶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고별사에도 얘기했지만, 지도자 생활의 시작은 타이거즈에서 해야 된다. 이렇게 멋있게 은퇴까지 시켜주셨는데, 안 그러면 배신 아닌가. 배신은 할 수 없다”며 “여기서 좋은 선수들 많이 만들 수있도록 많이 연구하고 공부하겠다. 저희 타이거즈에 좋은 선수들 많다. (박)찬호 뿐만 아니라 제가 배워온걸 선수들이 빼내가는 그림이 나와야 한다. 내가 많은 걸 가지고 있다는 걸 후배들한테 보여주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jcan1231@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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