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평양에서 열렸던 남북 간 '깜깜이 축구', 중계가 안 돼 경기 상황을 속속들이 알 수는 없지만, 분위기가 전쟁 같았다고 합니다.
옐로카드가 4장, 양팀 선수들이 뒤엉키는 일촉즉발 상황까지 갔다고 하는데, 우리 선수단은 5시간 뒤 '무사히' 돌아옵니다.
김태일 기자입니다.
【 기자 】
취재진도 응원단도 없이 축구대표팀만 홀로 보내진 평양.
관중 한 명 없고, 스탠드 곳곳에 제복 입은 요원이 서 있는 경기장엔 적막함만 감돌았습니다.
빨강과 흰색으로 나뉜 양측 선수가 도열한 가운데 울려 퍼진 북한 국가와 애국가가 더 비장한 분위기를 만들었습니다.
깜깜이 상황 속 경기감독관이 3각 통신으로 전해준 경기 상황은 경고, 또 경고.
오늘까지 유일하게 확인된 경기 장면은 북한주재 스웨덴 대사가 SNS에 올린 양 팀의 물리적 충돌 모습이었습니다.
주장 손흥민이 불상사를 막으려는 몸짓이 더 애처로워 보였습니다.
마지막으로 전해 온 문자는 0대0 무승부.
승리도 패배도, 아무 일도 없이 끝났다는 게 다행스러울 정도였습니다.
영국 토트넘 팬들은 경기 소식을 전하는 구단 SNS에 "손흥민이 살아서 돌아왔구나"라며 안도했습니다.
오늘 오후 무사히 평양을 떠난 대표팀은 중국 베이징을 거쳐 자정 무렵 인천공항에 도착합니다.
북한과 나란히 2승1무를 기록하고 골 득실에서 앞서 조 1위를 지킨 대표팀은 내년 6월 서울에서 모두가 볼 수 있는 진짜 남북 축구 경기를 벌입니다.
MBN뉴스 김태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