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키움 불펜이 무너졌다. 장정석 감독은 때로 너무 빨랐거나 때로 너무 느렸던 투수 교체 시기가 패착이었다고 했다. 그렇지만 온전히 구원투수의 부진과 감독의 판단 착오로 돌리기 어렵다. 키움의 이상 신호는 ‘수비’부터 나타났다.
키움은 두산과의 한국시리즈 1·2차전에서 각각 7실점과 6실점으로 총 13실점을 기록했다. 실점률이 높다. 준플레이오프 4경기에서 13점, 플레이오프 3경기에서 11점을 허용했던 키움이다.
미스 플레이가 쏟아졌다. 실책 4개를 포함해 병살타 3개, 폭투 1개, 보크 1개를 범했다. 기록되지 않은 실책까지 포함하면, ‘자멸’에 가까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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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키움 2루수 김혜성은 23일 두산과의 한국시리즈 2차전에서 8회말 실책을 범했다. 1사 1, 2루에서 호세 페르난데스의 땅볼을 포구하지 못했으며, 그 틈에 2루 주자 박건우가 홈까지 쇄도했다. 미라클 두산의 시작이었다. 사진(서울 잠실)=천정환 기자 |
특히 실책이 치명타였다. 키움의 수비가 견고한 건 아니었다. 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에서 실책 5개를 기록했다. 준플레이오프 3차전 패배도 7회말 우익수 샌즈의 포구 실책 여파가 컸다.
그렇지만 한국시리즈에서 중압감 때문인지 더 크게 흔들리고 있다. 실책 도미노에 가깝다. 키움이 실책을 기록한 1차전의 4·9회말과 2차전의 8회말, 두산은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악몽이었다. 특히 경기 막바지 실책의 후폭퐁은 예상보다 강력했다. 상대의 기를 살려준 꼴이었다.
큰 경기일수록 실수를 최대한 줄이는 팀이 이길 확률이 높다. 양 팀이 분위기 싸움을 강조하는 이유다. 상대의 기에 눌려 미스 플레이가 나오기 쉽다.
두산 선수들은 “우리의 기가 더 셌다”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2만5000명이 자리한 잠실구장에서 뛰는 건 처음이 아니다. 그러나 한국시리즈 경기는 정규시즌 경기와 달랐다.
키움은 수비 싸움에서 완패했다. 두산도 실책 2개를 기록했으나 물샐 틈 없는 수비를 펼쳤다. 정수빈, 박건우, 오재일
‘기회가 남은’ 키움은 할 일이 많다. 구멍이 난 수비를 복구하는 건 불펜 보수만큼이나 중요하다. 공사를 빠르고 완벽하게 마치지 않는다면, 남은 경기도 고전할 수밖에 없다. rok1954@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