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홈런보다 기분이 좋은 박병호의 멀티히트였다.”
박병호(키움)의 단타 2개에 반색한 야구대표팀이었다. 박병호가 깨어나면서 타선의 무게가 더해졌다는 내부 평가다. 홈런도 곧 터질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장타 생산 능력이 부족했다. 한국은 2019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 예선라운드 3경기에서 안타 24개를 쳤으나 장타는 2루타 5개뿐이었다. 홈런은 1개도 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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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병호는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15 WBSC 프리미어12 결승 미국전에서 비거리 130m 홈런을 터뜨렸다. 사진=김재현 기자 |
슈퍼라운드에 진출한 6개 팀 중 유일하게 홈런이 없다. 11일 슈퍼라운드 첫 상대인 미국은 예선라운드에서 무려 10개의 아치를 그렸다. 한국의 장타율은 0.309로 호주(0.217), 대만(0.264)보다 조금 나은 편이었다. 미국(0.627)과는 쾌 큰 차이가 났다.
한국은 예선라운드에서 호주(5-0), 캐나다(3-1), 쿠바(7-0)를 차례로 제압했다. 투·타가 균형을 이뤘다. 투수는 변함없이 짠물 투구(평균자책점 0.33)를 펼쳤으며 타자는 조금씩 매서운 스윙을 펼쳤다. 경기를 치를수록 공격 전개가 매끄러웠다. 박병호를 비롯해 양의지, 박민우(이상 NC), 김하성(키움) 등이 타격감을 끌어올렸다.
4번타자 박병호가 11번째 타석에 안타를 치고 12번째 타석에 타점을 올리자, 가장 웃음꽃을 핀 이는 김재현 코치였다. 언젠가는 칠 것이라며 믿어 의심치 않았다고 해도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특타’까지 했다.
박병호에 이어 6번타자 양의지도 안타를 쳤다. 막혔던 혈이 뚫리면서 위아래로 선순환이 생겼다. 코칭스태프는 ‘시너지 효과’를 기대했다.
우려했던 타격 부진은 없었다. 그렇다고 근심이 사라진 건 아니다. 슈퍼라운드에서 만날 미국(11일), 대만(12일), 멕시코(15일), 일본(16일)은 예선라운드 상대보다 더 강하다.
장타 부족에 대한 고민도 있다. 경기가 안 풀릴 때 장타는 흐름을 바꿔놓을 수 있다. 2015 프리미어12 준결승 일본전에서도 기적의 9회 무득점을 깬 건 오재원(두산)과 손아섭(롯데)의 연속 안타 뒤 정근우(한화)의 2루타였다.
한 코치는 “(쿠바전에서) 병호의 큼지막한 타구(6회)가 넘어가는 줄 알았는데 아쉬웠다. 그래도 홈런보다 멀티히트가 더 기뻤다”라며 “병호가 깨어나 타선도 살아난 만큼 도쿄돔에 가면 홈런도 자연스럽게 터지지 않겠는가”라고 말했다.
최근 도쿄돔에서 홈런을 친 타자가 2명이나 있다. 김하성은 2017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일본전에서 1점 홈런을 터뜨렸으며 박병호도 2015 프리미어12
이정후는 “박병호 선배는 워낙 잘 치는 타자다. 타격은 사이클이 있어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슈퍼라운드에서 홈런을 많이 쳐줄 거다”라고 기대했다. rok1954@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