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20일 진행된 프로야구 2차 드래프의 화두는 ‘가치’다. 예년보다 미지명이 늘었다. 뽑을 선수는 많았으나 각 구단은 더 뽑을 선수가 없다고 입을 모았다. ‘투자의 가치가 없다’는 의미다.
취지가 변질해 2차 드래프트의 무용론이 제기되는 가운데 총 18명의 선수만 유니폼을 갈아입었다. 2011년부터 격년으로 열리는 2차 드래프트 중 역대 최소 지명 인원이다.
2차 드래프트는 10개 구단이 1~3라운드에 걸쳐 총 3명의 선수를 지명할 수 있다. 1라운드 3억원, 2라운드 2억원, 3라운드 1억원의 보상금을 원 소속 구단에 지급한다. ‘강제적으로’ 3명을 꼭 택하는 건 아니다. 자유의사로 결정한다. 단, 상위 지명권을 포기할 경우 남은 지명권을 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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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A 계약이 남은 이보근은 2차 드래프트를 통해 kt로 이적했다. 사진=옥영화 기자 |
1~3라운드 지명권을 모두 행사한 구단은 SK, LG, NC, 한화뿐이었다. 10개 구단 중 절반 이상이 한 번이라도 ‘패스’를 외쳤다. 한국시리즈에서 맞붙은 두산과 키움은 1명도 지명하지 않았다. 포스트시즌에 탈락한 KIA, 롯데도 1명씩만 지명했다.
2차 드래프트가 ‘흥하지 않은’ 이유는 뽑을 선수가 마땅히 없기 때문이다. 각 구단은 40명을 보호선수로 묶는다. 당해 연도 FA 승인 선수, 외국인선수, 1·2년차 선수도 지명 대상에서 제외된다.
각 구단은 육성을 강조하는 트렌드에 맞춰 미래 자원을 최대한 보호하고자 했다. 30대 후반 베테랑이 대거 팀을 옮긴 이유다.
그렇지만 ‘노장’을 굳이 영입할 필요가 없는 구단도 있다. 기존 자원과 비교해 두 팔 벌려 데려올 자원도 보이지 않았다. 최대 3억원의 보상금이 작으면 작지만 크면 클 수 있는 금액이다.
미지명 A구단의 한 관계자는 “2차 드래프트 1라운드 보상금이 3억원이다. 1차 신인 대어의 계약금 수준이다. 보강이 필요한 포지션도 있으나 (기존 선수들과 비교해) 보호되지 않은 선수들 가운데 그럴 만한 투자 가치가 있는지 잘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미지명 B구단도 A구단의 의견에 공감했다.
다만 가치 판단 기준은 구단마다 다를 수밖에 없다. 2차 드래프트는 메이저리그 룰5 드래프트를 벤치마킹해 도입된 제도다. 그렇지만 거듭할수록 취지가 희석됐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각 구단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한다. 한쪽에서는 보호선수의 숫자를 더 줄여야 한다고 외치며 다른 한쪽에서는 보호장치 보완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막내 구단 kt는 2차 드래프트를 통해 전력을 강화했던 대표적인 팀이다. 올해 1라운드에는 이보근을 지명했다.
이보근은 지난 1월 키움과 총액 19억원(계약금 3억원·연봉 2억원·옵션 8억원)에 3+1년 계약을 맺었다. 2차 드래프트는 기존 계약을 승계한다. kt의 투자 금액은 훨씬 큰 셈이다.
올해 19경기 평균자책점 9.72으로 부진했으나 이보근은 2016년 홀드 1위, 2018년 홀드 2위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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