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안준철 기자
결국 샐러리캡이다. 20년 만에 프로야구 FA(프리에이전트) 제도가 대폭 바뀌게 됐지만, 샐러리캡에 따라 흐지부지될 수 있다. FA 제도 개혁의 뇌관이다.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이하 선수협)은 2일 서울 논현동 임페리얼 펠리스 호텔에서 2019년 총회를 가지고 한국야구위원회(KBO) 이사회가 제시한 FA제도 개선안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이날 총회에 참석한 10개 구단 선수들이 투표를 해, 195명이 찬성표를 던졌고, 151명의 반대표가 나왔다. 찬성과 반대 차이가 근소했다.
찬성을 했지만, 이대호(37·롯데) 선수협 회장은 ‘조건부’라고 강조했다. 구체적인 샐러리캡 기준 없이는 KBO·구단과의 협의가 쉽지 않을 것임을 예고했다. 선수협으로서는 충분히 할 수 있는 얘기이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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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일 오후 서울 강남구 임피리얼 팰리스 호텔에서 "2019 플레이어스 초이스 어워드"(Players Choice Awards)가 열렸다. 시상식을 마친 후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장 이대호가 취재진과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사진(서울 논현동)=김영구 기자 |
샐러리캡은 한 팀 선수들의 연봉 총액이 일정액을 넘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제도다. 재정이 탄탄한 구단이 최고 선수를 독점해 팀 간 전력 차가 커지는 것을 방지한다. 미국프로농구(NBA)가 최초로 도입했고 국내에선 프로농구, 프로배구가 채택하고 있다.
40년을 향해가는 한국 프로야구에서 샐러리캡을 적용한 적이 없다. 갑자기 샐러리캡 얘기가 나온 것은 지난해 도입을 시도했던 FA 상한제와 관련 있다. 지난해 KBO는 4년 총액 최대 80억원의 FA 상한제를 도입하려 했고, 선수협과 마찰을 빚었다. 프로야구 인기는 식어가고 있는데, 몸값이 천정부지로 오르기 때문이다. 이에 선수협 쪽에서 몸값 거품을 줄일 다른 방안을 찾자고 제안했고, 샐러리캡이 그 대안으로 나온 것이다.
전력평준화를 꾀한다는 점에서 구단과 선수 측 모두에게 이득이 될 수 있지만, 선수들이 달갑게 생각하지 않은 이유가 있다. 바로 총액이 제한에 걸리면 선수들의 몸값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샐러리캡이 선수들에게 불리하게 적용될 수 있는 건 기준 총액과 관련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한 구단의 샐러리캡을 50억으로 할 경우 고액 연봉 선수들이 동료들의 눈치를 볼 수 있다. 또 구단들이 샐러리캡 한도를 이유로 선수들의 연봉을 대폭 삭감하는 일도 일어날 수 있다.
물론 선수들에게 불리하기만 한 제도는 아니다. 샐러리캡을 어떻게 운영하느냐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상식적으로 알려진 상한제가 아니라 하한제를 도입하면 구단 운영이 힘들다는 이유로 마른 수건을 쥐어짜는 식의 연봉삭감 같은 사례는 방지할 수 있다. 이대호 회장도 이날 “하한금액이 들어가야 수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용어만 샐러리캡이지만, 메이저리그에서 실행 중인 사치세 제도처럼 운영할 수 있다. NBA도 각종 예외규정을 두고 있다. 예외를 두고 샐러리캡 한도를 넘길 수 있되, 구단에 핸디캡을 주는 방식이다. 예외규정의 존재에 따라 샐리러캡은 하드 샐러리캡과 소프트 샐러리캡으로 나눠지는데, 사치세는 후자 방식이다. 10개 구단 의견도 소프트 샐러리캡 도입 분위기이다.
물론 구체적으로 논의조차 시도하지 못했다. 결국 샐러리캡의 기준이 정해져야 FA제도의 개혁이 현실화될 수 있다. 이대호 회장은 “샐러리캡부터 명확히 정해져야 한다. 개선안을 받을 준비는 다 돼있다”고 강조했다. 이제 공은 다시 KBO와 구단으로 넘어간 모양새다. jcan1231@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