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사 9일 만에 구출된 아베 진 군은 무엇보다 다시 살 수 있게 돼 기쁘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할머니를 돌보며 물과 과자로 고통의 순간을 버텨야 했던 순간은 어린 소년에게 씻기 어려운 상처로 남았습니다.
이혁준 기자입니다.
【 기자 】
병상에 누운 열 여섯 살 소년 아베 진 군은 하얀 마스크 안에서 얕은 숨을 내뱄습니다.
구조돼 이제야 안심했다며 운을 뗐지만, 구출 전까지 겪은 힘들었던 기억을 떠올리자 이내 소년의 눈빛은 흔들립니다.
무너진 집, 잔햇더미 속에서 구조의 손길이 닿기까지 아흐레 동안 소년은 여든 살 할머니를 돌봤습니다.
냉장고에 깔려 움직이지 못하는 할머니에게 주무시지 말라며 말을 건네고 음식을 먹인 장한 소년이지만, 고통을 견디기에는 아직 어립니다.
▶ 인터뷰 : 아베 진 / 쓰나미 생존자
- "(구출될 때까지 어떻게 시간을 보냈죠?) 물을 마시고 과자를 먹었어요."
소년과 할머니는 소방차 소리를 듣곤 했지만, 집에 갇혀 밖으로 나갈 수 없었던 안타까운 순간을 견뎌냈습니다.
구조 당시 소년은 가까스로 지붕에 뚫린 구멍에 얼굴을 내밀었고, 경찰관이 발견한 지 한 시간 만에 구출돼 헬리콥터로 병원에 이송됐습니다.
MBN뉴스 이혁준입니다. [ gitania@mb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