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3년간 미국에 본사를 두고 영업을 하고 있는 미국최대 약국체인 월그린 주주들이 본사를 유럽으로 옮기라고 경영진에게 요구하고 나섰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법인세를 부과하는 미국의 절반 정도 세금만 내면 되는 유럽으로 본사를 옮길 경우, 그만큼 세금을 적게내게돼 기업실적이 개선된다는게 이들의 주장이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지난 11일 파리에서 열린 비공개 회의석상에서 월그린 지분 5%를 소유한 주주들이 경영진에게 본사를 유럽으로 옮길 것을 요구했다"고 13일 전했다. 회의에는 월그린의 그레그 와슨 최고경영자(CEO), 웨이드 미켈론 최고재무책임자(CFO), 스테파노 페시나 얼라이언스부츠 회장이 참석했다.골드만삭스 인베스트먼트 파트너스, 헤지펀드 자나 파트너스, 코벡스 등 월그린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투자그룹들이 주주를 대표해 경영진을 만났다. 지난 2012년 월그린이 67억달러에 지분 45%를 인수한 스위스 소재 영국 약국체인 얼라이언스 부츠(Alliance Boots)를 통합법인으로 활용, 본사를 유럽으로 이전시키라는게 주주들의 요구다. 월그린은 내년중 얼라이언스부츠 나머지 지분 55%를 사들일 수 있는 옵션을 가지고 있다. 옵션을 행사하면 얼라이언스부츠 지분 100%를 확보하게 되는 셈이다.
주주들이 본사이전을 압박하는 것은 절세효과때문이다. 미국 법인세율은 39.2%로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UBS 분석에 따르면 세제혜택 등을 감안한 월그린의 미국내 실효 법인세율은 37.5%다. 하지만 스위스에 본사를 두고 있는 얼라이언스부츠에게 적용되는 법인세율은 20%로 거의 절반수준에 불과하다. 때문에 스위스로 본사를 이전하면 월그린 주당순익이 75센트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곧바로 상당한 절세효과를 볼 수 있고 그만큼 주주들에게는 이익이다. 지난 2년간 제약회사들을 중심으로 유럽으로 본사를 옮겨 세금을 줄이는 세금도치(倒置.tax inversion)가 유행처럼 확산된 배경이다. 만약 월그린이 유럽으로 본사를 옮기면 사상최대 규모의 세금도치 사례로 기록된다.
하지만 월그린 경영진은 유럽 본사이전 요구에 대해 곤란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미국내 비판여론이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신용평가사 무디스에 따르면 지난해말 현재 미국기업들이 고율의 세금을 회피하기위해 해외에 쌓아두고 미국 본토로 들여오지 않는 현금 유동성규모가 전년 대비 13%
[뉴욕 = 박봉권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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