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정부군이 북부 요충지 티크리트에서 극단주의 테러단체 ‘이슬람국가(IS)’를 쫓아내기 위한 총력전을 벌이는 가운데, 국제동맹군을 이끌고 있는 미국과 이라크가 갈등을 빚고 있다.
미국은 지난해 8월부터 이라크와 시리아 일대에서 계속되는 국제동맹군의 IS 공습 작전을 주도하고 있다. 그러나 이라크군은 지난 2일 티크리트 탈환 작전 개시를 선언하면서 이번 작전에 미국이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미군 역시 자신들은 이번 작전에 어떠한 지원도 제공하지 않았으며 이라크로부터 지원 요청도 없었다고 밝혔다. 오히려 미국과 핵문제를 두고 갈등 관계인 이란이 이라크군과 함께 적극적인 공세에 가담하고 있다.
이라크가 이처럼 정치적으로 민감한 작전 수행을 놓고 일방적으로 작전 개시를 선언한 것은 그동안 IS와의 싸움에서 이라크와 미국이 겪어온 갈등이 수면 위로 드러났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뉴욕타임스(NYT)는 지난 3일(현지시간) 전했다. NYT에 따르면 미국은 이라크의 현 시아파 정권이 수니파 세력을 제대로 규합하지 못하는 것에 불만을 가지고 있는 상황이다.
티크리트 등 수니파 근거지에서 IS와의 싸움에서 승리하려면 수니파 부족을 자신들 편으로 끌어들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그렇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반면 이라크 정부는 미군의 지원이 생각만큼 활발하지 못한데다 현재 이라크군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민병대 세력을 정식 군대로 인정하지 않는 태도에 불만을 품고 있다.
양측의 갈등은 최근 이라크 제2도시 모술 탈환 작전을 놓고서도 불거졌다. 익명의 미군 중부사령부 관계자가 지난달 20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모술 탈환 작전이 4~5월 중 개시될 것이라며 세부 작전 계획을 이례적으로 언론에 공개했는데, 이라크 측은 ‘적에게 패를 보여주는 행위’라며 반발했다.
하이데르 알아바디 이라크 총리의 측근 보좌역인 알리 알알라는 NYT에 “모술 탈환 작전에 대한 미국의 비관적 태도에 좌절감을 느낀다”며 “이라크는 이제 미국 없이 이 나라를 해방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누리 알말리키 전 총리의 대변인이었던 압바스 알무사위도 “미국과 이라크 사이에 신뢰의 위기가 찾아왔다”며 “만약 이 문제를 잘 풀지 못한다면 모술에서 큰 어려움에 직면할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미국과 반대로 이란의 행보는 더욱 적극적이다. 이번 작전에서 이란 혁명군 수비대 쿠드군 대장 카셈 솔레이마니는 전선에 나가 군을 진두지휘했다. 솔레이마니는 티크리트 동쪽 측면인 55㎞ 떨어진 알부 라야시까지 나가 작전을 지시했다. 그의 옆에는 강력한 시아파 민병대 조직인 하시드 샤비를 이끄는 지도자 아부 마흐디 알 모한디스와 바드르를 이끄는 하디 알 아미리 등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이 같은 이란의 개입이 종파갈등을 우려할 수 있다며 신중을 기할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애슈턴 카터 미국 국방장관은 “이라크군의 이번 티크리트 탈환 작전이 종파간 긴장을 촉발시킬 수도 있다”고 말했다.
마이클 모렐 전 미국 중앙정보국(CIA) 차장은 CBS와의 인터뷰에서 이란과 그들이 지원하는 군인들은 이번 작전으로 IS를 격퇴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맞았지만 이는 심각한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이라크내 IS 격퇴는 가능하겠지만 이는 외교적인 부분에서 이라크를 이란에 넘겨주는 꼴이 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런 가운데 이라크군은
[김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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