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러시아의 크림반도 병합으로 촉발된 서방과 러시아 간 긴장관계가 최근 무기배치를 둘러싸고 가열되고 있다.
미국 주도의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와 러시아가 각각 유럽지역을 무대로 최신형 무기배치 계획을 경쟁적으로 발표하면서 양측 관계가 냉전을 방불케할 만큼 얼어붙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모스크바 외곽 쿠빈카에서 열린 국제군사기술포럼 ‘군(Army)-2015’ 개막식에서 “올해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40기를 추가 배치할 것”이라며 “가장 진보된 (서방의) 미사일 방어시스템(MD)도 신형 미사일을 막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최신형 ICBM인 ‘RS-24야르스’를 푸틴 대통령이 언급한 최신형 미사일로 보고 있다. 2009년부터 실전배치된 RS-24야르스는 개별 조정이 가능한 3∼4개 핵탄두를 장착하고, 최대 1만1000㎞를 비행해 목표물을 타격할 수 있는 성능을 갖췄다.
푸틴의 발언에 앞서 전날 데보라 리 제임스 미국 공군장관은 유럽에 차세대전투기 ‘F-22랩터’를 배치하겠다고 밝혔다. F-22랩터는최고속도 마하 2.5에 레이더 추적을 피할 수 있는 스텔스 기능, 기관포와 공대공 미사일, 유도폭탄 등을 갖추고 있다. 군사전문매체 밀리터리닷컴은 미국이 유럽에서 러시아를 상대로 군사력을 과시하기 위해 F-22랩터를 배치하려 한다고 전했다.
앞서 지난 13일에는 나토가 러시아와 국경을 접한 동유럽 국가에 최대 5000명의 병력이 이용가능한 탱크와 중화기를 상시 배치한다고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하기도 했다. 이처럼 서방 세계가 러시아를 겨냥해 군사력 증강에 나서자 러시아가 발끈한 것이다.
푸틴 대통령이 밝힌 ICBM 배치 계획과 관련해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은 “미국과 러시아는 전략무기감축협정(START)에 합의했지만 반대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며 “러시아의 ICBM 40기 추가 배치는 시대에 역행하는 일”이라고 비난했다. START는 ICBM 등 장거리미사일과 핵탄두 감축을 목적으로 미국과 옛 소련이 체결한 군축협정이다.
나토 역시 푸틴 대통령을 비난하며
[김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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