꽁꽁 얼어붙었던 한·일 관계가 국교정상화 50주년을 계기로 ‘해빙’ 무드로 전환될 조짐을 보이자 미국과 중국의 표정이 엇갈리고 있다. 중국 관영 언론들은 한국과 일본의 움직임 뒤에는 미국이 있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쏟아내고 있다. 반면 미국은 환영하는 분위기 속에 한·일 정상회담까지 성사돼 한·미·일 삼각 공조가 복원되길 바라는 마음을 감추지 않았다.
23일 중국의 대표 관영매체인 신화통신은 전문가 멘트를 인용해 ‘미국에 의한 강제 화해’의 문제점을 강조했다. 신화통신은 “미국의 냉전전략 아래 체결된 ‘한일기본조약’은 일본의 식민통치와 전쟁책임 문제를 회피하게 했다”며 “미국은 오늘날에도 한일 양국의 역사문제를 무시하고 화해를 강제하고 있는데 향후 더 큰 문제로 부각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환구망은 “‘외교적 고립’을 극복하라는 국내 여론과 미국의 압력에 못 이겨 한국 정부가 지난달 ‘투트랙 전략’을 내놓기에 이른다”며 “이번 한일 양국의 움직임도 투트랙 전략의 연장선”이라고 설명했다. 투트랙 전략은 역사·영토문제와 경제·안보 문제를 분리해 일본에 대응하는 외교전략이다.
중국 언론은 ‘역사 문제’가 향후 한일관계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신화통신은 “한일 양국의 이번 움직임을 개선이 아니라 추가적인 관계 악화를 억제하는 데 목적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앞으로 한일 정상회담이 실현된다 해도 역사마찰, 영토분쟁, 국민감정 악화, 동북아시아의 전략적 위치 등에 관한 문제는 여전히 중요한 난제로 남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국중앙(CC)TV 는 “양국이 서로에 대해 ‘선의’를 표출했지만 역사문제에서는 별다른 진전이 없었다”고 보도했다
반면 미국은 한일관계 진전에 기대감을 표시했다. 존 커비 미 국무부 대변인은 22일(현지시간) 정례 브리핑에서 “한·일 두 정상이 국교정상화 50주년 행사를 교차참석한 것은 가벼운 의미로 봐서는 안된다”며 “더욱 개선된 관계와 협력, 대화로 이어지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한·일 정상회담 성사 가능성에 대해 “예측할 위치에 있지 않다”면서도 “미국은 분명히 한·일 관계가 더 넓고 깊은 관계로 진전되기를 고대하고 있다”고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미국내 아시아·한반도 전문가들도 일제히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고 있다.
빅터 차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석좌는 “올해 서울에서 한·중·일 3국 정상회담이 개최되면서 한·일 양자 정상이 열릴 수도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두 동맹국의 관계개선을 희망해왔던 미국으로서는 매우 좋은 뉴스”라고 말했다.
스콧 스나이더 미국외교협회(CFR) 한반도담당 선임연구원도 “양국 지도자들이 화해의 메시지를 보낸 것은 고무적”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한·일 양국이 화해와 경색이 반복되는 악순환을 진정으로 끊을 수 있는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뉴욕타임스는 22일(현지시간) “한·일 정상이 22일 국교 정상화 50주년을 맞아 드물게도 회유적인 언급을 주고 받았다”며 “중국, 북한을 의식한 미국은 그동안 한·일 관계 개선을 지속적으로 촉구해왔고, 이를 보여주는 어떠한 신호도 환영한다는 입장”이라고 소개했다. 이 신문은 이어 “아직 즉각적인 돌파구는 관측되지 않는다”면서도 “부분적이나마 워싱턴의 재촉에 따라 한·일 양국이 정상회담을 위한 기초작업을 수개월 동안 지속하는 중”이라고 전했다.
이러한 미·중 G2의 엇갈린 반응에 대해 동북아 전문가들은 한일이 냉전기나 신냉전기의 모델을 넘어서 새로운 미래관계를 설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1965년 한일수교 당시 동북아 정세는 공산 중국에 맞서려는 미국의 노력이 한일관계에 영향을 미쳤다. 일각에서는 1965년 한일수교 뒤에는 미국의 중재노력이 있었다고 보고있다. 수교 50주년인 2015년 동북아 외교지형은 중국의 부상과 이에 맞서는 미일 신 밀월로 요동치고 있다.
중국은 그동안 동북아 한미일 공조 구도에서 가장 약한 고리로 평가받는 한일을 떼어놓기 위해 한국에 구애작전을 펼쳐왔다. 중국은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의 한반도 배치 움직임을 문제 삼으며 한미간 간극도 넓히려 하고 있으나 이에 대해 우리 정부는 한미동맹의 굳건함을 강조하며 입장정리를 한 상태다.
박철희 서울대 교수는 “미국과의 동맹을 기본으로 하면서도 한국
[워싱턴 = 이진우 특파원 / 서울 = 김기정 기자 / 김대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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