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필리핀 수도 마닐라 인근 철도사업에 무려 2400억엔(약 2조2600억원)의 엔차관을 공여하기로 했다.
지금까지 일본이 해외에 지원한 공적개발원조(ODA) 가운데 최대규모다. 중국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설립을 앞두고 아시아 인프라 사업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해 대대적인 사업 확대에 나서는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28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필리핀 정부가 수도 마닐라에서 북쪽의 마로로스를 연결하는 40km 구간의 철도사업에 일본 정부가 2400억엔을 차관으로 공여하기로 했다. 이번 철도사업의 총사업비 약 3000억엔 가운데 80%를 일본 정부가 국제협력기구(JICA)를 통해 지원하기로 한 것이다.
일본 정부는 오는 11월 아시아태평량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때 양국 정상회담을 열어 지원안에 정식 서명할 예정이다.
닛케이에 따르면 엔차관으로 철도건설에 필요한 자재 등을 조달할 경우 일본으로 한정하는 방안으로 조정 중이다. 결국 일본 상사나 은행 등 일본 기업들이 수주할 기회를 얻게 되는 셈이다. 일본 기업은 마닐라 주변 도시 정비나 필리핀 정부가 추진중인 첫 지하철 공사도 지원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마닐라에서 남쪽을 잇는 노선은 아시아개발은행(ADB)이 입찰과 사업사 선정 등을 조언하고 있다. ADB에는 일본 정부가 가장 많은 돈을 투입한 최대주주다.
ADB에 따르면 필리핀은 향후 10~20년 동안 1270억달러의 인프라 정비사업이 필요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국내총생산(GDP)의 약 6.1%에 해당하는 규모다.
필리핀에 대한 엔차관 제공은 지금까지 일본 정부가 다른 나라에 지원한 ODA 중에서 최대규모다. 지금까지 단일 사업에 지원한 최대 엔차관은 지난 2005년 터키 보스포라스 해협을 횡당하는 지하철 사업에 1837억엔을 제공한 것이었다.
일본 정부가 대규모 엔차관 제공을 결정한 것은 중국 주도의 AIIB 설립을 앞두고 아시아 인프라 시장에서 주도권을 확실히 하기 위한 포석으로 분석된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지난 5월 2016~2020년까지 5년 동안 아시아 인프라 사업에 약 1100억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기존 계획보다 30%나 증액한 것으로 중국에 공격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이번 필리핀 철도 공사에 대한 대규모 투자는 1100억달러 투자 계획 발표 이후 첫 지원사례다.
일본이 필리핀에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밝히면서 아시아 인프라 시장을 놓고 중국과의 각축전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일본의 2014년도 ODA 백서에 따르면 일본 정부가 엔차관을 공여한 상위 국가에는 미얀마(20.4억달러) 베트남(15.5억달러) 인도(13.6억달러) 인도네시아(8.7억달러) 등 아시아 국가들이 대거 포진해있다.
일본 정부는 올해 말 아세안경제공동체(AEC)가 출범하면 동남아시아 등의 인프라 사업 수요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아베 정권은 지난 7월 도쿄에서 열린 메콩강 5개국 정상회담에서도 향
[도쿄 = 황형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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