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현지시간) 미 공화당의 유력 대선주자 도널드 트럼프가 자신의 배심원 의무를 수행하기 위해 뉴욕 주 법원을 찾았다. 트럼프를 목격한 뉴욕 시민들은 마치 유명 TV 스타를 길거리에서 목격한 것처럼 반응했다. 트럼프의 ‘팬’과 ‘안티팬’의 반응이 엇갈리며 법원 주변이 하루 종일 소란스러웠다.
트럼프는 지난 2006년부터 5차례나 배심원 출석 요구를 무시하고 의무를 다하지 않아, 대통령 후보자로서 자질 논란에 휘말린 상태다.
트럼프는 이 날 오전 9시10분경 검은 링컨 리무진을 타고 뉴욕 맨하탄 법원 건물을 찾았다. 푸른 네이비색 양복과 줄무늬 타이를 맨 트럼프가 차량에서 내리자 100여명의 언론 관게자들이 즉시 주위에 몰려들었다.
기자 외에도 트럼프의 지지자, 반대자들이 트럼프 주위에 한꺼번에 어울리며 일대 소란을 연출했다. 한 쪽에서 야유소리를 던지는 가운데 다른 한편에서는 지지자들이 트럼프의 책을 들고 와 사인을 요청했다. 트럼프는 지지자들에게 사인을 해 주고, 주먹 하이파이브를 하는 등 팬들에게 화답하는 유명 연예인처럼 행동하며 법원 건물로 들어섰다. 건물에 들어서기 직전 자신이 트레이드마크로 밀고 있는 ‘엄지손가락 들기’ 제스쳐를 취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트럼프가 지금까지 배심원 출석 요구를 무시해 온 이유를 묻는 질문에, 트럼프 캠프 관계자는 “출석 요구서가 트럼프가 살지 않는 잘못된 주소로 보내졌다. 트럼프가 시민으로서 의무를 다하지 않고 있다는 주장은 명백히 잘못이다. 그의 명성을 해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고 주장하며 우편을 잘못 보낸 관할 법원에 책임을 돌렸다.
이 날 트럼프와 함께 배심원 후보자로 소환된 인원은 172명이었다. 트럼프는 그 중 70여명의 인원과 같은 배심원실에서 대기했다. 부동산 재벌 겸 TV 스타와 매일 지하철을 타고 출퇴근하며 월급에 목매는 ‘보통 사람’들이 만나는 순간이었다. 트럼프가 들어서는 순간 배심원실 내에서 소근거리는 소리가 울려펴졌다.
쉬는 시간에 트럼프는 변호사와 ‘셀카’를 찍고, 스케치 화가가 자신을 그려 가져온 스케치 그림에 사인해 주었다. 이 날 배심원으로 선택되지 않은 트럼프는 오후 4시경 자신의 의무를 마치고 법원 건물을 나섰다. 트럼프는 ”매우 전문적인 절차였다. 그 과정을 직접 보게 돼 영광이었다. 매우 인상깊었다”며 “놀라운 시간이었다. 여러 놀라운 사람들을 만났다”고 덧붙였다.
이 날 트럼프를 만난 이들은 대부분 길거리에서 우연히 유명 연예인을 마주한 듯 흥분한 반응을 내비쳤다. 배심원실에서 트럼프 바로 옆에 앉았던 애나 큐리엘(19)은 “그는 정말 멋있었다. 내게 모든 과정을 설명해 줘서 고맙다고 했다”고 말했다. 트럼프 뒷쪽에 앉았던 헤더 스완슨(43)은 “정말 친근하게 보였다”면서 “머리카락이 정말 예뻤다. 내 생각보다 훨씬 좋은 머리결이었다”며 흥분을 감추지 않았다. 대학생 크리스티안 존슨(21)은 “내 스냅챗에 올릴 많은 사진을 트럼
트럼프 ‘안티팬’도 같은 자리에 있었다. 한 여성은 “그는 엔터테이너일 뿐”이라며 트럼프를 평가절하했다. 재스민 화이트(26)는 “아주 절묘한 타이밍에 의무를 수행하러 왔다”며 이 날 법원을 방문한 트럼프의 의도에 의심스런 시선을 보냈다.
[문호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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