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땅에 새로운 ‘평화의 소녀상’을 세우려는 한인 사회의 노력이 물거품으로 돌아갔다. 일본의 방해공작과 이에 영향받은 현지 당국의 ‘어깃장’을 끝내 이기지 못했다.
평화의 소녀상 건립을 주도해온 가주한미포럼은 25일(현지시간) 미 로스앤젤레스(LA) 남쪽 한인 밀집지인 풀러턴 시에서 지난 8월부터 1년간 추진해 온 소녀상 건립 운동을 중단했다고 밝혔다.
가주한미포럼 김현정 사무국장은 “풀러턴 시 당국과 박물관 측이 소녀상 건립을 1년간 미뤄온 데다 무리한 요구까지 해 소녀상 건립 운동을 철회하게 됐다”면서 “박물관 이사회 측이 위안부 전시회 명목으로 평화의 소녀상을 우선 대여해 달라는 무리한 주문을 한데다, 풀러턴 시 전체를 포함하는 200만달러 상당의 일반 책임보험까지 요구했다”고 건립 철회 이유를 설명했다.
현지에서는 이번 소녀상 건립 무산에 일본 측의 방해공작이 중대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풀러턴 시의회가 지난해 8월 평화의 소녀상 건립안을 의결할 당시 일본 영사관은 “소녀상이 건립되면 일본과의 우호관계에 금이 갈 것이며 경제적 불이익이 있을 것”이란 경고를 담은 서한을 전달한 바 있다. 건립안 통과 후에는 해리 노치 일본 LA총영사가 플러턴 시장을 수 차례 직접 만나기까지 하며 반대 의사를 표시했는데, 현지 한인사회는 노치 총영사가 풀러턴 시와의 교류사업 등 각종 회유책을 제시했을 가능성을 의
일본 측이 이처럼 소녀상 건립을 막는 데 발벗고 나선 건 일단 소녀상이 여러 곳에 건립된다면 향후 다른 지역의 소녀상 건립을 막을 명분을 잃기 때문이다. 현재 평화의 소녀상이 세워진 곳은 캘리포니아 주 글렌데일과 미시간 주 사우스필드 2곳에 그치고 있다.
[문호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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