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실리콘밸리를 뒤흔든 '성차별 재판'의 원고인 여성 엘런 파오(45)가 1심에서 패소한 후 항소를 포기했습니다.
이에 따라 그는 옛 직장이며 소송의 피고인 클라이너 퍼킨스 코필드 앤드 바이어스(KPCB)에 거액의 소송 비용을 물어야 하는 처지가 됐으나, '입을 다물라'는 요구에는 응하지 않았습니다.
파오는 10일(현지시간) 미국의 정보기술(IT) 전문매체 '리코드'에 실은 성명서와 게시물을 통해 항소 포기 의사를 밝히면서 KPCB에 법원 소송 비용 27만6천달러와 연 10% 이자를 지불하겠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엄청난 홍보와 법무 역량을 가진 회사를 상대로 싸우기 위해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위험을 감당할 능력이 내게는 없다"며 "법원에서 정의를 추구하는 것이 개인적으로나 직업적으로나 내게도 내 가족에게도 고통스러웠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피고 KPCB와 합의를 보지는 않았다고 강조했습니다.
KPCB는 올해 3월 1심 재판이 원고 전부패소로 끝나자 원고 파오가 항소를 포기하고 이번 사건에 관해 더 이상 발언하지 않기로 약속한다면 파오가 내야 할 소송 비용을 면제해 주겠다는 합의안을 제시했습니다.
그러나 파오는 항소를 포기하면서도 합의안은 받아들이지 않음으로써 소송 비용은 지불하되 앞으로 이 문제에 관해 발언을 계속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습니다.
그는 "합의를 했다면 내게 재정적 이익이 있었겠지만, 입을 다물어야 한다는 큰 비용이 따라야만 했다"며 합의 거부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KPCB는 파오의 항소 포기에 대해 "재판을 끝내게 되어 기쁘다"며 "직장에서의 다양성은 중요한 이슈라는 데는 의문이 없다. KPCB는 앞으로도 벤처 투자와 기술 분야에서 여성과 소수파를 지원하는 데에 회사 내와 업계 내 양쪽에서 노력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중국계 미국인 여성인 파오는 프린스턴대에서 전기공학 학사학위를, 하버드대에서 법학전문박사(JD)와 경영전문석사(MBA)를 받은 후 2005년 KPCB에 주니어 파트너로 입사해 행정 업무를 했습니다.
파오는 2010년에는 회사의 중심 업무인 투자 분야로 옮겼으나 시니어 파트너로 진급하지 못했습니다.
그는 2012년 5월 KCPB를 상대로 "동료인 남성 주니어 파트너가 개인적 관계 때문에 자신에게 보복을 했다"며 1천600만 달러(약 180억 원) 규모의 성차별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으며 그 해 10월 해고됐습니다.
파오는 여성이라는 이유로 차별을 받아 계속 진급에서 누락됐다며, 자신보다 실적과 능력이 못하거나 비슷한 수준인 남성 임원들은 진급을 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또 동료와 상사들이 성희롱에 해당하는 발언을 상습으로 해 왔고 여성을 깔보거나 배제하는 성차별적 비즈니스 관행을 계속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자신과 개인적 관계를 했던 남성 주니어 파트너가 다른 여성 임직원들에게 성희롱과 성추행을 일삼았으며, 이 사실을 보고받은 상사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파오는 강조했습니다.
남성 엔지니어나 프로그래머가 주류를 이루는 실리콘밸리, 특히 유력 벤처투자회사에서는 능력 있는 여성들이 심각한 차별을 받으면서 성희롱과 성추행
그러나 KPCB는 파오가 동료, 투자 파트너 등과 자주 마찰을 일으키는 등 필요한 자질을 갖추지 못한 것이 진급 실패와 해고의 원인이라고 주장해 왔습니다.
파오는 KPCB에서 해고된 후 소셜 뉴스 웹사이트인 '레딧'에 2013년 입사해 2014년 11월부터 2015년 7월까지 임시 최고경영자(CEO)를 맡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