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축 반대를 공약으로 내세운 급진좌파 포데모스당이 스페인 총선에서 돌풍을 일으키면서 반(反)긴축 목소리가 유럽전역에서 거세지고 있다. 지난 2010~2011년 유로존 재정위기 진앙지인 PIGS(스페인, 포르투갈, 이탈리아, 그리스) 국가 정치 리더십이 줄줄이 반긴축노선으로 갈아타는 모양새다.
21일(현지시간) AFP통신에 따르면 20일 치뤄진 스페인 총선에서 양당구도를 깨고 일약 제2 야당으로 급부상한 포데모스 당수 파블로 이글레시아스는 21일 첫 기자회견서 긴축을 강요하는 독일을 향해 독설을 퍼부었다. 이글레시아스 당수는 “유럽을 향한 우리 메시지는 분명하다”며 “스페인은 두번 다시 경제든 정치든 독일 주변국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일갈했다. 그간 유로존 취약국가들의 재정건전성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긴축재정을 드라이브해온 앙겔라 메르켈 독일총리에게 반기를 든 셈이다. 현지언론들은 “포데모스가 앞으로 제1야당인 사회당과 연합하게 되면 유럽연합(EU) 예산안 감독에 반기를 들게 뻔하다”고 전했다. EU회원국들은 매년말 EU집행위의 엄격한 예산감독을 거쳐야 한다. 여론의 지지를 등에 업은 포데모스와 사회당 연대세력이 긴축반대에 나서고 스페인이 긴축 대신 성장에 방점을 찍은 예산안을 내놓을 경우, EU와의 충돌은 불가피하다.
남유럽 반긴축 정서에 불을 붙인 곳은 스페인 뿐만 아니다. 포르투갈은 지난달 중도 우파 페드루 파수스 코엘류 정부가 총선에서 패배하면서 집권 11일 만에 실각했다. 대신 이달초 반긴축 정책을 내세운 좌파연합 수장인 안토니오 코스타가 이달초 신임 총리로 취임하면서 “긴축의 악순환은 이제 끝”이라고 선언했다.
중도좌파로 이탈리아 경제개혁을 주도했던 마테오 렌치 총리도 독일의 가혹한 긴축정책을 문제삼고 나섰다. 렌치 총리는 21일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성장 없는 혹독한 긴축정책을 추진한 정치세력은 모두 자리를 잃었다”며 “유럽은 한 나라(독일)로 이뤄진 게 아니라 28개국 모두를 위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긴축재정을 추진하다 정치적 타격을 입은 스페인, 포르투갈 정권을 언급하며 사실상 독일을 공격한 것이다. 긴축정책을 추진했던 렌치 총리 역시 지난 5월 실시된 지방선거에서 패배해 큰 타격을 입은 바 있다.
올 초 부채탕감을 요구하며 국제채권단에 반기를 들었다 국가 디폴트(채무상환 불이행) 직전 백기투항했던 그리스 알렉시스 치프라스 총리는 반긴축 연대 부활에 신이 난 모습이다. 치프라스 총리는 “긴축은 스페인서도 망했다. 그럴줄 알았다”는 글을 트위터에 올렸다. 치프라스 총리는 이글레시아스 당수와 절친으로 ‘반긴축 연대’에 동참하고 있다. 치프라스 총리가 이끄는 극좌파 시리자당은 긴축정책 수정안을 의회에 상정했다가 국제 채권단과 정면 충돌했다. 최근 그리스 광장엔 시민들의 긴축반대 시위가 계속되고 있다.
반긴축 분위기는 PIGS국가를 넘어 확산되고 있다. 영국 긴축재정을 주도한 집권 보수당 조지 오스본 재무장관은 급진좌파 제러미 코빈 노동당수의 거센 태클을 받은 후 복지예산 삭감안 일부를 철회했다. 반긴축에 넌더리가 난 성난 여론때문에 긴축을 지지하는 기존 정치권력들이 밀려나고 그 자리를 반긴축 좌파세력이 차지하면서 좌파 포퓰리즘 부활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때문에 유럽 증시가 크게 출렁이고 긴축을 둘러싼 회원국간 갈등이 내년 유럽경기 회복을 좌초시키는 또다른 암초가 될 수 있다는 걱정도 커지고 있다. 21일 스페인 10년물 국채가격은 급락했고 마드리드 주식시장(IBEX)은 3.6%
[이지용 기자 / 이덕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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