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이란의 탄도미사일 개발에 대해 정부차원 제재 방침을 처음 밝혔다. 시아파 성직자 처형으로부터 시작된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간 극단 대립 속에서 간접적으로 사우디에 대한 지지를 밝힌 셈이다.
같은날 우방인 쿠웨이트는 이란 주재 자국 대사를 철수시켰고 아랍에미리트(UAE)는 이란과의 외교 관계를 격하시켰다.
사우디 편에 서는 아군들이 늘어가면서 이란이 점점 고립무원 상황에 몰리고 있는 셈이다.
존 커비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5일(현지시간) 정례브리핑에서 “최근에 (이란이) 실시한 탄도미사일 시험과 관련해 제재를 가할 준비가 완료됐고 몇가지 세부 문제를 검토중”이라고 밝혔다.
미국이 언급한 이란 제제는 이란이 핵협상 타결 이후에도 지난해 10월 장거리 탄도미사일을, 지난해 11월에는 중거리 탄도미사일 등 수차례 미사일 발사실험을 계속한데 따른 조치다. 사우디는 그간 이란의 미사일 실험을 도발행위로 규정하고 미국에 제재를 줄곧 요구했지만 핵협상 타결 이행을 코앞에 둔 미국 정부가 이를 외면해왔다.
그러나 사정이 달라졌다. 지난 3일 미국이 사우디 당국에 긴장완화 권고를 했을 때에 사우디는 이란의 무장세력 지원, 탄도미사일 발사 등을 조건으로 거론했다. 따라서 이번 미국 조치는 그간 버락 오바마 정부가 이란으로 기울었던 외교의 축을 어느 정도 균형을 되찾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사우디를 달래고 긴장완화를 도모하기 위한 일종의 중재가 될 수 있다.
이로 인해 이란 역시 대사관 방화 사태 이후 예전과 같은 호전성 대신 한발 빼는 모습이다. 테헤란 이란혁명군 최고 사령관인 모센 카제메이니 준장은 “(사우디 대사관 공격은) 옳지 않고 무례한 행동이며 이같은 추한 행동은 정당화될 수 없다”며 시위대 비난에 동참했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도 “외교와 협상이 국가간의 문제 해결에 최선의 방법이라고 믿는다”고 밝혔다.
문제는 사우디 태도다. 직접적으로 이란의 ‘백기투항’을 받기 전까지 공세를 늦추지 않을 태세기 때문이다. 지난 5일(현지시간) 쿠웨이트는 이란 주재 자국 대사를 불러들였다. 이란 시위대의 사우디 대사관 공격에 항의하기 위해서였다.
사우디의 억만장자인 알왈리드 빈 탈랄 왕자는 이란에 대한 프로젝트와 투자 검토를 전부 취소하고 이란 대사의 회의 참석 요청을 거절했으며, 자신이 지분을 가진 사우디 저가 항공사의 이란행 항공편도 중단시켰다고 트위터에 밝혔다.
양측간 해빙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자 원유시장은 다시 하락폭을 키웠다. 이란과 사우디가 석유수출기구(OPEC) 양대 강국인만큼 긴장감이 커질수록 감산합의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 때문이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2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5일(현지시
[이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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