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3년 연속 세계 최고의 경제혁신능력을 가진 국가로 뽑혔지만 기쁨보다 위기감이 피부에 훨씬 크게 와닿는 한국의 ‘자화상’이다.
블룸버그통신은 2016년 세계 200여 국가의 경제혁신수준을 평가하는 ‘블룸버그혁신지수’에서 한국이 종합점수 91.31을 기록해 독일(85.53), 스웨덴(85.21), 일본(85.07), 스위스(84.96)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고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로써 한국은 3년 연속 블룸버그 혁신지수에서 1위로 선정됐다.
블룸버그 조사는 ▲R&D 집약도 ▲제조업 부가가치 ▲생산성 ▲첨단기술집중도 ▲3차 산업효율(이공계 인재 비율) ▲연구원 분포도 ▲특허활동 등 7개 부문을 평가해 점수를 매기고 국가별 가중치를 적용해 상위 50개국 순위를 뽑은 것이다.
한국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제조업 부가가치를 의미하는 제조업 부가가치부문과 이공계 인재비율 부문에서 세계 1위를 차지했다.
GDP 대비 R&D 투자비를 의미하는 R&D집약도를 비롯해 산업내 첨단산업비율을 의미하는 첨단기술집중도, 특허건수와 특허 경제가치로 평가하는 특허활동도 세계 2위 수준을 자랑했다.
삼성·LG 등 세계적 수준의 글로벌 기업들과 연구소 등이 만들어 낸 기술을 비롯해 인구대비 풍부한 공학인재풀 등이 혁신의 잠재성 측면에서 독일, 스웨덴, 일본, 스위스 등 선진국을 제치고 있다는 얘기다. 블룸버그는 “저렴한 노동력의 중국과 하이테크 중심의 일본 사이에서 생존을 위한 압박이 작용한 결과일 것”이라고 해석했다.
문제는 제조업 분야 경쟁력을 좌우하는 노동생산성(투입자원 대비 노동인구당 부가가치 규모)이다. 한국은 39위에 그쳤다. 한국과 경제규모가 비교가 안되는 아르헨티나(23위), 말레이시아(37위)에도 못 미치는 순위다.
생산성 부문 1위는 노르웨이로 집계됐고 뒤를 이어 호주, 스위스, 룩셈부르크, 싱가포르 등 순으로 나타났다. 종합순위 10위 안에 들면서 한국보다 낮은 생산성을 나타낸 곳은 한 곳도 없었다.
R&D투자비를 쏟아붓고 특허도 많이 내고 공학인재까지 풍부하지만 투입한 물적·인적 자원대비 부가가치 생산으로 연결되는 생산성이 저조해 앞으로 한국 제조업 혁신이 발목잡힐 수 있다는 의미다.
블룸버그는 한국의 저조한 생산성에 대해 한국 전문가들 말을 빌려 분석하면서 한국 기술인력들의 ‘안주’와 연공서열에 따른 임금과 보상체계를 주요 원인으로 지목했다.미국 워싱턴D.C. 소재 패터슨연구소 마커스 놀랜드 국제경제학 부소장은 “실리콘밸리 회사 직원이 새 아이디어를 발견한다면 그는 회사를 관두고 창업에 나설 것”이라며 “반면 같은 상황의 삼성엔지니어는 승진해 경영진으로 남으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의 엔지니어들은 창업을 향한 ‘야성적 충동’ 대신 안정된 직장에 남으려는 초식성향이 강하다는 비판이다. 이 때문에 미국과 같은 스타트업 ‘붐’이 쉽지 않다는 얘기다.
아울러 근무연도와 서열에 의해 정해지는 임금체계도 회사와 업종간 인재의 활발한 이동을 막고 있다는 지적이다. 놀랜드 부소장은 “융합이 끊임없이 일어나야 생존하는 혁신적 기술분야에서 한국에 해가 되는 시스템”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이번 혁신지수평가에서
[이지용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