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4년 24세의 혈기왕성한 대만 청년이 7500달러(900만원)의 종잣돈으로 직원 10명의 작은 회사를 설립했다. 처음으로 만들어 판 제품은 텔레비전 채널을 돌릴때 들어가는 작은 플라스틱 부품이었다.
이처럼 출발은 초라했지만 현재 이 회사는 한때 일본 TV산업 아이콘이었던 샤프전자를 6590억엔(6조7300억원)에 사들이는 거대 정보통신(IT)기업으로 성장했다. 바로 훙하이실업(폭스콘)이다. 훙하이실업은 매출액 기준으로 애플, 삼성전자에 이어 전세계에서 3번째로 큰 IT 회사다. 올해 66세가 된 창업자 궈타이밍(테리궈)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52억달러(6조2000억원)의 재산을 보유한 대만 최대 갑부가 됐다.
당초 일본 민관투자펀드인 산업혁신기구(INCJ)가 인수할 것으로 점쳐졌던 샤프 인수전이 훙하이로 기운 것은 궈타이밍 회장이 발벗고 뛴 결과다. 궈회장은 지난주 일본으로 날아가 샤프 이사회 멤버들을 설득한데 이어, 5일에는 샤프 본사가 있는 오사카에서 경영진과 직접 만났다. 궈 회장이 샤프 인수에 7조원에 육박하는 돈을 베팅하고 본인이 직접 동분서주하는 것은 폭스콘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담보하기 위해서다.
폭스콘은 세계 최대 전자제품 하청업체로 전세계 소비자 가전제품의 40%를 생산하고 있다. 애플 아이폰, 아이패드, 아마존 킨들, 소니 플레이스테이션4 등도 모두 폭스콘 공장에서 생산하고 있다. 중국, 유럽, 인도, 멕시코 등 전세계 공장에서 일하는 직원만 130만여명에 달한다. 그러나 핵심 제조시절이 있는 중국내 인건비가 상승하고 스마트폰 산업이 성장 한계에 도달하면서 변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특히 지난 2012년 뉴욕타임스 보도로 중국내 폭스콘 공장의 열악한 근무환경이 전세계에 알려지면서 기업 평판에도 큰 상처를 입은 상태다. 이때문에 궈 회장은 폭스콘을 단순 하청업체에서 강력한 브랜드를 가진 전자기업으로 변신시키는데 올인한 상태다.
훙하이실업은 세계 3위 LCD패널업체 이노룩스를 소유하고 있지만 일반 소비자들에게 널리 알려진 브랜드는 갖고 있지 못하다. 샤프를 인수하게 되면 샤프의 브랜드 가치와 핵심 기술력을 동시에 거머쥐게 된다.
또 궈 회장은 전자업계에서 반(反)삼성, 반한파다. 그는 과거 “일본 기업과 손잡고 3~5년내에 삼성전자를 꺾겠다”는 말을 한적이 있는데 샤프 인수에 성공하면 그의 말이 공언이 아님을 증명하게 되는 셈이다. 그는 2012년에는 “일본인은 절대 뒤에서 칼을
[이덕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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