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유통업체인 월마트의 연매출이 35년만에 감소했다. 월마트는 강달러로 인해 해외매출액이 작게 집계된 결과라 주장하지만, 온라인 유통업체 아마존의 부상으로 월마트가 지배력을 잃어가는 증표라는 분석이 많다. 월마트는 전세계적으로 매장 수를 줄이고 있으며, 대규모 임금인상까지 앞두고 있어 올해 실적전망도 어두운 상황이다.
18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월마트의 2016 회계연도(2015년 2월~2016년 1월) 매출이 전년대비 0.7% 줄어든 4821억달러(약 594조9600억원)로 조사됐다고 보도했다.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캐피털 IQ에 따르면 월마트의 연간매출이 감소한 것은 1980년 이래 처음이다.
지난 4분기 실적악화는 더 심각하다. 이 기간 매출은 전년동기대비 1.4% 줄어든 1297억달러(약 158조4681억원), 순이익은 7.9% 떨어진 45억7000만 달러(약 5조6622억원)로 나타났다.
월마트는 매출이 줄어든 가장 큰 이유로 달러 강세를 꼽았다. 실제로 월마트가 해외에서 거둬들인 수익에 각 국가의 환율을 적용하면, 지난 4분기 수익은 전년동기대비 2.2% 증가한 1344억달러(약 165조원)가 된다. 거시경제지표 변화로 인해 일시적으로 수치가 악화됐을 뿐, 월마트 자체의 부진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반면 전문가들은 급변하는 유통업계 환경 속에 월마트가 주도권을 놓친 결과로 분석한다. 월마트는 1962년 아칸소주 벤터빌에 첫 매장을 연 이래 미국 전역·해외로 확장 일로에 있었지만, 온라인 유통업체 아마존이 급성장하며 시장점유율이 감소세에 접어들었다. 미국 유통시장에서 아마존의 점유율은 5년전 9.9%에서 현재 9.2%로 줄었다.
월마트는 이같은 시장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온라인 서비스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월마트는 온라인으로 미리 쇼핑한 후 매장을 들러 곧장 상품을 찾아갈 수 있게 하는 서비스를 운영 중인데, 이를 20개 주요도시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연간 50달러 가격의 무제한 배송 서비스도 준비 중이다.
이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마존과의 대결은 쉽지 않은 상황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월마트 온라인부문 매출은 12% 증가한 137억달러(약 16조8825억원)로 일견 양호한 성적 같지만, 같은 기간 아마존 매출은 6배가 넘는 830달러(약 102조2808억원) 규모로 나타났다. 또한 월마트의 전자상거래 매출은 5개 분기 연속 성장세가 줄어들었다.
월마트는 2017 회계연도(2016년 2월~2017년 1월) 매출 전망도 전년과 비슷한 수준이 될 것이로 전망했다. 매출이 3~4% 증가할 것이라는 종전 전망보다 목표를 크게 낮춰잡은 것인데, 이는 지난달 밝힌 전세계 269개 매장 폐쇄 계획과 강달러 지속 전망의 영향이라고 월마트는 설명했다.
월마트는 오는 20일부터 직원 임금인상을 앞두고 있어 2017 회계연도 순익은 6~12%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인상안에 따르면 시간제 근로자들의 최저임금은 종전 시
월마트가 부진한 실적을 발표한 후 주가는 3.1% 하락한 64.09달러(약 7만9144원)를 기록했다.
[문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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