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최대 반도체기업 칭화유니그룹이 36조원 규모의 초대형 반도체 투자에 나선다.
대대적인 투자를 통해 삼성전자 등 글로벌 반도체 강자들의 벽을 넘어서겠다는 ‘반도체 굴기’ 의지의 표현이다.
자오 웨이궈 칭화유니그룹 회장은 23일 블룸버그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중국 지방정부와 사모펀드(PEF), 외부 투자자들로부터 300억달러(36조원)를 조달할 계획”이라며 “반도체 기업 인수합병(M&A)과 설비투자에 조달자금을 쏟아부을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 등 글로벌 기업들과의 정면 승부를 예고한 셈이다.
이는 지난해 12월 칭화유니그룹이 발표했던 ‘2016년 조달 목표금액’인 200억달러보다 100억달러 상향 조정된 수치다.
자오 회장은 “메모리 반도체에 그룹 역량을 집중시킬 것”이라며 “칭화유니그룹이 사업 규모를 키우면 휴대폰과 컴퓨터 등 다양한 기기에 쓰이는 메모리 반도체를 앞세워 200억달러의 매출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지난해 칭화유니그룹이 올린 매출이 21억달러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매출을 곧바로 10배 이상 늘릴 수 있다는 얘기다. 당분간 메모리 반도체에 집중하겠다고 강조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한국 업체에 정면으로 도전장을 냈다. 반면 인텔이 주도하고 있는 프로세서 칩이나 대만 TSMC가 잡고 있는 반도체 위탁생산 시장에 진출할 가능성은 일축했다.
시장에서는 칭화유니그룹이 차세대 메모리 반도체 시장까지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제일재경은 “차세대 메모리 반도체는 사물인터넷(IoT), 가상·증강현실 등 첨단 기기 분야에 탑재되는 핵심 부품이 될 것”이라며 “중국 정부뿐만 아니라 중국 반도체 기업들이 메모리 반도체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차세대 반도체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메모리 반도체는 PC와 스마트폰 등에 데이터를 저장하는 용도로 쓰이는 반도체로 D램과 낸드플래시가 대표 제품이다. 현재 세계 D램 시장은 한국 기업들이 주도하고 있다. 지난해 4분기 현재 세계 D램 시장에서 삼성전자는 46.4%, SK하이닉스는 27.9%를 점유했다.
칭화유니그룹의 비약적인 성장 배후에는 중국 정부의 든든한 지원이 자리잡고 있다. 2014년 10월 중국 국무원은 ‘국가 반도체산업 육성에 관한 추진 요강’을 발표하고, 반도체 산업 육성 펀드를 출범시켰다. 제일재경은 “중국은 매년 2300~2400억달러 규모의 반도체를 수입하고 있다”며 “최근 5년간 매년 20% 이상 수입규모가 늘어나고 있어 자체 반도체 기술력을 하루 빨리 갖추는 것이 중요한 과제로 부각됐다”고 밝혔다. 중국 국무원이 지난해 5월 발표한 ‘제조업 2025’ 전략에서도 반도체 산업 육성에 관한 내용이 담겨있다. 2025년까지 제조강국 대열에 합류하기 위한 9가지 실천 전략을 발표했는데, 첨단 반도체 기술을 육성해 프리미엄 IT제품을 만든다는 이른바 ‘신정보화기술 산업 육성 전략’이 담겨있다.
칭화유니그룹은 중국 명문대학 칭화대가 투자해 설립한 국영기업 ‘칭화홀딩스‘ 자회사다. 칭화홀딩스와 자오 회장의 투자회사가 각각 51%, 49%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최근 3년 간 칭화유니그룹은 공격적인 행보를 걷고 있다. 2013년 중국 양대 모바일 반도체 기업인 스펙트럼커뮤니케이션과 RDA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를 인수해 중국 최대 반도체 메이커로 부상했다. 2014년에는 인텔로부터 15억달러를 투자받았고, 지난해 5월에는 휴렛팩커드(HP)의 중국 네트워크 장비 부문의 지배 지분을 손에 넣었다.
중국 시장에서 반도체 강자로 자리잡은 이후 해외기업 인수에
[김대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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