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타르 도하에 모인 산유국들이 17일 원유 생산량 동결 합의에 실패하면서 국제유가가 다시 한번 하방압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시장은 “가장 우려했던 시나리오가 현실이 됐다”며 국제유가 하락추세 재개 가능성에 바짝 긴장하는 모양새다.
당초 시장은 도하 주요 산유국 회의에서 산유량 감산까지는 아니더라도 동결합의가 도출되면서 국제 유가가 반등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가 입수한 도하 산유국 회의 합의 초안에도 “오는 10월까지 지난 1월 수준으로 산유량을 동결한다”는 내용이 들어가 있었다. 하지만 결과는 합의안 파기였다.
석유수출국기구(OPEC)를 쥐락펴락하는 사우디아라비아가 ‘어깃장’을 놨기때문이다.
이란이 동참하지 않으면 산유량 동결에 합의할 수 없다며 사우디가 완강한 자세를 견지하면서 회의가 파행으로 치달았다. 모하메드 빈 살만 사우디 부왕세자는 이날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이란을 포함해 주요 산유국이 모두 동의해야 생산량을 동결할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이란은 당초 이번 산유국 회의에 참석할 예정이었지만 막판에 참석을 번복하고 불참했다. 압히세크 데시판데 나티시스 석유 애널리스트는 “가장 우려할만한 시나리오가 현실이 됐다”며 “유가는 수일 내로 배럴당 30달러를 찍을 것”으로 내다봤다. 제이슨 쉔커 프레스티지이코노믹스 대표도 “지난 1분기때 보여줬던 13년래 최저 유가 기록을 또 한번 목격하게 될 것”이라며 “산유량 동결 기대감이 너무 과장됐었다”고 꼬집었다.
이날 회의에서 동결 논의가 실패로 끝남에 따라 그동안 배럴당 40달러를넘는 수준까지 치솟았던 유가가 큰폭으로 다시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는 진단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일부 헤지펀드와 기관투자자들은 원유 상승에 베팅을 걸어 원유에 대한 롱(매수)포지션을 취했다”며 “이들이 투자 포지션을 바꾸는 순간 원유 하방 압력이 커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OPEC에 따르면 지난 3월 OPEC 생산량은 오히려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서방 경제제재에서 풀린 이란이 석유 생산량을 계속해서 끌어올리고 있는데다 이라크 등도 원유 생산량을 늘렸기 때문이다. 러시아의 3월 산유량은 일평균 1091만배럴로 소비에트연방 해체후 30년래 최대치로 치솟았고 사우디 생산량도 일평균 1019만배럴에 달했다.
다만 시장 일각에서는 국제유가가 지난 2월 보여준 바닥까지 날개없는 추락을 하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생산 단가가 상대적으로 높은 미국 셰일오일 업체들이 생산량을 점차 줄이고 있기 때문이다. 미 에너지정보청(EIA)은 미국 원유 생산량이 지난해 일평균 940만배럴에서 올해 860만배럴, 내년에는 800만배럴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바클레이즈는 브렌트유가 올 2분기에 배럴당 평균 36달러
[뉴욕 = 황인혁 특파원 / 서울 = 강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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