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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하원은 17일(현지시간) 호세프 대통령 탄핵안을 통과시켰다. 이날 열린 하원 전체회의에선 탄핵에 찬성한 의원은 367명, 반대한 의원은 146명으로 집계돼 탄핵안 통과에 필요한 총 재적의원(513명)의 3분의2(342명)를 여유있게 넘어섰다. 하원에서 넘어온 탄핵안을 놓고 상원은 수일내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탄핵안 통과여부를 심의할 예정이다. 현지언론들은 특별위 심의는 형식적인 절차로 보고 있다. 특위에서 의원 과반수가 찬성하면 연방대법원 탄핵 심판이 시작되고 이와 동시에 내달초부터 호세프 대통령 직무가 정지되고 브라질민주운동당(PMDB) 미셰우 테메르 부통령이 권한대행을 맡을 것으로 예상된다.
연방대법원 탄핵 심판은 최대 180일간 계속될 수 있지만 정국 혼란을 고려할 때 심판이 신속하게 이루어져 6월 이전에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 연방대법원 심판에서 탄핵 추진이 적법하다고 인정되면 상원은 탄핵안을 전체회의 표결에 부치고, 전체 의원 81명 가운데 3분의 2인 54명 이상이 찬성하면 탄핵안이 최종 가결된다. 이르면 6~7월께 최종 탄핵이 결정될 수 있다는 얘기다.
브라질 현지언론들과 외신은 탄핵이 이미 기정사실화 된 것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이미 상원의원 81명 가운데 50명 가까이 탄핵을 찬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즈(NYT)는 “풍족한 국제유가 축복아래 14년간 이어졌던 룰라와 호세프의 ‘노동당 잔치’가 사실상 끝났다”고 보도했다.
경제전문지 포춘은 호세프 대통령 탄핵안 의회 통과는 오랜 기간 굳어진 브라질 포퓰리즘 정치에 대한 국민의 심판이라고 분석했다. 브라질은 지난 2002년 룰라가 대통령으로 선출되면서 우파 연립정부가 좌파 연정으로 바뀌는 역사적 전환점을 맞았다. 이후 2006년에 룰라 전 대통령은 재선에 성공했다. 최저 임금 인상, 사회 보장 프로그램 재편, 파격적 공무원연금, 기술 교육 및 대학 교육 확대 등의 정책을 통해 저소득층의 민심을 잡는 데는 성공한 룰라는 미국 버락 오바마 대통령으로부터 “전세계에서 가장 훌륭한 대통령”이란 격찬을 받았다.
룰라 대통령은 ‘바통’을 자신의 후계자인 호세프 대통령에게 넘겼다. 경제 문외한이었던 호세프 대통령은 룰라의 꼭두각시처럼 각종 복지정책을 그대로 복사해 ‘인심좋은 호세프’란 별명을 얻었고 지난 2014년 12월 재선에도 성공했다. 위기 시발점은 재선직후 불거진 국영에너지회사 페트로브라스 뇌물 스캔들이다. 이 회사 납품ㆍ공사 수주와 관련해 막대한 뇌물이 오갔고, 이 중 일부가 여당 정치인에게 흘러갔다는 폭로 이후 정권에 대한 비판 여론이 거세졌다. 엎친데 겹친격으로 한때 배럴당 100달러에 육박하던 유가가 반토막이 난 후 구멍난 재정을 메우다 못한 호세프 대통령은 공공요금 인상 등 긴축재정을 지난해 선언했다. 수개월 만에 호세프 대통령 지지율은 10%대로 곤두박질 쳤다.
이 뿐 아니다. 선거때마다 소득계층간 분열을 자극해 만들었던 정치적 성공이 부메랑이 됐다는 분석도 있다. 선거 때마다 룰라와 호세프는 계층갈등을 자극하면서 노동자층 지지를 얻었던 것이다. 반면 중산층들은 속속 노동자당에게 등을 돌렸다. AP통신은 “노동자당은 교육 수준이 낮고 가난한 사람들로부터 표를 ‘복지’로 매수한다는 날선 비판에 매번 선거때마다 직면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노동자당은 호세프 2기 정부들어 PMDB와 연립정부를 구성하면서 의회에서 PT 의원들의 의석수는 단 한번도 20%를 넘은 적이 없을 만큼 지지 기반이 취약해졌고 결국 이번 탄핵정국에서 힘없이 밀리게 됐다.
일단 호세프 대통령 탄핵 결정에 환호하고 있다. 호세프 대통령이 물러나고 기업 친화적인 미셰우 테메르 부통령이 정권을 승계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브라질 증시와 외환 시장은 올초부터 개선되는 모습을 보였다. 블룸버그통신은 “호세프 대통령의 탄핵 가능성이 글로벌 투자심리를 개선시켜 브라질 증시 호조와 헤알화 강세로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환투자자들은 미셰우 테메르 부통령이 대통령직을 이어 받으면 브라질의 재정적자를 낮추고 기업 경영환경을 개선할 것이라는 기대감에 헤알화를 사들이고 있다.
다만 호세프 대통령이 탄핵되더라도 브라질 경제가 세계
[이지용 기자 / 김대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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