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문민정부 한달…군부 불만 고조

↑ 아웅산 수찌/ AP=연합뉴스

아웅산 수찌의 최측근 틴 초가 지난달 30일 대통령에 취임하면서 출범한 미얀마 문민정부가 숨 가쁜 한 달을 보냈습니다.

그동안 미얀마 문민정부는 대통령이 되지 못한 수치에게 '대통령 위의 지도자' 지위를 보장하기 위한 작업을 진행했고, 수찌는 정치범 석방과 내전종식 등 총선 과정에서 내걸었던 개혁 조치를 하나하나 실천해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일련의 정치 일정과 의사 결정이 과도하게 비밀에 부쳐진 채 밀실에서 진행된다는 비판과 함께, 개혁 조치에 대한 군부의 불만도 커지고 있습니다.

◇ 대통령은 최측근에게…수치는 '슈퍼 장관' '국가 자문역' = 지난해 11월 민주주의민족동맹(NLD)이 압승한 이후 미얀마 정국의 최대 관심사는 '더 레이디'로 불리는 수찌가 새 정부에서 맡을 역할이었습니다.

군부가 만든 헌법조항 때문에 대통령이 될 수 없는 수찌가 '대통령 위의 지도자'가 되겠다고 공언했기 때문입니다.

수찌측은 문제의 헌법조항을 고치거나 일시적으로 효력을 정지시키기 위해 군부와 협상했으나 실패했고, 결국 최측근인 틴 초를 대통령 자리에 앉혔습니다.

수찌는 외무부와 대통령실, 교육부, 전력에너지부 등 4개 부처를 담당하는 '슈퍼 장관'이 되려 했다가 2개 부처를 포기하고, 외무부와 대통령실 담당 장관으로 입각했습니다.

수찌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국가 자문역'을 신설해 취임함으로써 '대통령 위의 지도자' 구상을 완성했습니다. 지난 한 달간 수찌의 문민정부가 취한 조치 가운데 최고의 '깜짝' 발표였습니다.

◇ 정치범 석방과 평화정착 노력 = '국가 자문역'으로써 수찌의 첫 조치는 정치범 석방이었습니다. 신정부 출범 사흘 만에 이뤄진 조치였습니다. 이후 지금까지 민주화 운동가 등 200여 명의 미결수가 무혐의 처리돼 풀려났고, 틴 초 대통령은 83명의 정치범에 대해 사면을 단행했습니다.

또 수찌는 문민정부의 최대 과제로 꼽았던 소수민족 갈등 보합을 위한 작업에도 시동을 걸었다. 새 의회의 상원의장과 하원 부의장은 물론 여당이 된 NLD 몫의 부통령 자리도 소수민족 출신에게 내줬습니다.

무엇보다 수찌는 소수민족 반군과 정부군, 소수민족 반군 간에 60여 년간 이어져 온 내전 수준의 분쟁 역사를 종식하기 위해 최근에는 자신이 직접 휴전협정 감시 기구인 공동감시위원회(JMC) 회의를 주재했습니다.

◇ 쌓여가는 군부의 불만…국정운영 미숙 지적도 = 수찌가 문민정부 출범 후 취한 일련의 조치와 관련해 군부는 아직 이렇다 할 공식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러나 곳곳에서 군부의 불만이 쌓여가고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NLD가 수찌를 위해 '국가 자문역'을 신설하는 과정에서 군부 측 의원들은 항의의 뜻으로 자리에서 일어서는 집단행동을 했습니다.

정치범 사면 과정에서도 수찌 측은 군부를 자극했습니다. 일반사면(Amnesty)에 해당하는 정치범 석방 문제는 국가방위안보위원회(NDSC)의 추천 절차를 따라야 하지만, 틴 초 대통령은 군부 위원이 과반인 NDSC 결정 과정을 거치지 않았습니다.

최근에는 군부 측 정당인 통합단결발전당(USDP)이 수찌 측에 협력한 전직 국회의장 등을 출당 조치하기도 했습니다.

또 수찌의 문민정부가 아직 구체적인 경제정책 구상을 내놓지 못하거나 자질이 부족한 장관을 임명하는 등 미숙한 점을 드러내고 있다는 지적도 잇따르고 있습니다.

최근 부임한 스캇 마시엘 주미얀마 미국 대사는 "정치범 석방 등의 조치를 신속하게 취한 것은 인상적"이라며 "그러나 새 정부는 국민의 삶의 질 개선을 위해 경제를 발전시켜야 하고, 평화를 정착시키고 종교적 긴장도 해소해야 한다. 쉽지 않은 과제들입니다. 새 정부가 스스로 역할을 키우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